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농경 사회
이소정 지음 / 민음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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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인지 문학상 수상작으로 당선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설들을 읽다가 포기하게 된 일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읽자마자 울리는 총소리와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시신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와중에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하여 아이까지 가진 여자를 단지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강제로 손을 잡아 끌고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인물의 모습에 과감하게 하차한 제 5회 고창신재효문학상인 이강원작가님의 [만금빌라]와 낯선 이국에서 탭댄스 수업을 들으며 객실 청소와 일식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탭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돈을 벌지만 수시로 대마초를 피우는 인물을 보면서 마치 대마초 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기분이 읽는 내내 들어 마지막 장을 읽기 전에 깔끔하게 읽는 것을 포기한 제 8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인 강지구작가님의 [인디카] 이렇게 두 편의 문학상 수상작이 있습니다.)인 상황에서 제 3회 연세 - 박은관문학상 수상작으로 이소정작가님의 [우리들의 농경 사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기 시작하였고 솔직히 구순태의 인감을 훔쳐 오지라고 할 수 있는 마을에 물류센터를 짓는 데 도장을 찍고 물류센터가 준공되자 물류센터에 일을 하러 가는 김문복과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도 여기까지인가 싶었지만 끝까지 읽어나갔습니다.

이 소설은 12월 소한부터 11월 대설에 이르기까지 1년 정도 구순태가 홀로 농사를 짓던 땅에 무단으로 찾아온 선지와 문복, ㄹ그리고 나가 구순태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씨앗이 발아하여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 성장하는 것처럼 이들또한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신흥종교를 믿던 어머니 밑에서 보살핌을 넘어서 학대나 착취를 당하고 심지어는 함께 했던 주경이를 떠나보내야 했고 자라면서 그리고 어른이 되면 알아야 하는 것들을 미처 다 배우지 못한 탓에 시행착오를 겪거나 순리대로 자라던 작물이 감염병에 걸리거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를 만나 폭삭 무너져내리기도 하는 시련또한 닥치게 되지만 씨가 발아하여 인고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까지 자신들의 손으로 일구어냈다는 것에 기쁨을 넘어 자긍심까지 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이들의 행위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다 읽었을 때는 제가 생각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이들에게 희망으로 가득차있지 않더라도 살아있는 한 다가올 내일들을 맞이하는 모습들을 저또한 맞이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소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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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의 온기
김혜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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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밖에 구멍 난 옷을 입고 홀로, 때로는 누나와 있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 경찰에까지 신고하는 누구에게는 오지랖이 넓은 것을 떠나 불편해보이지만 마음씨가 따뜻한 (관종들)의 정해, 영기 부부와 헬스장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올바른 운동 자세를 가르쳐주며 만나게 된 남자와 그저 남자가 모으고 있는 오래된 엽서 속 글자들을 해석해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매우 불쾌하게 여겨지던 (빈티지 엽서)의 그녀, 아내를 보내고 집에 틀어박혀 있지 말라는 아들의 성화에 여러가지를 배우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포기했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성경배우기 수업에 참여한 교회에서 허름한 차림의 양봉업자 박훈식 씨의 무례한 태도에 상종하지 않고 선을 긋기로 결심하지만 점점 폭우에 그의 거처에서 그가 건넨 꿀을 탄 물을 마시며 마음이 풀려가는 (푸른색 루비콘)의 손경수 씨, 아픈 어머니를 대신하여 이불 가게를 도맡게 된 애심에게 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며 애심의 말을 들어주었던 (하루치의 말)와 본명이 현옥인 현서와 그런 현서에게 돈을 선뜻 빌려준 애심, 미술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혜정의 소개로 저명한 안지일의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의 반응을 글을 쓰는 일을 맡게 된 (우연의 직조)의 우나, 자꾸만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았고 자신이 소유한 땅을 희래삼촌에게 팔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치매로까지 발전될 것이 분명한 아버지에게 자신이 받을 몫의 유산을 미리 요구하는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의 아들, 요양원에 있을 아버지가 홀로 살았던 집을 차지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왔으나 애지중지 자신이 키운 청란을 동네 사람들에게 팔며 달걀을 싫어하던 아버지또한 구매한 사실을 알게 된 자신과 똑닮은 민지에게 청란을 구매하는 (달걀의 온기)의 선희까지......
김혜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 속 인물들이 왠지 낯설지 않게 제 주변에 분명히 있는 사람들과 닮았으며 어떤 면모에선 제 모습이 보여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으나 그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온기를 저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김혜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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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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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 명절 때 받은 세뱃돈으로 동네 슈퍼에 가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잔뜩 샀다가 아빠에게 혼이 났던 일이 있는 데 그 이후로 세뱃돈은 아빠의 호주머니로 들어갔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 받은 세뱃돈에서 1~2만원 정도 주긴 했지만 돈 쓰는 법과 돈 모으는 법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나에겐 턱없이 부족했고 빨리 성인이 되길 원했으나 성인이 되자마자 친척들로부터 세뱃돈을 받지 못했고 그 모습이 너무 무안했던 나머지 그때 처음으로 내게 세뱃돈을 쥐어주신 부모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던) 내 몫의 세뱃돈을 내 맘대로 쓰지 못했다.

그리고 어쩌다 가게 된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에서도 돈을 쥐어주며 다 쓰지 말고 남겨서 다시 달라고 해서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유혹 뿌리치며 1~2만원 정도 빼고 남겨서 주니 기념품 같은 거 안 사왔냐며 매번 타박했던 것이 생각났고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내가 열심히 피땀흘려 일했던 월급을 내 맘대로 쓸 수가 없었고 결국 작고 작은 망함들이 모이고 모여 큰 망함이 되자 자의론 독립이지만 결론은 도망치듯이 떠나 살아가고 있는 지도 벌써 십 여년이 지났는 데 왜 아직 나는 아무 것도 뚜렷하게 이룬 것도 없이 개꿀이라고 생각할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의 ‘나‘와 달리 손님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불안해하며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소비기한이 임박하거나 심지어 하루 이틀 지난 제품들을 구매하며 나를 고용(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처럼 다 알고 계시겠지만)한 자영업자와 나 자신까지 속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 나 자신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최‘미래‘라는 이름을 지닌 작가의 세번째 소설집인 [돼지 목에 ‘사랑‘](제목의 폰트가 익숙해서 앞서 읽었던 조경란작가님의 [반대편 사람 주의]의 표지디자인을 하신 김유진님이 하신걸까, 했는 데 같은 분이었다.) 이라는 제목에 손이 가 읽기 시작한 것은.

첫번째로 실린 (얕은 바다라면) 속 쓸모가 다한 생선의 서덜들을 챙겨와 바다 맛 가득한 라면을 끓여주며 자신 만의 가게를 차리겠다는 미래를 꿈꾸던 선정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라는 관용어에서 착안된 (돼지 목에 사랑)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을 거부하지 않았던 미진이, 어느 누구도 그렇지 않아야 할 존재는 없으나 누군가의 따뜻하고 다정어린 손길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의 천진난만할 서라, 내게 꼭 필요한 물건들을 값을 지불하는 뜻으로도 우울하고 힘든 일이 내가 파놓은 깊은 우물 안에 내게 닥쳐와도 다가올 미래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도 읽히는 (살 것)의 고양이의 이름이 [녹색갈증]에서도 등장한 최장영실이고, 보호소의 탈을 쓴 신종 펫 숍에서 거금을 들이며 데려온 고양이의 이름이 안나왔지만 아마도 장영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동생 금매와 살아갈 언니 두리 앞에 놓여질 먹음직스럽지만 그 안에서 살 수 없는 (과자 집을 지나쳐)와 그런 언니보다 일찍 세상을 깨우치고 자신 만의 사업 수단을 확보하며 어디에 내놓아도 분명히 잘 살아갈 (대망의 정금매)를 읽었을 때엔 앞서 두서없이 내 안에서 빠져나와버린 나의 취약한 모습들이 생각나서 내 몸에 넘쳐흐르는 과자집을 만들어 줄 과자 속 당분으로 인해 갈증이 나서 빠르게 수분을 섭취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들을 빠르게 계산하면서도 너무 절박해보이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이채의 재능이 돋보인 (쉽게 잘살고 싶다 33화)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 곁에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캘리포니아산 귤 세 개로 저글링하고 있을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의 광대 분장을 한 원숭이와 뜨개질을 하며 무언가에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케이를 사랑했던 박미달이 살고 있는 소설 속 세상에 들어갔다 온 나에게도 (귀엽게 생각해) 속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는 노인네가 괘씸하면서도 알뜰살뜰 극진하게 모시는 브리드메이트 로즈 님과 힘들고 지치는 직장 생활에서도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무릎 위에 펼쳐놓으며 즐거움을 찾는 채리씨를 보며 동경을 넘어 귀여움이 느껴지며 인생은 이따금 귀여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미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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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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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이 소설집에는 세난동 문화센터에서 미술강사로 채용되어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자신만의 화실을 가지며 그 곳에서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보증금이 없는 대신 월세가 비싸고 또한 매달 월세를 손자의 야구코치에게 입금해야하는 다소 황당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약하여 마침내 자신만의 화실을 가지지만 VIP수강생인 주영을 필두로 자신의 수강생들이 줄곧 수강취소하여 자신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계약했던 화실또한 뺄 수 밖에 없게 되는 상황에서 손자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던 유일한 수단을 잃게 된 집주인인 노인의 절규가 인상적인 (당신의 손끝), 호텔 수영장의 안전요원으로 일하다 호텔 투숙객인 매력적인 여인과 함께 일탈 행위를 하는 (태양 아래 반짝이는)과 혜심이 버린 피아노를 다시 주워 온 준용이를 쉽게 내치지 못하는 (피아노),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일하던 수하가 잠시 맡게된 아이와 함께 무너져내리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아이에게 살며시 말하는 (조망)이나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과 SNS로 소통하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본 후 악의적인 댓글을 달던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내 자신이 받은 모멸감을 그대로 돌려주는 (모자이크)같은 소설들 속 인물들이 본의아니게 다른 이들의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게 되는 모습들이 제목과 맞닿아 인상적이었고 특히 짧은 분량이지만 상징적이었던 (그 아이)와 이야기 끝의 반전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던 (유령의 집, 발표 당시의 제목이 ‘또 다른 고향‘이었는 데 제목을 바꾼 것이 더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에게 고착화되었던 ‘악마‘ 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악인‘ 이 되고자 실패가 예상되지만 포기하지 않을 (익명의 마왕으로부터)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근 발표하신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 속에 사는 저에게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 (딸과 깍 사이)까지 총 10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 데 작가님이 허투루 쓰시지 않으셨다는 것을 읽으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원평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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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밖은 안녕
이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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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사슴이 앉아있는 모습((안개의 기분) 속 마음만 먹으면 대화 상대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신기한 사슴 ‘키리‘일 것 같은)이 인상적인 이주혜작가님의 두 번째 소설집 [괄호 밖은 안녕]을 읽었습니다.

(안개의 기분)
인상적인 표지에선 한낮이었지만 홋카이도의 밤에 차를 타고 가다 마주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마음만 먹으면 대화 상대방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슴 ‘키리‘를 만나 함께 차를 타고 키리가 아는 맛집에서 하이볼을 긴 빨대로 키리가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름 손님입니까)
함께 자매처럼 지내다 불현듯 자신과 엄마의 곁을 떠나버린 영란 언니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되어 엄마대신 일본으로 가게 된 인물이 떠올리게 되는 영란언니와의 기억들 속에서 피어오른 균열에 목도하느라 정작 이야기의 반전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묘지 딸린 절과 산 사람들이 묵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장례식과 결혼식에서 허둥대는 인물처럼 저 역시도 어리둥절해졌습니다.

(괄호 밖은 안녕)
홋카이도를 가게 된 인물이 하코다테 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맨발차림의 의문의 여인을 만나 동행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이제는 자신에게서 멀어져버린 지 오래인 석우와 여준을 떠올리게 되는 낯선 상황에서 말도 통하지 않지만 그 여인의 표정과 눈빛과 몸짓들로 어떤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게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이소중입니다)
육지 끝으로 가버린 철학자를 만나러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번역가와 다소 거칠지만 유일하게 아이를 낳아 기른 경험이 있는 소설가와 남이 되었지만 전남편의 시아버지를 살뜰하게 보살피는 시인이 우연히 둥지에서 떨어져버린 어린 새를 발견하여 저마다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초록 비가 내리는 집)
평생 교장 남편인 박천일에게 교육받으며 순종하던 양순덕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100여개의 화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마지막을 준비하고 그런 양순덕을 떠나보내며 박천일에게 남긴 유언과 100여개의 화분을 결국 박천일이 감당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교수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살았으나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손우정에게 집과 함께 넘겨버렸고 그런 손우정이 죽어가던 화분들 속에서 양순덕의 애정이 담긴 일기를 보게되며 점차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폭우가 내린 후 조금씩 자라난 화분에 심겨진 식물들과 손우정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할리와 로사)
서로의 본명은 모르지만 나이가 같고 각각 미용실과 네일아트숍을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멋진 모습을 꾸며주는 할리와 로사가 서로 친해져 함께 식사하고 할리의 고향인 전주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맘껏 슬픈 사람)
엄마가 바라던 대로 아들을 낳았지만 정작 자신보다 엄마가 더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던 아들 윤이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가기 전 일본의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마침내 맘껏 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영, 일월 육일 어때)
대학교 시절에 나이는 언니였지만 같은 학년인 1004(생일 또한 10월 4일이라 천사)같던 순영(서로의 이름에서 빌려 가명으로 동아리 모임에서 활동하게 되는)과 멀어지게 된 소설가인 차수은이 이주혜작가님(당연히 작가님이 만들어내신 인물이므로 작가님의 모습이 어느정도 투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과 겹쳐져보였고 그런 작가님에게 저도 혹시 누나라고 불러도 될지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읽으며 작년에 출간되었던 [여름철 대삼각형]과 실패했다(두 번째 장편소설이 처참히 실패하자 공황이 오고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부분또한 허구일 것으로 여겨지지만)고 문득 여겨질지도 모르나 인상깊게 남았던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과 알알이 새빨갛고 새콤할 것이 분명한 [자두]를 읽었던 저만이 번역할 수 있고 알아볼 수 있는 순간들을 기억 속에 그리고 제 감각들 속에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이주혜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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