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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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가 정소현작가님의 등단작이기도 한 (양장 제본서 전기)가 실린 「실수하는 인간」이 한창 방영되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 맞춰 새롭게 옷을 입고 제목또한 (너를 닮은 사람)으로 바꿔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일 맨 앞에 실린 (양장 제본서 전기)를 읽기 시작했는 데 ‘합법적으로 사라지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영지라는 인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 데 두 번째로 읽으니 점점 집이 되어가는 엄마와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아빠가 아닌 아빠 그리고 빌어먹을 집구석인지라 신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아직 온전히 시청하지 않은 (너를 닮은 사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주연인 두 배우가 각각 그 인물들로 매칭이 되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 데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의도한 것이지만 완전하게 문장이 이뤄지지 않은 채 끝이 나서 책이 잘못 인쇄되었나 싶어 갸우뚱했다가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끝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폐쇄되는 도시)에서는 고현자할머니를 찾기 위해 ‘삼‘이라는 인물이 점점 폐쇄되는 도시 속으로 들어가고 (돌아오다)에서는 취업을 하며 할머니와의 독립을 하게 되었지만 극성을 부려 결국 할머니의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손녀가 출산이 임박한 윤옥을 집으로 들이며,
어릴적 함께 했던 자매와도 같은 제인을 찾으려고 하는 (이곳에서 얼마나 먼), 나의 부모와 내가 함께 살았던 동네의 집을 찾기 위해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에 잠시 머무는 (빛나는 상처)와 전쟁통에 끌려간 남편 임학평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낯선 남자의 집에 갇혀버린 아내와 죽지 못해 살아버린 노파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지나간 미래), 그리고 그 어감 자체로 제가 인상깊게 여겨지는 (실수하는 인간)까지
총 8편의 단편을 9년만에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고 그때부터 꾸준히 제 생각과 느낌들을 표현할 걸 후회도 되고 그렇습니다.
한창 방영중이라 40여쪽 안팎의 단편소설을 1시간짜리 드라마로 무려 16부에 걸쳐서 보여줄텐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단편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또한 궁금하여 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이었으나 초판을 3쇄밖에 찍지 못해 아쉬웠는 데 드라마가 방영되고 새로 재판을 찍어서 그런지 벌써 3쇄를 찍었다고 하니 제가 더 기쁘네요.
정소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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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 2021년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화상 수상작
이숙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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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수상작인 이숙종작가님의 「보트하우스」를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드는 마음은 저도 물 꿈을 꾸고 싶다, 정확히는 물 속에 잠겨있는 무덤이 나오는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는 세 사람이 있는 집에서 2살 후에는 두 사람, 네 사람, 일곱 사람이 살던 집에서 살다가 두 사람만 살던 집에서 오랜 시간동안 살다가 현재는 한 사람만 사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보트하우스가 정확히 어떤 집을 이야기하는 지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고 있고,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 형태 같은 것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게 한국에서는 이러한 집을 보기가 좀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 베틀 짜는 여자, 죽었으나 소리없이 도둑무덤 옆에 묻혀 물에 잠겨버리고 세월이 지나 사람들은 서서히 그런 기구한 사연을 잊혀가지만 꿈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이미지들......
이야기는 필립 케멜 캠밸이라 남자가 교수였던 서지향과 그의 딸인 최연지와 함께 보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이야기와 연지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교차되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세 사람, 네 사람, 두 사람,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은 알 수가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은 실재한다는 것을 생각해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숙종작가님, 진심으로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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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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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보는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9번째로는 권정현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입니다.
하민이라는 스물일곱살의 여자가 공무원시험을 4번 떨어진 후에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불의의 사고로 불과 세 살이었던 아들 은수가 세상과 작별하자 그때부터 절망과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은수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반려견인 무지를 입양하며 공허함을 달래려 노력하던 이들에게 신이 축복을 내려주신걸까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불현듯 찾아온 천사처럼 은수와 비슷한 또래인 동수, 그 옆을 지키고 있던 눈동자마저 새까만 고양이 까망이를 발견하여 운명처럼 그들의 가족이 되면서 은수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이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는 데 새벽에 베란다에서 아래를 쳐다보던 중 자신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눈빛을 보게 된 후로 주변을 맴도는 그때의 실루엣이 신경쓰이던 차에 산책을 나갔다가 평소와 달리 사납게 짖으며 불안해하던 무지가 까망이에게 공격을 당하여 결국 한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가 나자 곁에 있던 동수와 까망이를 의심하고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이 그 실루엣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은수를 잃은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기전에 기이한 일들이 민의 주변에 연이어 일어나자 불안하면서도 끝까지 맞써 싸우려고 하는 민의 모습이 점차 무서워지기까지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구체적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결말에 이르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진실을 안다한들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무섭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예민해진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 데 확인해보면 아무 것도 없어서 의아해하며 읽었습니다.
앞서 나무옆의자 로망컬렉션으로 출간된 「미미상」도 읽어봐야겠습니다.
195쪽에 ‘의사가 그런 민을 기자려 (기다려)
주지 않고 말했다.‘라는 오타가 있네요.
권정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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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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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수상작이 없어서 아쉬웠는 데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허태연작가님의 「플라멩코 추는 남자」가 출간되어서 벌써 시기가 그렇게 되었나 싶더군요.
혼불문학상이 젊은 문학상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을 한 끝에 선정된 「플라멩코 추는 남자」라는 제목만 들어도 ‘젊은‘ 작가님의 작품이며, 너무 어둡거나 역사를 다루지는 않겠지라며 안심했다가 주인공이 칠순이 다 되어가는 굴착기기사인 허남훈씨여서 1차적인 충격이었고 허남훈씨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것에 2차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굴착기기사로 성실하게 일하며 공무원에서 은퇴 후 요양원에서 일하는 아내와 24살에 임용고시에 합격해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아가 있어서 허남훈씨가 행복한 사람일 줄 알았는 데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첫번째로 한 결혼이 무참하게 끝난 후로 술을 마시며 방황하며 살던 남훈씨에게도 불행했던 과거가 있고 그 과거 속에서 태어난 남훈씨의 또 다른 딸 보연이 생각나며 나중에라도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마음에 자서전을 쓰고 주어-동사-목적어순으로 쓰는 스페인어와 스페인의 거리에서 흥에 겨워 추는 플라멩코를 배우는 모습이 그저 멋있기만 했었어요.
젊었을 때 죽다 살아난 후 ‘청년일지‘를 쓰며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에 정작 ‘청년‘인 저는 너무 아무렇게나 살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COVID 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위드 코로나 또한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어서 불안한 시기에 이 소설을 읽으며 스페인에 가보지 않았고 플라멩코 또한 배워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매력을 느끼며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허태연작가님, 혼불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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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볼 아래서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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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속마음을 마음껏 터놓을 수 있었으며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소중했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면, 이제부터 그 존재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혼자서 감당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겁이 나고 막막할때 강진아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미러볼 아래서」를 읽어보면 환한 빛을 향해 캄캄한 어둠 속이지만 한 발씩 내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제가 ‘고양이를 찾습니다‘인 이유는 바로 곽아엽이라는 인물이 선배가 사장인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것도 모자라 내 모든 것이었던 까만고양이 ‘치니‘가 실종되었기 때문이죠.
이제 백수인 그녀는 거금(?) 30만원을 주고 사라진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고양이탐정에게 의뢰를 하지만 골든타임인 3일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었고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아엽과 비슷한 사연이 있던 캣맘을 통해 ‘치니‘가 스스로 가출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들던 한편 부당하지만 해고를 당했기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등록한 강좌에서 강사이지만 어딘가 전문성이 부족한 병선을 만나 오히려 병선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초반부터 아엽이 어떠한 배역을 맡아 연기하듯이 늘어나던 거짓말들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생때 같은 반 아이들에게 ××아파트 101동 301호에 산다고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정말이지 거짓말할때는 몰랐었는 데 현장학습을 갔다 오는 길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하마터면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며 해당 아파트가 보이자 아파트에 들어가는 척하며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났어요. 당연히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들켜버려 ‘이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생각해보면 특별한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봅니다.
또 꿈에서 갑작스럽게 사람의 형태로 등장한 ‘치니‘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겼다며(중성화수술을 했음에도) 돌아갈 수 없다고 하자 ‘치니‘를 찾던 현실 속에서 죽어가는 조그마한 고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갔으나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뒷산에 있는 공원에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는 모습에서 저 역시 죽어가던 작은 고양이에게 그저 바라보는 것말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결국 죽어버린 고양이를 작은 화단에 묻은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의 소중했던 치니를 결코 잊지 않고 간직하며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향해 걸음을 옮겨가는 아엽의 모습을 저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강진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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