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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게 묻다
김희진 지음 / 폭스코너 / 2025년 4월
평점 :
장은진작가님의 「세주의 인사」에 이어 표지가 아름다웠던 「욕조」이후 13년만에 출간된 김희진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오후에게 묻다」속 등장하는 작열하는 태양으로 인해 길 곳곳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손에 들었던 아이스크림이 녹으며 핑핑 돌다 그대로 픽 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여름 속에 꼼짝없이 갇혀있는 기분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오후에게 묻다)에 느닷없이 정체모를 이들에게 붙잡혀 수갑이 채워진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번역가인 사내와 만두를 빚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과 동생의 결혼식에도 방의 인력으로 인해 집 밖을 나가지 않던 큰 아들이 10년 만에 집 밖에 나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교통카드를 구매후 충전하고 또 버스를 타고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집으로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던 (어떤 외출), 작년에는 인형탈을 쓰고 알바를 했으나 올해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못해 차가워질 것 같은 빙과류 제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힘겨운 노동과 텃세 가득한 시선으로부터 고통받는 (그들의 고전주의)의 법학과 대학생, 돌아올 수 없는 부모를 기다리면서도 새로이 보게 되고 접하게 되는 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지극히 어리지만 운명적으로 곧 알게 될 슬픔과 외로움으로부터 점점 자라날 (늙은 밤)의 은우와 자신이 누구이며 왜 장미아파트 404동 408호에 있는 지 기억할 수 없는 (방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의 사내인 K가 바라보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의 습도높은 더위에서 벗어나고파 시원한 커피를 들이키며 에어컨을 최대온도로 낮추며 빨리 선선한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외에 그들 사이에 끼어든 이질적인 존재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각자의 물건을 나누며 헤어지는 이야기속에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숨어있는 (헤어지는 중)의 수정이나 신발가게를 운영하며 오랫동안 신발을 팔고 싶다던 인주를 위해 다소 기이하기까지 한 행동을 하며 인주를 향한 삐뚤어진 (거슬림)의 적화원을 물려받게 될 랩퍼를 꿈꾸던 태인의 사랑, 매주 일요일마다 어딘가로 떠나가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안에 소설책만 있는 캐리어를 끌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만나 공항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주는 (같은 일요일)의 중국집 배달원등 8편의 단편 속 인물들이 한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김희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