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아는 이야기인듯했다. 검색을 해봤더니 <무지개 곶의 찻집>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다른 제목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온거였다. 예전에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어 찾아봤더니 2016년에 작성한 리뷰가 있었다.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 같은 책이라 그대로 옮겨둔다.
(2016.5.16)
서울 올라가는 KTX에서 읽을만한 책이 뭘까 생각하다 고른 책이었다. <미코의 보물상자>로 알게 된 '모리사와 아키오'와 만나는 두번 째 작품이다. 3시간 동안 올라 가는 기차 여행에 따스함을 더해 준 <무지개 곶의 찻집>.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여행을 떠나면 맛집을 검색하고,커피를 맛있게 하는 집을 찾는다. 그런 집을 찾아 들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한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장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찻집은 이렇게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걸까? 아직 무지개 곶의 찻집의 에쓰코씨 같은 사람은 만난 적이 없으니까. 이런 찻집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연히 창밖을 보다 만난 무지개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엄마와 아내를 잃은 노조미와 아빠. 대학 졸업반이라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던 이마이즈미 겐.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들은 떠나고 도둑질을 하러 찻집에 들어간 남자.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찻집 주인 에쓰코를 사랑하면서도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떠나는 다니씨. 그들은 우연히 들어 가기도 하고,도둑질을 하러 들어 가기도 하고, 십 몇년 전부터 단골이 되면서 무지개 곶에 있는 찻집과 연을 맺게 된다. 들어가서 차만 마시고 나왔다면 이 찻집은 내가 지금까지 들렀던 여느 찻집들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찻집 주인 에쓰코는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맘은 고스란히 그들에게 전해졌다.
피아니스트였던 에쓰코씨가 그들에게 맞춤으로 들려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걸즈 온 더 비치','더 프레이어','러브 미 텐더' 라는 음악들이 들리는 듯 하다. 자신의 찻집에 들른 손님을 위해 음악을 선곡하고 들려 주는 그녀의 마음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힘든 일이지 않을까?
자신도 힘든 일을 겪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고, 따뜻한 맘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상처 또한 치유 받고 있는듯 하다. 나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내 꿈에 대해,내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연히 들른 장소에서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 장소는 정말 특별한 곳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결국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역할을 했느냐이겠지? 아직은 따뜻함으로 기억 되어 다시 찾아 가고픈 그런 장소는 나에겐 없다. 어느 날 '무지개 곶의 찻집'을 만난다면 참 행복할 듯하다.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두 눈엔 약간의 촉촉함을 느끼며 읽었던 여섯 편의 단편들은 다시 한번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작가를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했다.
* <무지개 곶의 찻집>은 도서관 책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