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함윤이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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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어디론지 한걸음에 갈 수 있게 해주는(되돌아오는 것은 안되지만) 3대째 물려받아 자취방에 고이모셔둔 ‘자개장‘[자개장의 용도(자개장의 용도), 문학과지성사 2025]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제가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지난달에 출간된 함윤이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 [정전]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막이라는 인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다니다 집안 사정(삼촌이라고 부르던 작자가 아버지의 돈을 들고 튀어 급하게 지금 살던 곳보다 더 좁은 집으로 이사가게 되어 시험을 망쳤고, 망쳤으므로 당연히 장학금을 받을 수 없으니)으로 인해 대학교를 휴학하고 6개월 계약직인 제약 공장에 일을 하러 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 읽으면서 저는 산업기능요원으로 약 한 달간 파이프 생산 공장에 다니고 그 전에는 공장은 아니지만 물류센터에 3개월정도 물류적재차량 신호수로, 또 그 전엔 현장실습으로 약 한 달 반정도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일하던 기억들이 수시로 제게 찾아왔고 저는 그저 그 기억들을 차마 모른 척하고 흘려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저는 스리랑카에서 왔으며 특히 계란말이를 맛있게 만들고 김치도 제 손으로 담그는 서영이라는 여자친구가 있던 라히루와 같은 외국인근로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없지만 라히루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열심히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과 같은 심정이 들었고 막은 6개월 계약직이었고 복학하기 전까지만 등록금을 벌려고 공장에 다녔지만 수지를 포함한 오래 일하던 많은 근로자들이 단지 노동조합을 만들어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근무태만으로 삼아 해고시켜버린 공장을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고 노무사들을 만나며 치열하게 투쟁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제 안에서 싹 트고 있는 분명하지 않던 분노를 밖으로 꺼내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리고 소설 제목인 [정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등학교 졸업식때 막에게 은단이 이야기한 은단의 비밀스런 능력과 연관이 있으며 그것을 라히루와 계약직이었던 자신을 비롯하여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잘려나간 사람들을 위해 은단에게 막이 부탁하여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 밤에 공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무모하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함윤이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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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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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작가님의 <사랑의 힘>을 읽었습니다.

(사랑은 유행)
애지중지 키운 수호에게 첫사랑이 생겼는 데 그 여자애는 수호보다 집안형편이 좋지 않은 유나라는 여자애이고 여러모로 수호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수호와 헤어져 달라고 말하기로 다짐한 수호의 엄마를 보며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몸에) 좋은 사람)
어찌됬든 그런 수호와 헤어지게 된 유나가 대학교에 입학학게 되었는 데 우연히 동아리에서 만나게 된 복학생 현우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는 것을 계기로 그에게 점점 끌려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유나의 모습을 보며 제 마음이 절로 흐뭇해졌습니다.

(어떤 사랑의 악마가 있어)
그런 유나와 사귀고 있는 현우에게 과거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선사한 사람이 있었는 데 그 사람은 현우보다 연상이며 대학원에서 논문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만인이 선망하지만 이미 임자가 있는 유부남인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이끌리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는 행위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문어와 나)
그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곤혹을 치루게 된 지도교수가 자신의 유학시절의 모습이 담긴 해외로 홀로 떠나 어떤 바에 앉아 술을 마시려고 하는 데 이국적인 민머리의 남자가 자신의 손을 잡으며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보며 저라면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았습니다.

(Everythig is gross but you)
한국인이 분명한 차림의 낯설지만 선한 남자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던 그 민머리의 남자 펠리페에게는 과거 한 마을의 특별한 공동체에 머물던 기억이 생생한 데 거기서 만난 하나에게 끌리지만 하나는 여자에게만 끌려하고 하나가 끌린 샤시라는 여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 이 셋의 기묘한 관계가 눈길이 갔었습니다.

(드라마)
그런 하나가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예기치 못한 봉변을 당하게 되고 그런 봉변에서 적극적이던 보미와 만나게 되어 알콩달콩 사랑을 하여 혼인신고까지 하게 되었지만 결국엔 이혼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아직은 우리나라에선 먼 이야기지만 이런 현실이 다가와도 마냥 행복하진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신분 차이 나는 짝사랑)
공동체에서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 자연스레 공동체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던 미국으로 돌아간 샤시가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랑을 하는 개개인의 능력이 랜덤으로 부여되는 ‘로로마 효과‘를 발견한 대만의 저명인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 데 그 저명인사의 가슴벅차지만 다소 일방적인 사랑이 조금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Love, it‘s a bit old-fashioned)
엄마의 지극정성인 노력과 첫사랑이었던 유나의 저주(?)로 인해 의대에 가지 못하고 별볼일 없는 인생을 살게 되는 현우가 편입 학원에서 만난 만구 형의 사무실에 AI 데이팅 앱을 개발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며 자신의 첫사랑인 유나를 바탕으로 AI 대화 상대를 설정하여 데이팅하는 데 점점 그 가상현실에 몰입하게 되고 마침내 예정에도 없던 동창회에 나가게 되는 데 그 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며 이뤄지는 일들이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멋져보였습니다.

이 연작소설에 실린 연작들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제 안에 로로마가 흐르고 있고 그 사랑의 능력이 아직까진 구체적으로 제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박서련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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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목욕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지연 지음, 김지혜 그림 / 마음산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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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작가님의 첫 짧은 소설 「꿈 목욕」을 읽었습니다.

이 짧은 소설집에는 작가님의 실제 꿈을 꾼 것을 바탕으로 쓰신 표제작 (꿈 목욕)을 비롯해 호텔에 갇힌 신세가 되어 하루가 반복되는 (맴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이미 오래전에 죽은 옛 연인이었을 유령의 뒤를 따라가는 (산책하는 귀신들), 평소 잘 울지 않고 슬픔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너머 꺼이꺼이 통곡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울음의 형식)의 엉엉울음상담소, 평소 쓸데없는 것들을 버리는 것에 보람을 넘어 희열을 느끼던 차에 도둑이 들어 돈되는 물건들이 없어지진 않고 화분이 깨져있었지만 그걸 계기로 문을 잠그던 딸 혜주의 방에 들어가는 (도둑)의 판조, 더이상 종이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녹색꼬리와 함께 모래언덕을 넘어 문으로 향하는 (나무 아래 악어)까지 김지연작가님이 직조하신 꿈결 같은 14편의 짧은 이야기와 김지혜님의 희미해져가지만 은은한 기억의 풍경을 담은 그림까지 곳곳에 더해져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그림까지 보면서 그 여운이 두 배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지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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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이유리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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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인 「구름 사람들」을 읽었습니다.

구름 아래에만 사람들이 사는 줄 알았는 데 불법이긴 해도 구름 위에도 마을을 이루며 사람들이 살고 있고 주인공인 하늘 역시 구름에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인력사무소에 나가지만 이따금씩 하늘에게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남의 집 집안일을 도맡아하며 돈 버는 엄마와 아직은 미취학 아동이라 집에서 할아버지와 더불어 기생충 취급당하며 하늘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일삼지만 아직은 해맑은 동생까지 이렇게 다섯 식구와 함께 살아가며 고깃집 알바를 하기 위해 춘여사를 통해 발판을 이용하여 구름 아래로 내려오며 생활하는 이야기가 다 인줄 알았으나 구름에서의 생활이 불법이라 조만간 분홍빛의 인공강우를 내려 구름에 있는 모든 것을 철거하며 잘 곳은 커녕 갈 곳이 없게 되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밥만 축내던 할아버지또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는 등 하늘에게 너무 안좋은 일들만 벌어지게 되는 모습을 눈으로 읽으면서 (하늘이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순간 읽는 것을 포기할까했지만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런 하늘에게 한줄기의 희망이 찾아오는 것 같았지만 그게 희망인지 무엇인지는 다 읽고 글을 쓰는 지금도 잘모르겠습니다만, 결국은 하늘이 원하는 데로 된 꼴이기에 하늘에게 구름사람들의 생활상을 물어보고 하늘의 사연을 듣고 자신의 한달치 용돈을 하늘에게 보낸 연수와 같은 마음이 들지라도 햇볕을 쬐고 싶으면 암막커튼을 거두면 되고 밥을 지을 최신식 전기밥솥이 있으며 누구도 자신의 허락없이는 결코 발을 들일 수 없는 자신만의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잘 살아갈 하늘이를 지켜보고 응원하고자 합니다.
이유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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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사람 주의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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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현재 살고 있는 부산에서도 이따금씩 집중호우나 강풍, 어떤 사고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는 재난경보문자가 제 휴대전화로 전송이 되고 있고 며칠 전에도 지금 거리를 배회하는 실종 신고 접수된 사람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문자또한 받고 있는 상황에서 조경란작가님의 신작 (연작)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이 출간이 되어 읽었습니다.

「반대편 사람 주의」에 실린 (은천에서), (그녀들),(일러두기), (검은 개 흰말), (그들), (빗방울 하나 마른잎을 두드리네), (절차) 단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학교수가 되길 원하지만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는 다는 슬픈 사실을 맞닥뜨려 불안해하거나 결국엔 체념한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시간강사의 처지에 있으며 시간강사만큼이나 연로하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데 어느덧 저도 이제 불혹이 마냥 멀게만 느껴지진 않을 나이에 접어들고 흰머리가 제법 늘어나고 얼굴에 주름도 늘어가며 점점 침침해지는 눈으로 읽으려고 하니 조금씩 벅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우울하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에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라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내다버리려고 생각하고 있거나 이미 내다버린 사람들을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남겨진 소설 속 사람들을 보며 저도 진지하게 제 삶의 끝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겨울이 아직 남아있을 줄 알았는 데 어느덧 봄이 왔고 조만간 겉옷도 집에 두고 밖을 나오다 이젠 팔을 드러내는 티셔츠만 입게 되며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도 온장고를 창고 안으로 치우며 태풍과 장마의 계절이 제게로 찾아올 것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울적해지지만 그래도 조경란작가님이 몰두하며 정성스럽게 빚으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인물들과 함께 제게 남은 시간들을 저역시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경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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