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중앙역 환기 시스템은 역을 오가는 하루 평균 승객 25만 명의 체열을 모아서 지하 탱크에 있는 물을 덥힙니다. 따뜻해진 물은 관을 통해서 중앙역 인근에 있는 한 건물의 난방용으로 쓰입니다. - P59

정말 필요해서 만든 물건인지, 필요를 만드는 물건인지 두 ‘필요‘의 차이를 잘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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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어릴 때부터 이미 모방 본능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부분도 처음에는 모방을 통해서 배우고, 모방하는 데 가장 뛰어나며, 모방된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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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한국희곡명작선 112
정영욱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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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
#정영욱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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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가장 현실적이라고 직시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그 현실이 처참하거나 추악스러울 경우다. 반면에 너무나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현실은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꿈결같은 이상으로, 마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적절한 비유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더 글로리‘는 현실적 이야기에 가깝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비현실적 이야기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둘 다 실제적 모티프가 존재하기에 분명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현실적 의미가 다르게 작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희곡 <농담>은 불편하디 불편할 정도로, 지독하디 지독할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다.

희곡 <농담>의 공간은 ‘때때로 투견꾼들이 남모르게 모이는 후미진 도시의 끝‘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삶의 끝판에 다다른, 더 이상의 재기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인생 패배자들의 모습들이다.

물어뜯어 죽여야만 살아남는 것이 투견장의 생리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이미 물어뜯길 만큼 물어뜯겨 너덜너덜한 채다. 그럼에도 투견처럼 그들끼리도 서로 물어뜯고 뜯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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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농담>은 가독성에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보인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사(작가는 해설부분에 ‘칼멘의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서 외국어처럼 남한 표준말로 번역해서 지막으로 활용해 주시기를‘ 요구하고 있다.)나 비논리적인 사건의 나열 등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시간차가 요구된다.

그런 만큼 연극적 내공을 가진 입장에서나 이 희곡이 가지는 진정한 매력을 십분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희곡읽기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입장이라면 이 작품 읽기는 나중으로 미룰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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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농담>에 대한 정서적 이해와 공감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어 옮겨 놓을까 하는데, 희곡 <농담>이 2016년에 공연되었을 당시 작가가 작품에 대해 전하는 글이다.

악을 분해하는 것은 악의를 닮은 선의이다. 현 시대의 분노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가진 자들의 염치없는 욕망으로부터 온다. 누군가 책임질 생각 없이 뱉은 농담처럼 인간이 구성한 사회가 살기 힘든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신보다는 물질의 유무에 삶의 계급이 정해지는 미성숙한 사회는 인간들의 미성숙함으로부터 온다. ‘농담‘은 강자가 약자들을 끝없이 통제하고 사익 창출의 수단으로 인간성을 폄훼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통해 억압이 어떻게 분출되고 해소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농담같지만 사회악을 향해 비수가 서는 작품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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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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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회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대상_이미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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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개인적으로 2019년 제10회 때부터 5년째 이 작품집을 꾸준히(?) 읽어오고 있다.

이러한 작품집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수상 작품마다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는 점이다. 한 편의 소설을 읽고 그 소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개인 독서에 있어 다양한 접근적, 해석적 방법론을 고양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이 된다.

또한 작품마다 수록된 작가노트를 통해 작가마다의 글쓰기적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곁들여 작품마다의 심사평을 통해 작가적 글쓰기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어 또한 좋다.

마지막으로는 매년 젊은작가들이 읽어내는 시대성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익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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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쪽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은 단편소설이 터뜨릴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은 물론이거니와 ‘통으로 오는‘ 묵직한 기억 모두를 성취한다. 남성중심적인 신화를 전복시키는, 모험하는 여성의 계보를 잇는 한 페이지로서 이 소설은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무게를 갖는다.
--- 해설/소유정-모험으로 전복하기 中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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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9쪽
올해로 젊은작가상이 14회를 맞이했다.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작가상은 우리 사회의 경향과 징후를 기록하는 매체로서 문학이 지니는 영향력을 믿으며 십사 년째 빠짐없이 운영되어왔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상이 시대와 공명하는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과 이야기 예술의 힘을 통해 미지의 감각을 선취하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 교두보를 마련해왔다고 자부한다. 해를 더해갈수록 상에 대한 기대가 안팎으로 커짐을 실감하며 심사위원 모두 겸허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심사에 참여하였다.
--- 심사경위 中 첫 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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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찌빠 한국추리문학선 15
김세화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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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찌빠
#김세화
#책과나무
#한국추리문학선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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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로 가볍게 읽었다가 이야기가 담고 있는 거대 담론에 뒷통수를 제대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이 갖는 형식, 즉 의문의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인물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소설 <묵찌빠>는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사건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욕망과 그 욕망을 부추기는 배경을 따져보면 <묵찌빠>를 단순히 추리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소설 <묵찌빠>는 추리소설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품의 중심인물인 김경령과 K의 시선과 행동을 쫓아 의문 투성의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순순히 따라가는 것만으로 추리소설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정작 작가 김세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추리소설을 벗어나 시대, 정확하게는 현재를 기반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아우르고 있어 추리소설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사회학적 보고서 같은... 나의 문외한적 입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래서일까? 책의 뒷표지에는 ‘공포의 바이러스와 기술 전쟁에 관한 우리 시대의 보고서!‘라는 문구가 고딕체로 강렬하게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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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묵찌빠>는 장문이 거의 배제된 채 전체적으로 단문으로 쓰여져 있어 이야기는 그 어떤 순간에도 지루해질 틈 없이 끊임없는 긴박함 그 자체로 치달리고 있다. 딱 필요한 말만 한다. 굳이 이런저런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는다. 부연 설명이 개입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깔끔한 단문이다. 그런 만큼 소설 <묵찌빠>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에 덮는 순간까지도 눈을 뗄 수 없고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또한 작가 김세화가 그려내는 인물의 생생한 매력도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김경령‘이라는 인물, 소설 <묵찌빠>를 읽게 된다면 그 말의 의미를 금방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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