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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이후 6년만에 출간된 정용준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선릉 산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읽었을 때 소설집에 실린 단편의 대부분이 제목이 변경되어서 의문을 가지기는 했지만 적절한 것 같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맘때쯤에 북플을 하기 시작했죠.
표제작인 (선릉 산책)을 읽었을 때는 분명 이 전에 읽은 적이 없었는 데 얼굴에 보호대를 차며 나무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던 한두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시간당 1만원으로 한두운같은 사람을 돌봐주는 일을 혹여나 제안받게 되면 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았으나 다시 되돌려줄수 밖에 없었던 승희이기도 한 두부(두부)와 큰지진이 나서 아수라장이 된 서울 종묘의 정전에 살포시 앉아 문화해설사인 이도와 야간 경비원인 서유성을 지긋이 바라보던 흰 눈처럼 하얀 고양이 스노우(스노우)를 저도 보고 싶었고 (사라지는 것들)의 엄마의 선택을 저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이코)는 2018년에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어 그 때 읽어보고 두번째로 읽게 되었는 데 도리어 (선릉 산책)보다 낯설게 느껴졌어요.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는 미이에게 안 좋아하는 것이 더 슬프다고 말하는 주우의 머리통을 쓰다듬고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어졌어요. (이러면 제가 악마같나요?)
(미스터 심플)을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슈퍼주니어의 동명의 노래제목이 생각이 났었는 데 전혀 상관없으며 있는 데 없는 것처럼 사는 것과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 데 둘 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양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빨래방을 가기는 해야 하는 데 날씨 핑계, 피곤함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어서 큰일이네요.
큰 범죄를 짓진 않았지만 제게도 (두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는 (두번째 삶)의 준범처럼 꾸준히 쓰고 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서 혼자 걷거나 둘이서 걷거나 산책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해서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지만 내일 아침부터 조금씩 가볍게 걷고 싶어졌습니다.
정용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