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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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세난동 문화센터에서 미술강사로 채용되어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자신만의 화실을 가지며 그 곳에서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보증금이 없는 대신 월세가 비싸고 또한 매달 월세를 손자의 야구코치에게 입금해야하는 다소 황당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약하여 마침내 자신만의 화실을 가지지만 VIP수강생인 주영을 필두로 자신의 수강생들이 줄곧 수강취소하여 자신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계약했던 화실또한 뺄 수 밖에 없게 되는 상황에서 손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던 유일한 수단을 잃게 된 집주인인 노인의 절규가 인상적인 (당신의 손끝), 호텔 수영장의 안전요원으로 일하다 호텔 투숙객인 매력적인 여인과 함께 일탈 행위를 하는 (태양 아래 반짝이는)과 혜심이 버린 피아노를 다시 주워 온 준용이를 쉽게 내치지 못하는 (피아노),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일하던 수하가 잠시 맡게된 아이와 함께 무너져내리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아이에게 살며시 말하는 (조망)이나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과 SNS로 소통하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본 후 악의적인 댓글을 달던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내 자신이 받은 모멸감을 그대로 돌려주는 (모자이크)같은 소설들 속 인물들이 본의아니게 다른 이들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게 되는 모습들이 제목과 맞닿아 인상적이었고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상징적이었던 (그 아이)와 이야기 끝의 반전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던 (유령의 집, 발표 당시의 제목이 ‘또 다른 고향‘이었는 데 제목을 바꾼 것이 더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에게 고착화되었던 ‘악마‘ 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악인‘ 이 되고자 실패가 예상되지만 포기하지 않을 (익명의 마왕으로부터)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근 발표하신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 속에 사는 저에게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 (딸과 깍 사이)까지 총 10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 데 작가님이 허투루 쓰시지 않으셨다는 것을 읽으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원평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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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밖은 안녕
이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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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사슴이 앉아있는 모습((안개의 기분) 속 마음만 먹으면 대화 상대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신기한 사슴 ‘키리‘일 것 같은)이 인상적인 이주혜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괄호 밖은 안녕]을 읽었습니다.

(안개의 기분)
인상적인 표지에선 한낮이었지만 홋카이도의 밤에 차를 타고 가다 마주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마음만 먹으면 대화 상대방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슴 ‘키리‘를 만나 함께 차를 타고 키리가 아는 맛집에서 하이볼을 긴 빨대로 키리가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 손님입니까)
함께 자매처럼 지내다 불현듯 자신과 엄마의 곁을 떠나버린 영란 언니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되어 엄마대신 일본으로 가게 된 인물이 떠올리게 되는 영란언니와의 기억들 속에서 피어오른 균열에 목도하느라 정작 이야기의 반전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묘지 딸린 절과 산 사람들이 묵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장례식과 결혼식에서 허둥대는 인물처럼 저 역시도 어리둥절해졌습니다.

(괄호 밖은 안녕)
홋카이도를 가게 된 인물이 하코다테 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맨발차림의 의문의 여인을 만나 동행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이제는 자신에게서 멀어져버린 지 오래인 석우와 여준을 떠올리게 되는 낯선 상황에서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 여인의 표정과 눈빛과 몸짓들로 어떤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게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소중입니다)
육지 끝으로 가버린 철학자를 만나러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번역가와 다소 거칠지만 유일하게 아이를 낳아 기른 경험이 있는 소설가와 남이 되었지만 전남편의 시아버지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시인이 우연히 둥지에서 떨어져버린 어린 새를 발견하여 저마다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록 비가 내리는 집)
평생 교장 남편인 박천일에게 교육받으며 순종하던 양순덕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100여개의 화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그런 양순덕을 떠나보내며 박천일에게 남긴 유언과 100여개의 화분을 결국 박천일이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교수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살았으나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손우정에게 집과 함께 넘겨버렸고 그런 손우정이 죽어가던 화분들 속에서 양순덕의 애정이 담긴 일기를 보게되며 점차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폭우가 내린 후 조금씩 자라난 화분에 심겨진 식물들과 손우정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할리와 로사)
서로의 본명은 모르지만 나이가 같고 각각 미용실과 네일아트숍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멋진 모습을 꾸며주는 할리와 로사가 서로 친해져 함께 식사하고 할리의 고향인 전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맘껏 슬픈 사람)
엄마가 바라던 대로 아들을 낳았지만 정작 자신보다 엄마가 더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던 아들 윤이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가기 전 일본의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마침내 맘껏 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영, 일월 육일 어때)
대학교 시절에 나이는 언니였지만 같은 학년인 1004(생일 또한 10월 4일이라 천사)같던 순영(서로의 이름에서 빌려 가명으로 동아리 모임에서 활동하게 되는)과 멀어지게 된 소설가인 차수은이 이주혜작가님(당연히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인물이므로 작가님의 모습이 어느정도 투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과 겹쳐져보였고 그런 작가님에게 저도 혹시 누나라고 불러도 될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며 작년에 출간되었던 [여름철 대삼각형]과 실패했다(두 번째 장편소설이 처참히 실패하자 공황이 오고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부분또한 허구일 것으로 여겨지지만)고 문득 여겨질지도 모르나 인상깊게 남았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과 알알이 새빨갛고 새콤할 것이 분명한 [자두]를 읽었던 저만이 번역할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을 기억 속에 그리고 제 감각들 속에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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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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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유원」,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던「페퍼민트」, 그리고 청소년에서 다양한 세대로 넓히기 시작한「경우 없는 세계」등 유명한 백온유작가님의 작품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접해보지는 않았는 데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첫 소설집 「약속의 세대」가 출간되어 읽어 보았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처음에 실린 이 단편의 제목을 읽을 때 ‘나의‘라고 발음해야 하는 지 ‘나에‘라고 발음해야 하는 지 괜히 헷갈렸고 고향인 한서의 주인이 있는 산에서 송이버섯을 캐다가 덫에 걸려 발가락이 절단돼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보러 고향에 내려간 영지가 산의 주인을 대신하여 관리하던 구정은과 만나게 되고 그런 구정은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하게되는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섬뜩했습니다.

(광일)
출간전 미스터리 독파단으로 700여명의 독자들이 먼저 접한 작품이자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은 작품으로 택시기사 박광일이 두 여성손님을 태워 장거리 운행을 하게 되며 아내와의 약속을 깨기까지 했는 데 그 결과 또한 무서워 이 단편을 읽을 새벽에 잠시 졸음이 몰려왔지만 곧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의탁과 위탁 사이)
어떤 연유인지 간에 윤옥을 나름 살뜰히 보살피던 연수가 윤옥의 깨진 틀니를 아직도 지니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항상 연수를 시켜 챙겨주던 외팔이 어르신 또한 연상이 되었습니다.

(반의반의 반)
젊은작가상 대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의 제목만 알았을 때는 선뜻 이런 내용일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는 데 끝내 오 천만원의 행방이 어딘지 저는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혹시 (나의 살던 고향은)의 오 천만원 또한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

(회생)
처음 제목을 접할 때 ‘회생‘이 아니라 ‘희생‘으로 읽혀지던데 처음 연지와 약속을 잡고 연지에게 주려고 큰맘먹고 구매한 접시세트를 연지가 기쁘게 받지만 금세 잊을 것을 넘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이미 그 세트가 집에 있다며 면전에 거절할 줄 알았지만 끝까지 읽어보니 그렇게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망 권세 이기셨네)
발표하셨을 때의 제목이었던 ‘부활‘보다 기억에 남을 제목으로 사이비 종교에 발을 들인 미리를 그런 미리 때문에 자신의 인생또한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세주가 착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결말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너무 기괴하지만 차마 잊기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있어야 할 곳)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고로 자신의 딸 진아를 잃은 뒤 캐나다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잘못이지만 휘말려버린 사건으로 인해 캐나다로 도망치듯 유학 할 수 밖에 없었던 하나가 이모의 집에서 유학 생활하며 이모 가족의 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모의 앞날에 희망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약속의 세대」라는 제목이 (사망 권세 이겨셨네)에서 비롯되었고 저는 비록 「유원」을 비롯한 백온유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분들이 백온유작가님의 작품들을 감명깊게 읽고 공감을 하며 백온유작가님을 애정한다는 것을 같이 구매한 코멘터리 북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며 더 늦기 전에 저도 「유원」, 「페퍼민트」, 「경우 없는 세계」를 읽으려고 제 자신에게 약속하려고 합니다.
백온유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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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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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너의 나쁜 무리]를 읽었습니다.

(추운 뺨에 더운 손)
제목부터 되게 모순적인 느낌을 주었는 데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불현듯 영화판에 뛰어든 기문을 따라 한 낡은 가옥에 가게 된 선이를 맞이한 무정이라는 의뭉스러운 노인이 흔적도 없이 증발되었고 기문의 차또한 같이 사라짐으로써 알 수 없게되는 상황에 눈길이 갔었습니다.

(작은 벌)
2 중 1이라고 놀리듯이 불러도 익숙해진 한때 응급구조요원을 꿈꿨으나 사설 응급차를 몰고 있는 이중일에게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진정희와 그의 보호자인 서송이가 응급차에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다소 황당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그들의 행동에 기꺼이 증인이자 공범이 되고 싶은 충동이 느꼈지만 그랬다간 작은 벌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의 나쁜 무리)
부모 대신 할머니인 여사와 살며 여사의 수많은 남자친구들 또한 숱하게 본 유선이 여사의 남자친구 중 하나이자 여사가 차용증도 없이 돈을 주었지만 연락두절된 현구 아저씨를 만나 자신들을 직접 자신들이 구제하기 위해 당시 사귀고 있던 이해신과 한패가 되어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깊음을 넘어 멋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합니다.

(소란한 속삭임)
위픽시리즈에 먼저 발표되었지만 당시엔 읽어보진 않았는 데 시끄럽게 하여 남에게 민폐끼치는 것을 못견뎌하는 시내와 그런 시내와 함께 속삭이는 모임에 일원이 된 모아, 그리고 그들과는 정반대로 거리에서 예수믿으라고 큰 소리로 사람들에게 피해주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때 그것을 밖으로 분출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자씨가 함께 시내에게 고통을 주는 윗집으로 찾아가는 모습에서 역시 이들의 모임에 저또한 일원이 되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아무 사이)
7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으로 아무래도 저 역시 희지씨처럼 감정노동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더 깊게 몰입하며 읽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특히 모든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럼으로써 깎이는 마음을 도로 채우는 법을 도무지 알 수 없고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취약한 부분을 너무 쉽게 들키고야 마는 풍동에 사는 뮤 할머니와 마두동에 사는 오 할머니, 탄현동에 사는 두부 할머니의 요양보호사 희지씨를 보며 제 자신에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신광장)
영화 [접속]의 전도연배우가 맡은 배역인 수현이라는 인물과 가상대화를 하다가 만나게 되는 부분이 있는 데 7편에 단편 중에서 가장 의문스러웠던 작품이었고 그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서술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치 혼자서는 [버블보블]의 스테이지100을 도저히 깰 수 없는 것처럼 이 단편또한 저 혼자선 끝끝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뜰의 미래)
네 명의 고모들 중 유난히 얼굴이 까매 뚜비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고모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지만 소식을 끊던 문주에게 뚜비의 소식이 전해지고 그 뚜비의 소식을 전해준 이가 바로 뚜비 집에서 자주 놀았던 근정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근정이와 뚜비가 법적으로 맺여져 있다는 것또한 놀라웠지만 뚜비의 마지막 소원을 근정이 앞에서 문주가 이뤄주는 모습은 뭉클하기까지해서 이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 소설집 [사랑과 결함]에 이어서 불순하고 모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던 [너의 나쁜 무리]와 함께 딸려온 ‘우리는 우리가 구제해야 하는 거야.‘에 대한 스크래치부분을 동전으로 긁어보며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합니다.
예소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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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함윤이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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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어디론지 한걸음에 갈 수 있게 해주는(되돌아오는 것은 안되지만) 3대째 물려받아 자취방에 고이모셔둔 ‘자개장‘[자개장의 용도(자개장의 용도), 문학과지성사 2025]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제가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지난달에 출간된 함윤이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 [정전]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막이라는 인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다니다 집안 사정(삼촌이라고 부르던 작자가 아버지의 돈을 들고 튀어 급하게 지금 살던 곳보다 더 좁은 집으로 이사가게 되어 시험을 망쳤고, 망쳤으므로 당연히 장학금을 받을 수 없으니)으로 인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6개월 계약직인 제약 공장에 일을 하러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읽으면서 저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약 한 달간 파이프 생산 공장에 다니고 그 전에는 공장은 아니지만 물류센터에 3개월정도 물류적재차량 신호수로, 또 그 전엔 현장실습으로 약 한 달 반정도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일하던 기억들이 수시로 제게 찾아왔고 저는 그저 그 기억들을 차마 모른 척하고 흘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저는 스리랑카에서 왔으며 특히 계란말이를 맛있게 만들고 김치도 제 손으로 담그는 서영이라는 여자친구가 있던 라히루와 같은 외국인근로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없지만 라히루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열심히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과 같은 심정이 들었고 막은 6개월 계약직이었고 복학하기 전까지만 등록금을 벌려고 공장에 다녔지만 수지를 포함한 오래 일하던 많은 근로자들이 단지 노동조합을 만들어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근무태만으로 삼아 해고시켜버린 공장을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노무사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투쟁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제 안에서 싹 트고 있는 분명하지 않던 분노를 밖으로 꺼내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제목인 [정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등학교 졸업식때 막에게 은단이 이야기한 은단의 비밀스런 능력과 연관이 있으며 그것을 라히루와 계약직이었던 자신을 비롯하여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잘려나간 사람들을 위해 은단에게 막이 부탁하여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 밤에 공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무모하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함윤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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