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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얼마나 될까? 밥 버지스, 루시 바턴,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야기 전달자이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기억과 삶을 공유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대화, 그 대화로 오가는 이야기가 있었다.책을 읽는동안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것은 기록되지 않는 삶과 이야기였다.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린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하나 하나 알게 되는데, 수없이 많은 이들이 등장함에 있어서도 전혀 어수선하지 않고, 뇌리에 박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에 작가의 이야기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루시가 올리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을때, 올리브는 그것을 글로 쓰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는 당신 안에 있어요. 내가 당신에게 줬어요."라는 답을 했을때, 기록되지 않은 삶이라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의미가 있는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짐과 밥이 아버지가 죽은 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른 기억들은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게했다. 진실은 분명 존재하겠지만, 잘못된 것을 진실이라 믿은 채 많은 사람들이 아픔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많은 오해 속에서, 자신의 아픔에 갇혀서 살았던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 부분들이 좋았다. 극한에 몰려 나쁜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이 송두리째 의미를 잃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인양 치부해버리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밥과 루시는 나를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했는데,그들의 사랑이 빛을 바래지 않아서 홀가분한 맘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Tell Me Everything. 이야기를 들려줘요." 너무나도 진부하게 들렸던 제목이었다. 그 진부함이 일거에 사라지게 되는 마법을 보여주었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오랫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