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자부심 소설Q
김세희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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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들이 순수 창작으로 인물, 배경, 상황이나 설정 심지어는 감정들 조차 100% 허구로 이뤄진 것인 데 관련자료를 참고하거나 실제 지명이나 과거에 일어났었던 상황이나 작가 자신이나 주변 인물들의 내력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되면 그 것은 소설일까, 소설이 아닐까, 소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소설 Q 시리즈의 15번째로 김세희작가님의 「프리랜서의 자부심」이 출간되어 읽으려고 할 때 아무래도 앞서 출간된 전작을 전혀 배제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100% 순수 창작이 아닌 소설을 읽을 때 드는 감정이나 생각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까하는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를 꿈꿔왔고 「명인일보」에 입사하여 기자생활을 하던 강하얀이라는 인물이 돌연 퇴사하여 프리랜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의정부시의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저와 같은 이름이지만 저와는 전혀 다르게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정민과 결혼을 하기 위해 틀에 박힌 예식장 대신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말마다 대관하는 예식장에서 결혼 계획을 세우며 부모님과 전 직장 동료에게 선언을 하는 한편 희성교육대학의 50주년 전시회에 전시될 글을 쓰는 일을 도맡아 희성교육대학에서 발간한 소식들을 접하는 도중 열사 칭호를 받지 못한 채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최영희학형에게 주목하게 되면서 이전에 명인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때를 상기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저에게 주어진 일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받는 페이만큼 일할 수 있고 그걸 가능하게 해주며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고 너무 마음을 쏟지 않아도 되며 행여 마음을 쏟을라치면 작업이 끝나며 일은 흠없이 깔끔하게 처리하지만 그 이상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으며, 뭔가를 이루려고 하거나 뭔가라 되려고 할 필요가 없는 무엇보다 출퇴근에서 해방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생활에 대한 부러움을 읽으면서 느꼈고 하루 하루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저 자신의 마음에 가닿았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마음대신 저 스스로를 격려하며 작은 자부심을 가지며 일을 해도 되겠다는 마음을 가질려고 합니다.
김세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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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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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작가님의 첫 장편소설「빨치산의 딸」은 제가 태어난 해에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가 불온도서로 지정되며 당시 출판사 대표님이 구속에 실형을 선고받으셨다는 소식을 개정판에다 실으셨던 것으로 기억이 나고 당연히 읽어보지는 않았거나 못했거나 그랬었고 2004년과 2008년에 출간된 소설집 「행복」, 「봄빛」또한 제가 아직 어렸을 때에 출간되어서 접해보지 않았거나 못했었고 10여년 전 세번째 소설집 「숲의 대화」가 출간되었을 때 읽은 것은 기억이 나는 데 당시에 리뷰를 남기지 않아서 읽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고 작년에 네번째 소설집 「자본주의의 적」을 출간하셔서 앞에 실린 (자본주의의 적)과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이 2편만 읽어봤는 데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2번째 장편소설「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출간되어 일찍이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 데 갑작스레 9월 중순에 일시품절되고 예약판매창이 나와서 왜 그런 것일까 찾아보니 유시민 교수님이 강력추천하셨더군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읽었고 리뷰를 남기는 이 순간에도 찾아보는 현재에도 종합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 전혀 관련없는 제가 뿌듯합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이고 동시에 유물론자인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허망하지만 아버지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시작부터가 예사롭지가 않았어요.
좋게 표현하면 사회주의자인 데 속된 표현으로 빨치산, 빨갱이라는 신분을 아버지와 어머니는 스스로 선택하셨지만 그 걸로 인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출세며 혼삿길이 막혀버린 작은아버지와 불구로 평생을 살아야했을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보니 그렇게 되어버린 결코 빨치산의 딸,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던 아리씨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아버지의 일생 속에 존재하던 인물들을 장례식장에서 만나며 아버지의 험난했던 삶과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반드시 다가오고야 마는 한 줌의 재가 될 아버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져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110쪽).‘
‘어떤 딸인지, 어떤 딸이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 빨치산의 딸이라는 말에는 ‘빨치산‘이 부모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그 부모에게도 마땅히,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나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아버지를 위한 울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울음이었다. 아버지 가는 길에까지 나는 고작 그 정도의 딸인 것이다(224~5쪽).‘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뻘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231쪽).‘
이러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제 스스로 지긋지긋했던 삶으로부터 해방했다고 위안하고 있을 제가 언젠가는 후회의 순간을 오롯이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기 전에 차라리 제가 먼저 한 줌의 재가 되기를. 그게 아니라면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하기를.
같은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워찌나 청산유순가 쎗바닥에 신이 내렸는 중 알았당게. 말문 터질라면 예수 믿어야 쓰겄대(114쪽).‘
‘긍게 사램이제‘ 같은 말들을 소리내어 읽어보며 마음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정지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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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게임즈 : 호모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 오늘의 젊은 작가 38
심민아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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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38번째는 시인이신 심민이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키코게임즈 : 호모 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입니다.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결코 범상치 않음을 느꼈는 데 게임의 문외한이었던 조유라라는 인물이 게임을 필연적으로 잘 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게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판교에 있는 ‘키코게임즈‘ 에 입사하게 되면서부터 생존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 훌륭한 일이다. 복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다들 알 수 없는 운명에 흩날리며 이링공뎌링공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60쪽).‘ 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되고 싶어했던 장례희망의 직업을 가지고 살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며 살아가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인생이란 것이 계획대로 제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다는 필연적인 사실을 몸소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겠죠. 저도 그렇고요.
(‘이링공뎌링공‘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봤더니 「청산별곡」에서도 나오는 이렁저렁의 옛말이라네요. )
아무튼 저는 어린시절부터 제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기 전까지 모바일게임은 물론 PC게임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고 PC방에 가서도 인터넷 검색이나 건전한 영상을 보기만 했고 휴대폰 개통후에도 잠시하던 게임들은 있었으나 오래하지 않게 되어 삭제하곤 했었죠. 그나마 현질을 하고 가챠를 했었던 게임이 있었는 데 그건 바로 데브시스터즈에서 출시한 「쿠키런오븐브레이크」와 「쿠키런킹덤」!
이 두 개의 게임을 나름대로 오래했던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가 아기자기했기 때문이 가장 크고 여느 게임처럼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쿠키들의 능력과 보물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죽을 때까지 장애물을 피해 질주를 하며 유저들과 경쟁을 하고(쿠키런오븐브레이크), 때로는 쿠키들의 능력을 활용하여 적들과 싸우거나 유저들의 쿠키들과 대전하여 승리하거나 패배하며 경쟁을 하지만(쿠키런 킹덤) 애초에 No.1이 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없이 했다가 부담을 느껴 게임삭제하고 숫자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나열하며 무작정 싸우거나 경쟁하지는 않아 시간 때우기에 좋았던 스도쿠도 나름 했었지만 꾸준히 하지 않고 리워드기한에 쫓겨 몰아서 하다 보니 이 것 또한 부담이 되어 결국 삭제하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게임은 제 적성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장에서 부매니저 직함을 달 정도로 오래하기는 했지만 결코 그 일을 좋아해서라기 보다 그저 버텨낼 수 밖에 없었던 유라씨가 키코게임즈에서도 버텨내기 위해 버스를 타고 키코게임즈 사옥을 향해 사원증을 내밀며 부리나케 달려가 지각을 간신히 면하며 버텨내려고 했던 것을 저도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보람을 느낄때도 있었고 재미를 가지고 하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버텨내기 위해 피곤하고 개운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가는 일이 요즘들어 잦아졌다는 것을 느끼며 시원하게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면 뭐하나 싶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나 싶고 나름 대우가 나쁘지는 않아 계속 다녀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무한 루프하지만 언젠가는 유라씨처럼 자신만의 게임(인생)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기를 그 게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심민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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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전
정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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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비범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을 저는 예전에도 부러웠고 지금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 이번에 주간문학동네에 직접 투고, 첫 선정 후 출간되어 읽은 정은우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국자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사용하여 내 가족과 내 나라와 더 나아가서는 이 세계를 지키는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하지만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반동 세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리어 비난과 멸시를 받으며 평생을 범죄자인 마냥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능력에도 등급이 있어 그 등급에 따라 직장도 대우도 달라지고 한 번 정해진 등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바뀌지 않는 데 유일하게 말을 주고 받으며 친하게 지내온 친구 글로리아(박경남)를 따라 등급까지 조작하여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으나 김포공항 안 레스토랑에 긴급 차출되어 주방을 담당하며 가끔씩 홀도 봐주면서 감시하는 일을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국자님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400쪽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솜씨가 좋은 것도 있겠으나 국자씨의 손 맛 가득한 음식을 한 입 먹고 걸신들린 것처럼 몰입하며 읽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철옹성같은 엄마 이국자씨와 툭하면 잘 삐지며 통근시간을 엄격하게 정하여 외박도 결코 허용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국자씨가 차려놓은 음식들을 맛 보자 치밀하게 세운 계획과 다짐들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번번히 실패하였고 2년 전 불현듯 휴직을 해버린 초등학교 교사인 딸 미지가 복직을 신청하며 발령받은 학교가 집에서 먼 거리라 이번에야말로 독립을 할 수 있는 아니, 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생겼기에 국자씨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데 멍처럼 얼룩덜룩한 복선과 곪아터진 상처 같은 갈등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200회 넘게 지지부진하게 끄는 드라마에 빠져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놓으려는 국자씨가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설득을 할지 첫 부분부터 흥미진진하더군요.
국자씨가 친구인 글로리아와 함께 훈련을 받고 김포공항 내 레스토랑에서 분주하게 화상, 동상, 찰과상등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요리하며 동태들을 살피며 주기적으로 걸려오는 전화에 수시로 보고하는 임무를 지내던 중 반동 세력인 까만 선글라스를 끼며 옆에 부하같은 사람을 대동하며 레스토랑에 온 윤수일이라는 남자에게 그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며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 것이 사랑이라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확신을 했으며 사랑을 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과 삶이 위태로울 수도 있지만 어떠한 선택을 필연적으로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아직은 희망이 필요했다. 희망과 절망은 한 장의 종이였다. 먼저 읽는 쪽이 앞면이고, 나중에 읽는 쪽이 뒷면이었다. 단면만 읽고 구겨서 버리는 건 일시적인 도피였다. 절망과 희망 중 어느 쪽을 먼저 읽어야 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언젠가는 남은 면도 읽어야 했다. 묵묵히 다 읽어낸 후 받아들여야만 남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었다(241쪽).‘
‘거짓이 먼지 한 톨 없이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다면, 진실은 땅속 깊숙이 파묻혔다가 간신히 기어나온 사람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진실의 흙 묻은 손보다 거짓의 깔끔한 손과 악수하는 쪽을 선호했다. 잠깐 손을 잡았다가 놓는 정도니 별일 없을 거라고 믿었다(244쪽).‘ 같은 구절들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했었고 이 사랑이, 이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많이 궁금했습니다.
‘이야기는 누군가를 살아 있게 하고, 살아가게 합니다. 길든 짧든 당신과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한편, 읽는 사람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하니까요. 혼자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보거나 듣고 읽으면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설령 그로 인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한들 당장은 모르는 일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들도 한때는 현재였고, 아득한 미래는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올 테니까요(작가의 말, 297~8쪽).‘라고 쓰신 작가님의 글을 되새기면서......
정은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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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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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출간된 김병운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었을 때만 해도 그저 출간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일 뿐이고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의 한 편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번에「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첫 소설집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첫 소설집이 나오셨구나 했었고 심지어 (한 밤에 두고 온 것), 표제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윤광호),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을 읽었을 때에도 그저 100% 허구겠거니 하며 김병운작가님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마지막에 실린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처음부터 알게되었던 시작은 비슷했고 느낌도 농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비슷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끗 차이로 전혀 달라져버린 두 작가님에 비해 저는 읽어보지는 않았고 들어보기만 한 소설가라는 직업을 떠나서 소설이 아닌 글에서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어떤 거짓말은 예외 없이 나를 훼손한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솔직하지 못할 바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걸 알기에 애초에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고 결국 독자들이 읽고 싶은 대로 읽게끔 공백을 만드셨던 에세이「아무튼, 방콕」을 먼저 내셨고 첫 장편소설은 앞서 나왔던 시리즈의 소설들 속에서 접하였던 부분이 있었고 그 시리즈의 한 권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 밤에 두고 온 것들)에서 영화감독인 윤수희 감독의 신작 작품 속에 등장하는 배역이 주인공의 각성과 성장을 위한 도구(11쪽)로 이용되고 훗날 비당사자로서의 한계를 무마하기 위한 알리바이용 인터뷰를 그 배역을 맡은 나에게 진행하며 연민하고 동정하는 감독의 시혜적인 시선과 선민의식이 거북했지만 당사자성이 결코 발언의 자격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20쪽) 나의 생각에 저도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아요.
제목의 이름은 얼핏 들었던 (윤광호)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스스럼 없었던 윤광호씨가 우리의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고 쓰게 되는 것에 문제가 되는 건 내보일 수 있는 용기가 아니라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을, (9월은 멀어진 사람을 위한 기도)에서 불온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모조리 지우려 하고 자기 검열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존재를 의식하고 존재에게 허락받기 위해 밀어내거나 끊어 내려하는 모습과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속 한 두시간 정도의 잠시라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복무자들 앞에서 간도 빼고 쓸개도 빼고 정체성도 뺀 채로 견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산정하며 견뎌내려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속 어서 자신에 대해 다 말하고 싶지만 다음 단계를 기약하며 언젠가 그렇게 쓴 글이 모이고 또 모여서 나를 다시금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주리라는 것(297~8쪽)을 아는 작가님이시기에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의 인주씨처럼 저에 대해서가 아니라 우리에 대해서, 여기 이 곳에 저만 있었던 게 아니고 당신도 있었기에, 그렇기에 제 얘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얘기라고.
계속 쓰면 좋겠습니다. 계속 우리에 대해 쓰면 좋겠습니다.
김병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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