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한국희곡명작선 112
정영욱 지음 / 평민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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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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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가장 현실적이라고 직시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그 현실이 처참하거나 추악스러울 경우다. 반면에 너무나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게 보여지는 현실은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꿈결같은 이상으로, 마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적절한 비유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더 글로리‘는 현실적 이야기에 가깝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비현실적 이야기에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둘 다 실제적 모티프가 존재하기에 분명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현실적 의미가 다르게 작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희곡 <농담>은 불편하디 불편할 정도로, 지독하디 지독할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다.

희곡 <농담>의 공간은 ‘때때로 투견꾼들이 남모르게 모이는 후미진 도시의 끝‘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삶의 끝판에 다다른, 더 이상의 재기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인생 패배자들의 모습들이다.

물어뜯어 죽여야만 살아남는 것이 투견장의 생리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이미 물어뜯길 만큼 물어뜯겨 너덜너덜한 채다. 그럼에도 투견처럼 그들끼리도 서로 물어뜯고 뜯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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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농담>은 가독성에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보인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사(작가는 해설부분에 ‘칼멘의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어서 외국어처럼 남한 표준말로 번역해서 지막으로 활용해 주시기를‘ 요구하고 있다.)나 비논리적인 사건의 나열 등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시간차가 요구된다.

그런 만큼 연극적 내공을 가진 입장에서나 이 희곡이 가지는 진정한 매력을 십분 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희곡읽기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입장이라면 이 작품 읽기는 나중으로 미룰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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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농담>에 대한 정서적 이해와 공감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어 옮겨 놓을까 하는데, 희곡 <농담>이 2016년에 공연되었을 당시 작가가 작품에 대해 전하는 글이다.

악을 분해하는 것은 악의를 닮은 선의이다. 현 시대의 분노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가진 자들의 염치없는 욕망으로부터 온다. 누군가 책임질 생각 없이 뱉은 농담처럼 인간이 구성한 사회가 살기 힘든 곳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신보다는 물질의 유무에 삶의 계급이 정해지는 미성숙한 사회는 인간들의 미성숙함으로부터 온다. ‘농담‘은 강자가 약자들을 끝없이 통제하고 사익 창출의 수단으로 인간성을 폄훼할 때 벌어지는 비극을 통해 억압이 어떻게 분출되고 해소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쓸데없이 지껄이는 농담같지만 사회악을 향해 비수가 서는 작품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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