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FM Radio Easy English 초급 영어 회화 2025.3
이보영 외 지음 / 동아출판(방송교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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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 7시 20분까지 내 친구 Easy English. 일상 생활 영어를 재미있고 알차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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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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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지 못하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만 잔뜩 만났다. 이렇게 쓸쓸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다. <초급 한국어>,<중급 한국어>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문지혁 작가의 책이다. 앞서 읽었던 책들도 밝고 경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유학생으로서의 삶, 그곳에 정착하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다시 떠나왔던 삶 속에서 주인공은 부유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 책 속 주인공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들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동생이 미국 어학 연수를 가겠다고 하더니 그냥 눌러 앉아서 산지 25년이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새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렸다. 


9편 단편속의 인물들 중에는  홀로 유학생활을 하고 있거나 유학생으로서 결혼을 한 상태인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안으로 보였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오롯이 안정감을 느낄 수는 없고, 불안정한 지위에서 오는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감. 커플이라면 그들 사이에 끈끈한 것이 있어야하는데 그마저도 위태로워 보이는 부부들이었다. 


가장 맘에 와 닿았던 소설은 <나이트호크스>였다. 12월 31일 아내와 맛있는 식사라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아내는 우울해했고, 설상가상 접시에 손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험이 없는 그들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차마 병원을 찾지 못하고 약국으로 향하던 모습,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갔지만 집으로 날아올 병원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배가 고파서 들어간 식당의 이름은 [나이트호크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제목이었고, 각 테이블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붙어있었다. [나이트호크스]그림 속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남자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아내에게서는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공부하는 남편에게 '왜 나는 안 찍어줘? 그 비싼 카메라로.' 라는 말을 했다. 남편에게 큰 것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을 조금만 더 바라봐 달라고 하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또,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여전히 방황하는 이도 있었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무엇하나 결정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가장 힘든것 아닐까싶었다. 과연 그녀의 고민은 끝이 나기는 할까? 이민자와 입양된 아이의 이야기에서는 진정한 자기의 집을 찾으려는 절실함을 보았고, 판타지스러운 단편 <핑크 팰리스 러브>에서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남녀를 만났다. 왜 눈 앞에 있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건지.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매 순간 선택하고있다. 선택하는 순간 그 길로 걸어갈 수 밖에 없기에 선택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가는 수 밖에.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 행복한 이가 없었을까? 그들이 나아갈 길을 정하고, 방황을 끝내고, 진정한 목표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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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3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3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도서 신청한 책이 비치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도서관엘 갔다. 

평일엔 주차하기가 애매해서 걸어가기로 했는데 어제와는 달리 쌀쌀한 기운이 들었다.

15분 정도 걸으니 금방 땀이 삐질삐질 나는 걸보니 봄은 봄인가했다.

희망도서 신청한 책 한 권만 대출해서 가볍게 오려고 했는데, 웬걸.

시리즈물인데 띄엄 띄엄 낱권으로 들어와 있어서 혹시나 전집 전체를 구입해주실 수 없으신지 

건의한 적이 있었는데, 의견을 반영해주셨나보다.

10권 중에서 빠져 있던 6권이 전부 비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궁금했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책과 눈에 자주 띄어서 궁금했던 소설까지 있어서

9권을 대출하고 말았다.

어깨 빠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얼마나 뿌듯하던지.

정말 열심히 읽어야지.

바쁘다 바빠.


책을 집에 가져다 두고 아파트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벚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고, 라일락도 피었다.

목련과 동백은 벌써 떨어져 바닥을 하얗게,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영산홍도 빨간 봉오리가 맺혔고.


인간사야 어떻게 되어가든 자연은 자기 할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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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4-0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은 차가워도 볕은 따듯하기도 해요 봄엔 그러기도 하네요 바람 세게 불어서 추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사월입니다 꽃이 많이 피겠습니다


희선

march 2025-04-01 21:28   좋아요 0 | URL
벚꽃이 만개했어요. 꽃을 보면 봄인데 바람은 쌀쌀해서 두꺼운 옷 입고있어요. ㅎㅎ
감기 걸렸어요. 목이 갔어요. 답답해요. ㅋㅋ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전 무대 위에 서면 취해요. 거기서는 나 자신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여기 고향에 온 날부터 걸었어요. 걸으면서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 마음과 영혼이 매일매일 강해져가고 있는 걸 느꼈어요. 이제 알 것 같아요. 코스챠, 작가든 배우든 간에 우리 일에는 내가 꿈꾸었던 어떤 것들도 명예나 성공이 문제되는 게 아니고 어떻게 견디느냐, 어떻게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믿음을 갖고 버티느냐를 알아야 해요.- p175



열 다섯 살의 이마치가 화장실에 갇혀서 중얼거리고 있던 니나의 대사였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에 나오는 대사라고 했다. [안톤 체호프 탄생 150주년 -  희곡 전 작품 수록] 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입해두고는 앞에 몇 편만 읽고 멈춘 상태라 <갈매기>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읽지 못했다. 이 대사를 읽고 책을 펼쳐 들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읽어나가려고 마음 먹고 있는데, 이렇게 만난 김에 희곡 <갈매기>도 한 번 읽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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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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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march님이 읽으셔야하는 책인데요.'라는 친구의 톡을 받았다. 제목을 보는 순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은 배우였고, 이름은 이마치였다. 마치는 3월에 태어났다고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었다. (사실은 12월에 태어났는데 죽을지도 모르니 더 두고보자고 한 아이가 3월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블로그를 개설하려고 했을 때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생일이 3월에 있으니 march로 하자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지었는데, 20년을 함께 하고 있다. 이러니 이 책은 당연히 읽어야지. 


3월,march. 경쾌한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시간, 기억, 망각,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이마치는 배우 생활을 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VR을 이용한 기억 재생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까? 잊어가는 부분들을 채워나감으로써 알츠하이머를 늦추는 치료법이라고 해야할 것같다. 인간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행복한 일도 있지만,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저 밑 바닥에 묻어놓고 꺼내보고 싶지 않던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게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어머니의 학대, 언니의 죽음, 아들의 실종, 남편과의 불화, 딸과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 화려해 보이는 배우의 삶 이면에는 많은 아픔들이 있었다. 배우로서는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개인사는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를 현재에 두고 과거의 자신을 대면해가는 과정을 아파트로 표현해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40층의 문이 열리면 40살의 나를, 7층의 문이 열리면 7살의 나를 만나는 설정. 이를 통해 우리는 이마치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이마치는 잊고 있었던 또는 왜곡되어 있었던 과거의 자신을 만났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정말 그때 그랬을까? 그때의 나는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내 편한대로 포장을 하고 넘어가 버렸던 기억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마치는 치료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래 전 자신을 만나면서 인간 이마치의 빈틈을 메워나가고 있었다. 잊어가는 과거를 붙들어 두려는 VR치료.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면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


VR치료 직후 자해와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경우는 흔했다. 치료가 트라우마를 유발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이마치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없으며, 무작위로 차오르는 기억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매번 새롭게 아귀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VR치료를 중단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없었다. 자신이 누군지를 잊어버리는 쪽과 자신이 누군지를 아는 쪽. 어느 쪽이나 지옥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지옥을 선택했다. -p239 


이마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은 서늘한 아픔, 이별의 방식, 존재의 가벼움, 마음의 평화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이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서정적인 글은 이 소설을 자꾸 자꾸 곱씹어보게 만들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은 신체의 노화와는 달리 열심히 달려왔던 인생 전체를 도둑맞는 것일 듯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옆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가슴 시리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이 쿠팡 플레이 시리즈 <안나>로 드라마 되었었다고 한다.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가볍지 않은 드라마였기에 기억에 남아있는데, 원작자가 정한아 작가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정한아 작가의 책, 계속 찾아 읽게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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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3-2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제목 보고 march 님 떠올랐어요 마치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소설에 나오다니... 지금, 아니 예전부터 나이가 많지 않아도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는 듯도 하더군요 환경 때문인 듯도 합니다 나이가 많든 많지 않든 기억이 사라지는 건 힘들 듯합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사람은 그걸 모를지도... 그건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이겠네요 연예인은 겉은 화려해 보여도 실제 삶은 힘들겠습니다 사람은 나름대로 힘든 일이 있겠네요


희선

march 2025-03-26 23:16   좋아요 0 | URL
희선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군요. 너무 간단히,직관적으로 지었던 닉네임이었어요. ㅋㅋ
예전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수명이 길어진 탓일까요? 주변 친구 부모님들 중에도 알츠하이머 걸리신 분들이 많아요. 무서워집니다. 무겁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2025-03-26 0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2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