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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5 ㅣ 소설 보다
김지연.이서아.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6월
평점 :
젊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시리즈에서 만났던 작품을 단행본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 왠지 뿌듯한 맘도 든다. 하지만,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이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는다. 어려운 소설들이 많지만 내 좁은 세계를 깨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맘으로 만나볼 생각이다.
아빠가 엄마를 보러 병원에 가시는 이틀동안 쉬었다가 요양병원엘 갔다.엄마 옆 침대가 비어있었다. 전날 밤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몇 주 전에 들어오셨을때부터 그다지 상황이 좋아보이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갈때마다 반가워해주시고, 나올 때쯤이면 손을 흔들어주셨다. 물이 먹고싶다고 하시면 물도 드시게 해드리고, 침대 높이 조절하는 것도 도와드리면 엄지 척을 해주시면서 고마워요라고 하셨다. 몸은 아프셨지만 정신은 맑으셨다. 그리 쉽게 돌아가실거라고는 생각못했기에 너무 놀랐다. 김소년 할머니.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가족이 없으신가했다. 아니나다를까 혼자셨다. 동에서 나와서 모든 절차를 밟으셨다고 했다. 한 달 정도 뵜을 뿐이지만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생생하다.
<방랑, 파도>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 백반집에서 기거하면서 요양원에 청소일을 해주고 있다. 그곳에서 책도 읽어드리고, 고스톱도 치곤했던 향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이야기를 읽은 다음 날 김소년 할머니의 죽음을 접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소설 속에서는 직접 장례를 치뤄주러 오지는 않았지만 동생과 연락이 닿기는 했었다. 가족이 있어도 유품 챙기러 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가족도 없는 이의 죽음 뒤에 남아있는 것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할머니는 어떤 인생을 사셨을까? 할머니의 어린 시절, 젊은 시절, 요양병원에 들어오기까지의 삶이 궁금해졌다.
나는 묻고 싶었다.종종 굽어 살피시는지. 이곳을, 이 어둑한 곳을. 그러나 거대한 존재는 내 슬픔을 주워주지 않는다. 거둬 가주지도 않는다. 보살펴주지도 않는다. 슬픔은 전적으로 내 몫이다. p100
주인공이 왜 이 바닷가 마을로 흘러들어왔는지, 언제까지 있게 될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향자 할머니로부터 받았던 옥색 반지와 책 한 권은 유품이 되어 그녀에게 남았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그녀에게. 향자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연결고리,그것들에 왠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것이 향자 할머니를 굽어살펴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될테니까. 아주 오랫동안이 아닐지라도.
저자는 인터뷰에서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을 밝히고 있지만 난 내맘대로 읽기를 하고 말았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무덤을 보살피다>에서는 "나중에 남자가 오거든 죽이자." 라는 문장이 강하게 남았다. 소설 속 상황을 내가 너무 무르게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죽이겠다는 맘이 들 정도의 상황일까 싶었다. 제대로 된 대화도 없는 상황, 대화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살의가 너무나도 쉽게 튀어나오는 상황이 꽤나 불편했다. 거기다 결말은? 이것도 이해가 안되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남았고 그들이 뿜어내는 악의를 견디며 나의 악의 또한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남자가 화수와 수동을 바라보며 "어서 와" 라고 말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p57
저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는 어쩌면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이해할 수 있는 일들만이 일어나는 세상이 아니니까.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도 쉽지않았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 거대한 독수리 떼,천문대에 기거하는 종교집단으로 보이는 인물들. 난 무엇을 읽어내야했을까? 종교적인 어떤 이야기보다 공무원들의 삶에 더 시선이 가게되었는데, 저자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