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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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의 제목을 보시고 카카오톡친구이며 좋은 글귀를 전해주시며 에쎄클래식을 피우시는 할아버지께서 박진영과 원더걸스 전멤버 선예가 부른 [대낮에 한 이별]이 떠오른다고 하셨는 데 한낮과 연애라는 단어를 보고 생각하셨는지는 몰라도 태양이 내리쬐는 너무 한낮에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으니 [대낮에 한 이별]이 떠오를 수도 있겠네요.
사실 이 작품은 앞서 문학동네젊은작가상 대상수상작으로 한 번 만나봤었지만 또 읽어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오늘은 사랑하지만 다가오는 내일은 사랑할 지 사랑 안할 지 알 수 없는 국방색 야상점퍼를 걸친 단발머리의 대본을 쓰는 양희에게 사비를 들여 햄버거세트를 사주다가 갑자기 자신을 사랑 안한다는 말에 양희를 힐난하고 다소 찌찔한 모습을 보이던 필용이 양희의 집에 가고 양희의 공연에 가기 위해 차를 빌리고 12시가 되기 전에 회사를 나서 택시를 타고 공연장 앞자리에 앉고 시선을 끄는 등 이러한 모습들이 뭐랄까 애처로워보이기도 했었어요. (조중균의 세계)는 처음에 들었을 때에는 조중균이 무슨 세균이나 어떤 곰팡이 같은 것인 줄 알았는 데 사람이름이더군요. 월급에 포함된 식대를 되돌려받기 위해 구내식당에 밥을 먹지 않는다는 확인을 매일 같이 받고 이름만 쓰면 학점을 주는 시험에 절대로 이름을 쓰지 않고 시를 쓰던 조중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리거나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 것이 부업인 모과장이 고양이를 잃어버린 주인들을 비난하고(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 가) 목욕탕에 불을 질러 부모를 죽게 만든 김대춘을 찾으러 일산의 아파트까지 남매들이 찾아가거나(보통의 시절) 고아원이 어려워 돈을 보내달라는 맞춤법도 안 맞는 편지를 받게 된 에메랄드 유니폼(아마 표지의 바탕이 된 계기가 아닐까합니다.)을 입은 고아원출신 간호사가 끝내 돈을 보내지 않고(우리가 어느 별에서)
이름도 없이 개라고 부르는 늙은 스피츠종의 개를 엄마가 공원산책도중 잃어버린 것 때문에 외국에 있던 딸 지영이 한국으로 와 개를 찾는 사연(개를 기다리는 일)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린 [너무 한낮의 연애]가 한동안 제 머리속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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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문학동네 시인선 74
함명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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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74번째.
함명춘 시인의 [무명시인]을 한 번 훑어봤는 데
표제작인 「무명시인」이나 연작시인 「구화학교 1,2,3」과「산중여관 1,2,3」도 있었는 데 처음에 나온 시인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요.
작가 최인호가 말했다./˝명춘아, 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 줄 아니?˝
내가 말했다./˝음, 사랑이요 아니 믿음이요.˝
작가 최인호가 말했다./˝아니다 죽는 거다.˝
시집에 실려있는 시보다 처음 책날개와 맨처음 실린 시인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라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 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을 해내버린(?) 최인호작가님이 생각이 나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어봤는 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도 훑어 본 시들 중에 기억에 남는 시가 있는 데
바로 「벽시계」라는 시입니다. 이시에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이 방에 걸린 벽시계를 날마다 닦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계로 인해 도시로 이사를 가 벽시계를 두고 오는데요.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누구나 태어나 죽는다는 걸 알게 된 어른이 된 소년이 벽시계와 약속한 게 생각 나 고향집에 가니 벽시계가 떡하니 걸려있고 아직도 맥박처럼 초침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벽시계가 반갑기도 약속을 잊지 않고 늘 그자리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벽시계가 기특해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가 잠이 들었고 깨어나니 아무 것도 없는 들판이었으며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그것도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시계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라지곤 했다고 마을 사람이 말하는 게 소년은 어른이 되었으며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찾아오겠다는 약속을 잊고 살았고 비록 옛 고향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벽시계는 약속을 잊지 않고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 약속했던 그 자리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솔직히 시집은 너무 은유적이고 함축된 시어들이 많아 잘 안읽는 데 이렇게 한번씩 읽다 맘에 드는 시한편을 한글자씩 정성스럽게 써보니까 한번 더 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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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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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본의 인공섬인 하시마섬에서 강제로 징용을 당해 미쯔비시 탄광에서 인권을 박탈당하고 이 지옥같은 세상에 이 지옥같은 곳에 기약할 수 없이 석탄을 캐내는 우리 젋고 젋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정말 `소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징병처럼 전쟁에 직접 참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에 필요하는 석탄을 캐기 위해 빠져나올 수도 없는 이 지옥같은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 그것도 심해보다도 더 깊고 아득한 700m아래의 가스누출과 붕괴위험이 도사리는 갱도에 잃어버린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우리 가엾은 청년들의 절규가 읽고 있는 저의 귀가 생생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제 발로 하시마에 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오거나 주인공 지상처럼 일본의 앞잡이노릇을 하던 집안에서도 징용을 당하고 아내 서형이 아이를 임신했으나 장남인 형을 대신하여 가게 되고 심지어 조선총독부의 반합법적이고 암묵적인 동의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끌고 가며 우리 청년들을 씨를 말리려고 작정했을 때에는 만약 해방이 되지 않았더라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끔찍할겁니다.
임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그나마 주더라도 전표라 불리는 종이쪼가리를 주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름 피우면 폭력과 욕설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며 만약 하시마를 도망치다 잡혀오면 죽을정도로 맞거나 병신이 되어버리고 바다로 도망치다 죽은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이 불어버린 시체를 본보기로 삼아 썩게 놔두는 이런 잔인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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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천천히
박솔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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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작가님의 소설제목들을 보면 왜 저는 크게 상관없는 리듬감을 느끼며 제목들을 소리내어 흥얼거리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경장편소설 [을]에서 부터 개가 으르렁 짓는 듯한 소리로 을! 을! 을!이라고 한동안 부르짓은 것이 생각납니다. 전혀 관련이 없었는 데 말이에요. 사실 소설자체는 읽으면서 조금 이해가 안 되었는데 해설을 보고 어느정도 해소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백행을 쓰고 싶다]를 읽었을 때는 저도 백행을 쓰고 싶다 백행을 쓰고 싶다라고 마음속으로 소리내었지만 백행을 쓰진 못한 거나 안한 것 같아요. 2014년 초에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된 첫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에서 부터 리듬을 타며 제목을 수차례 부르게 되었어요.
그럼- 무얼- 부르-지? ↑ 그럼- 무얼- 부르-지? ↑이렇게요.
이 소설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렸는 데 제가 알기론 실린 단편도 있지만 실리지 않는 단편도 6~7편정도 된다고 들어서 정말 무한한 이야기를 쓰시는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음사경장편시리즈 5번째인 [도시의 시간]은 읽으며 실제로 `포크` 음악이 등장하면서 리듬감 물씬 느껴지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머리부터 천천히] 역시 리듬을 붙이며 제목을 부르게 됩니다. 머리부터- 천-천-히- . 머리부터- 천-천-히- .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마음속으로 한글자 한글자 소리내어 읽었어요. 한유주,정영문,김태용작가님처럼 아예 글자나 문장자체로 읽는 저를 희롱하시는 분은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냥 눈으로 읽으면 읽고 나서의 기억이 전혀 없어서 조금 오래걸리더라도 마음속으로 한글자 소리내어 읽었더니 목이 타네요. 이럴때 도미가 타주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면 갈증이 싹 가라앉을 것 같아요. 물고기이름이지만 물고기가 아닌 도미. 키가 크고 흰 얼굴의 도미. 주유소에 아침에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면 출근하고 해가 져 붉은 빛 하늘이 되어서 미닫이문이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도미. 그리고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도미의 집 근처에 있는 미닫이문이 있고 미닫이문을 열면 해바라기와 유채꽃이 피어있는 맥주를 마시며 야경을 보는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퇴근하는 남자(중환자실에서 의식잃은 병준이 꿈속에서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말을 유난히 많이 하던 눈 코 입이 없는 전구와 말을 하던 물고기. 그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한번씩 오는 의뭉스런 트럭운전수. 아침이면 어두운 곳으로 숨는 데 도가 튼 몸을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이름모를 여자애가 나오는 오키나와인지 부산인지 한때는 궁금했으나 이제는 이도저도 모르고 확신할 수 없는 국제라는 곳인지 모르는 곳에 있는 철조망이 끝없이 펼쳐진 주유소와 의식잃은 병준이 갔다던 부산 광복동 골목골목을 걸어다니고 인적이 없는 주점에 걸린 이덕자라는 유난히도 조용했던 화가의 그림과 그 그림을 맡기며 술을 마시던 할아버지도 그리고 제일 처음에 나온 속리산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을 이야기하는 눈감았다 눈뜨다를 반복하는 아버지와 소설의 `ㅅ`자 조차 힘겹게 쓰고 있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소리내어 읽고 다 읽은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박솔뫼작가님의 신작이 나오면 소리내어서라도 읽고 싶습니다. 아마, 다음은 소설집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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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2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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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군요. 1편에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거나 이유없이 하시마섬으로 강제징용당한 나라를 잃은 우리의 청년들이 일본의 횡포에 수난당하며 하시마섬을 탈출하다 몸이 퉁퉁부은 채로 죽고 일본인에게 잡혀 맞아서 죽는 등 지옥같은 곳에서 영혼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면 2편에서는 일본이 패망직전까지 가며 점점 더 노동력착취와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횡포가 날마다 극심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일본의 주요도시를 기습적으로 폭격하고 드디어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게 되는 데 그 결과로 수많은 조선인징용자들 포함하여 일본군인들과 그 시민들의 몸이 붕 떠오르다 찢겨지고 온몸에 화상을 입거나 방사능에 노출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처참한 모습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합니다. 일본순사의 목을 찌르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태복과 그의 아들이자 아버지를 찾기위해 일본으로 건너 와 터널을 뚫는 일을 감독하던 길남이도, 사랑했던 금화의 일부를 몸 속에 간직하고 있던 우석도 한쪽 다리가 없던 명국도 죽을 위기의 지상을 돕던 일본인 아끼꼬와 나까다도 그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면서 기다리고 있는 서형과 아들 명조 그리고 아내 서형과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들을 만아기 위해 잃어버린 나라 조선으로 돌아가는 지상까지 이 모든 사람들이 잔인한 운명의 수레바퀴의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를 핍박하던 일본인들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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