경청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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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무관하기만 하다면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그보다 더 빠르게 그 판단을 철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망각 속으로 던져 버리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한 댓가로 자신의 삶이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p102


인터넷에 떠도는 수 많은 사건들에 대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사실만으로. 진실에는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사건의 당사자는 지금 과연 어떤 맘일까? 하지만, 그 맘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어차피 내 일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니까 하면서. 해수의 상황이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그런 일이 일어날 상황이 만들어져 있는 세상이니까. 


부치지 못하는 편지들을 쓰고 또 쓰는 과정이 자신과의 싸움으로 보였다. 자기 변명도 보였고, 하소연도 있었다. 스스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답답하게 보였던지. 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걸까? 왜 자꾸 숨는걸까? 하지만, 제 3자이기에 이렇게 분노하고 답답해하지만 과연 당사자가 되면 쉽지않았을 것이다. 


그런 해수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10살 아이 세이를 만났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무엇도 결정내리지 못한채 답답해 보이는 해수였지만,아이의 상처를 알면서도 말을 아끼는 그녀가 좋았다.'너의 고통이 어떤지 다 알아',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줄게'. 그렇게 무책임하게 나서기보다는 숨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고 모른쳑 해주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해수였다. 왜 나서서 싸우지 않느냐고, 확실하게 말해두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따라다니며 당신을 괴롭힐거라는 사람들의 말이 답이 아님을 알게 된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  감정을 드러내고 당당히 맞선 아이. 오히려  해수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명체 길고양이 순무는 상처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순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완벽하게 구분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자신이 집중해야하는 일과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을 명확하게 구별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삶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삶 자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p106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자신을 보며 해수를 보며 왜 저러고 있지?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에 떠밀리듯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하게 되었던 나를.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해수에겐 세이와의 만남, 순무에 대한 관심이 주변 누구의 충고보다도 크게 와닿았던거였다.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이야기할 용기를 내는 사람, 그 이야기를 끝까지 조용히 들어줄 마음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의 만남.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아갈 두 사람의 모습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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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1-29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이야기를 할 용기를 내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뭔가 말하지 않아도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2026-01-30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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