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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의 사랑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박민정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전교생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전교생의 사랑)
전학생의 일본식 표현으로 일본에서 제작, 개봉한 영화 「전교생의 사랑」을 리메이크화하여 한국에서 아역배우들에게 트라우마를 주게 하는 연기를 시키던 감독이 죽은 후 무엇을 기념하여 상영하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특별상영회에 당시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인 인물들이 당시엔 볼 수 없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영화를 보러 가게 되는 내용입니다.
(나의 사촌 리사)
(나는 지금 빛나고 있어요)
(하루미, 봄)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그룹 메가미의 멤버 리사, 하루미, 마나가 메가미 해체 이후 프리터로 살아가는 리사, 연예계에 남아 AV배우로 활동하게 되지만 원치 않은 부당한 일들을 해야만 했던 예명을 준코로 지은 하루미와 일찌감치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며 육아 브이로그를 올리며 과거의 자신에서 이제는 자신을 빼닮은 아이를 많은 이들이 봐주길 바라는 마나의 이야기를 연작소설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는 데 전작인 「바비의 분위기」나 「아내들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던 것 같은 기분을 읽으면서 들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강남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이를 한남동의 영어유치원으로 보내고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아이에게 전문직이 되어야 하며 머지않아 아너 소사이어티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인물이 펜데믹이 진행 중인 와중에 다른 지역의 수영장으로 원정을 가면서 수영을 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미래의 윤리)
코로나로 인해 대학생이라면 마음껏 누려야 할 캠퍼스 전경이나 학교를 거닐지 못하고 동기들이나 선후배, 교수들을 대면하지 못하며 대학생활을 보내는 대학생들 사이에 논문을 포함 강의자료들을 다른 교수의 것을 그대로 복붙하며 형편없는 강의를 선보인 교수를 규탄하는 내용이 살벌하지만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혼)
제목에서 막연하게 느꼈던 산뜻한 느낌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으나 미용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말실수를 하여 곤혹을 치른 엄마의 충격적인 고백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심지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일터를 떠나버린 딸의 이야기가 제목과 대비되는 것 같지만 현재로선 파란만장한 삶을 지나온 그녀들을 그저 응원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헤일리 하우스)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하여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인종이 다르며 좋은 학벌을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되어 씁쓸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었습니다.
첫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때」부터 「아내들의 학교」, 「바비의 분위기」, 첫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 「백년해로외전」, 「호수와 암실」, 중편소설 「서독 이모」, 「작가의 빌라」그리고 이번에 읽은 「전교생의 사랑」까지 어느 특정 대상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속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박민정작가님의 작품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길라잡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그냥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