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 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첫 번째 단편 [줄서기]를 읽으면서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두 번째 이야기도 역시.


유명한 소설가가 되겠다는 어린 시절의 결심때문에 뉴욕에 오긴했지만 글 한 줄 쓸 수 없는 티모시. 소설 집필을 늦출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 


아, 티모시. 드디어 네게 경험이 될 일이 생겼다. 


특별하고도 특별한 경험은 생겼는데 과연 그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써야하고, 사람도 잘 만나야 인생이 꼬이지 않는 법인데, 티모시의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서점상의 눈에 띄어 서명 위조에 발을 들이게 된 티모시였다. 원칙을 정했으면 예외를 두진 말아야하는데 그 예외가 발목을 잡아버렸다. 야구 경기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중요한 순간 에러 하나는 거의 점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있는 이의 서명 위조라니! 폴 오스터가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자신의 서명이 되어 있는 책을 발견하고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 발목이 잡힌 계기가 되었다. 폴 오스터가 서명을 보고 생각하는 장면들은 필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자신의 서명이 너무나도 거만하게 보인 탓이었다. 이렇게 당당하다니.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다니. (중략) 그러나 젊은 자신을 질책하던 중에도 그는 P의 필체가 다소 인상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나이 때에는 확실히 대문자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썼는데.'이상한걸.'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p92


이 서명 역시 자신의 성공을 의식하는 작가의 것이었으나, [잠겨 있는 방]이 출판될 무렵에는 아내가 이미 딸을 임신하고 있었다. 그 행복한 소식을 듣고 깊은 곳에서 솟아난 기쁨과 겸허함은 어디로 가버렸지? -p93



작가들에게 있어서 서명이란 '그냥 내가 쓴 내 책이다'라는 의미 외에 서명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듯했다. 이런 폴 오스터의 눈에 띄어버렸으니. 그냥 원칙에 따랐다면 좋은 경험(?) 은 안해도 되었을텐데.


자신의 재능, 시간, 노력을 쏟아 인간의 마음을 표현해낸 기분이 마치 방금 협주곡의 마지막 음을 연주하고서 청중의 갈채를 기다리는 피아니스트의 기분과 비슷했다. 톨스토이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하며, 자신이 자신의 이전 작품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는 물론 어쩌면 우러러보던 작가들의 작품마저도 뛰어넘은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꼈을 법한 기분과도 거의 비슷했다. -p 88



왜 싸이코패스가 떠올랐을까? 자신의 범죄를 인정못하고 뭔가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사람들. 티모시는 그 정도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범죄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비범한 능력에 감탄하고 있는 모습이 정상은 아니구나싶었다. 



이제 세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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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9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0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 을 만나는 바람에 오랜만에 모리사와 아키오를 떠올렸다.

<미코의 보물상자>를 읽고 따뜻함을 가득 담은 글들이 너무 맘에 들어서 작가의 책을 찾아 읽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제법 많이 읽었네. 이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은 <당신에게>였다.

리뷰를 다 쓰지는 않았는데 <당신에게>는 리뷰가 있어 다시 읽어봤다.

리뷰를 편하게 쓰는 블로거님들 보면 굉장히 부럽다. 

난 은근히 리뷰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어 남겨두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다시 읽게 되는 순간은 리뷰로 남겨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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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끝 카페에 무지개가 뜨면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모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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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아는 이야기인듯했다. 검색을 해봤더니 <무지개 곶의 찻집>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다른 제목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온거였다. 예전에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어 찾아봤더니 2016년에 작성한 리뷰가 있었다.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 같은 책이라 그대로 옮겨둔다.


(2016.5.16)


서울 올라가는 KTX에서 읽을만한 책이 뭘까 생각하다 고른 책이었다. <미코의 보물상자>로 알게 된 '모리사와 아키오'와 만나는 두번 째 작품이다. 3시간 동안 올라 가는 기차 여행에 따스함을 더해 준 <무지개 곶의 찻집>.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여행을 떠나면 맛집을 검색하고,커피를 맛있게 하는 집을 찾는다. 그런 집을 찾아 들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한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장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찻집은 이렇게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걸까? 아직 무지개 곶의 찻집의 에쓰코씨 같은 사람은 만난 적이 없으니까. 이런 찻집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연히 창밖을 보다 만난 무지개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엄마와 아내를 잃은 노조미와 아빠. 대학 졸업반이라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던 이마이즈미 겐.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들은 떠나고 도둑질을 하러 찻집에 들어간 남자.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찻집 주인 에쓰코를 사랑하면서도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떠나는 다니씨. 그들은 우연히 들어 가기도 하고,도둑질을 하러 들어 가기도 하고, 십 몇년 전부터 단골이 되면서 무지개 곶에 있는 찻집과 연을 맺게 된다. 들어가서 차만 마시고 나왔다면 이 찻집은 내가 지금까지 들렀던 여느 찻집들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찻집 주인 에쓰코는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맘은 고스란히 그들에게 전해졌다. 

 피아니스트였던 에쓰코씨가 그들에게 맞춤으로 들려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걸즈 온 더 비치','더 프레이어','러브 미 텐더' 라는 음악들이 들리는 듯 하다. 자신의 찻집에 들른 손님을 위해 음악을 선곡하고 들려 주는 그녀의 마음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힘든 일이지 않을까?

자신도 힘든 일을 겪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고, 따뜻한 맘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상처 또한 치유 받고 있는듯 하다.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내 꿈에 대해,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연히 들른 장소에서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장소는 정말 특별한 곳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결국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했느냐이겠지? 아직은 따뜻함으로 기억 되어 다시 찾아 가고픈 그런 장소는 나에겐 없다. 어느 날 '무지개 곶의 찻집'을 만난다면 참 행복할 듯하다.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두 눈엔 약간의 촉촉함을 느끼며 읽었던 여섯 편의 단편들은 다시 한번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작가를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했다. 


* <무지개 곶의 찻집>은 도서관 책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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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상주의자들과 함메르쇠이에게는 중요한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빛'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는 겁니다. 인상주의자가 어지럽게 흩어지는 화려한 빛을 그렸다면 함메르쇠이는 어두운 방에 떨어지는 햇살 속 먼지 알갱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인상주의자가 넓은 창 밖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그렸다면, 함메르쇠이는 빛을 짐 안 깊숙이 받아들이는 통로로서의 창을 그렸습니다.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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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 지음 / 좋은생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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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신간코너를 스캔한다. 맘에 드는 책을 만난 기분이란! 특히, 큰 고민없이 가져오는 책들은 미술책이다. 어제 데려온 보물은 <영원히 화가>와 <봄의 이름으로> 였다. <봄의 이름으로>는 시도니 가즈리엘 콜레트의 에세이인데 라울 뒤피의 그림이 수록되어있어서 대출했다. 먼저 읽은 책이 <영원히 화가>다. 미셸 들라크루아의 글 조금, 그림 가득한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시회 소식을 알게 되었다. 왜 놓치고 있었을까? 그의 따뜻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미셸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종종 보긴했지만 그에 관한 개인적인 글을 읽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익숙한듯하지만 낯선 미셸을 만난 느낌? 1933년에 태어난 화가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아주 힘든 시절을 보냈겠다 생각했는데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시작이었습니다.'라는 문장에서 맘이 놓였다. 그래도 조용한 성격 탓에 힘든 시간도 있었던 것같은데 열살에 미술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마흔이 되어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선 미셸의 그림에는 아름다운 파리, 어린 시절의 행복한 순간들, 가족들과의 아름다운 시간들이 가득했다. 


2024년, 2025년에 그린 그림이 대부분인데 이상하게도 1930년대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가가 그 당시를 떠올리며 그렸음이 틀림없는.


 ' 단연코, 제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그림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노화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92세의 노화가의 새로운 그림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병원 가서 엄마랑 같이 그림들을 봤다. 엄마가 소녀처럼 웃으면서 예쁘다는 말씀을 계속 하셔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화가들은 그림에 참 많은 의미를 담는다.역사, 종교, 신화, 문학 등. 그런 의미 있는 그림들 물론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날 미소짓게 만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런 그림과 같은 예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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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8-02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아닌 화가가 쓴 글이어서 더 좋을 듯하네요 92세에도 그림을 그리는군요 하긴 다른 분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고 백살 넘을 때가지 그렸네요 그림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합니다


희선

march 2025-08-09 21:03   좋아요 0 | URL
자주 만나지는 못했던 화가인데 작품들이 너무 좋아요. 평범하지만 따뜻한 그림들이라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스트레스 덜 받고 즐거우니까 장수하는걸까 싶기도 하고...우리도 그래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