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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빌라
김봄 지음 / 민음사 / 2025년 12월
평점 :
「아오리를 먹는 오후」이후 9년만에 신작 소설집을 출간하신 김봄작가님의 연작소설 「인정빌라」를 읽었습니다.
「인정빌라」에는 사당동 다세대주택인 ‘인정빌라(남편 지성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성함이신 인정을 빌라 이름으로 지은)‘를 소유하고 있는 막례와 지성 부부의 결혼 후 12년 만에 생긴 유일한 딸이자 조금 야한 글을 쓰며 인도의 해외 작가들을 초청하여 낭독회를 하는 레지던시에 참여한 작가였지만 작가라는 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단편집까지 알라딘이나 폐지로 처분하여 인정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하루 5시간 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유소영((핑퐁),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 앞에 실린 (우리에게는 적당한 말이 없어)를 읽을 때는 인정빌라가 등장하진 않아 조금은 이 연작소설과 연관이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 차 인도로 가는 소영이 머물게 되는 레지던스 숙소인 ‘제로 하우스‘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해외에서 온 작가들과 상주하며 그들의 편의를 돕는 정원사나 메이드 분들의 모습이 인정빌라에 거주하는 세입자들과 중첩되어 보여 이 연작소설에 포함되었나 싶었지만 바로 뒤에 실린 마지막 단편 (핑퐁)을 읽으며 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의 이야기와 인정빌라에 세들어 살았거나 세들어 살게 되는 세입자들(점점 자라나는 보리와 연화를 키우며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며 살던 301호 찬호와 수영 부부에게 한 생명이 찾아오는 데 그게 바로 수영이 싫어하던 쥐과 동물인 햄스터였고 햄스터를 키우며 생명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던 (짝), 집주인 막례에게 입양 받아 키우던 개 메리가 점차 쇠약해져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받게 하고 약을 챙겨주었지만 곧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 메리를 딸 찬주가 다녔던 학교의 왕벚나무 아래에 묻어주고(분홍 코끼리), 자신 또한 치매와 기립성 빈혈로 쇠약해진 몸을 이끌다 욕실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치게 되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세상을 떠나게 되는 데 그 사실을 떠난 그의 육신이 부패하면서 풍겨나는 악취로 인해 막례를 포함한 세입자들이 알게 되는 302호 진국 어르신의 가슴 아픈 사연(끝말잇기), 102호에 함께 살던 미리가 키운 카네 코르소 알도(160쪽, ‘현관문을 열자마다 시커멓고 커다란 물체가 미리 몸 위로 엎어졌다.‘ 원래의 이름은 파리크리스티앙이라고)가 근처 공원에서 시비가 붙은 학생을 물게 되어 엄청난 보상금과 함께 안락사를 당하고 미리 또한 그의 결을 떠나며 곧 머지않아 세상을 떠나실 늘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다시던 아버지에게 비윤리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는 천만 관객을 꿈꾸는 시나리오 작가 범준의 이야기(개와 당신의 이야기)나 범준의 동생 경준이 전해 준 잘 모르던 선배 호영의 부고에 장례식장에 경준과 성주, 달수와 함께 가며 일찍이 치매를 앓게 되어 ‘갑을 요양원‘에 여생을 사는 점차 어려지는 엄마 정숙을 면회하러 이따금씩 방문하는 201호 박하를 맞이하며 따뜻한 밥과 갓 구운 고등어구이를 같이 먹는 집주인 막례와 지성 부부의 인정이 정겨운 (아는 사람의 장례식), 101호에 사는 건설 현장에서 신호수 일을 하며 불안한 자신의 생계를 꾸려가는 병철과 청국장을 담을 용기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손을 다쳤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공장에 찾아가 시위히며 보상금을 일부 받아내는 아내 석희 그리고 그들의 하나뿐인 딸린 아영이 수시로 대학에 합격하며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손님과 시비가 붙어 손님에게 폭행을 하게 되자 석희가 받은 보상금으로 합의금을 주게 되지만 곧 새로운 일자리를 얻은 석희와 스타벅스에서 알바하게 된 아영, 그리고 자신을 대체하던 신호수 로봇이 망가져 잃었던 일자리를 되찾은 병철의 너무 비관적이지 않은 현재의 상황(새들도 멀미를 한다)이나 대문이 없던 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았지만 카페 알바와 주방 찬모를 거쳐 마침내 빚을 갚고 자신의 보금자리가 될 찬호와 수영에 이어 인정빌라 301호에 이사오게 된 경미(대문 없는 집), 그리고 202호에 함께 살던 남자친구 필이 헤어지자며 짐을 챙겨 떠나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연과 부모들은 잘 보이지 않고 아이 혼자만 가끔 지연의 눈에 띄어 아이스크림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빈 집이 되어버린 201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의 이야기가 인정빌라에 뿌리를 내려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무섭게 자라는 방울토마토(표지가 인상적인데 바로 이 방울토마토가 단편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이 들었고 딱 표지에 적합해보였습니다.)의 줄기처럼 얽히고설켜 구수한 고등어 구이 냄새처럼 정겹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어 저도 인정빌라에 세들어 살고 싶지만 그럴러면 서울 사당동으로 가야하고 아무리 인정 많은 막례, 지성 어르신이 편의를 봐주셔도 집값 높은 서울에서 살기 위해 병철과 석희 부부나 찬호와 수영 부부처럼 허리띠를 졸라 매며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김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