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요즘 난, 너무 허전해. 물론 인생의 뒤안길을 걷고 있으니까 그러겠지만, 자꾸 내가 살아온 뒤를 돌아보게 돼...... 과연 내가 세상을 잘 살아 온 걸까? 한평생을 살았는데, 과연 내 것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이 세상에 뭐가 있을까 하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것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이 색소폰뿐이야......

금희
그런 생각마세요. 그냥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세요. 인생이란 대 허전하기 마련이에요. - P41

현우
모르세요? 믿음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는 걸.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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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제왕신위 한국희곡명작선 48
차근호 지음 / 평민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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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제왕신위
#차근호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48


......


✏️
희곡 <조선제왕신위>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과 제3장은 조선 제17대 왕인 효종이 선왕인 인조의 제를 올리는 장면이고, 제2장은 인조반정을 필두로 소현세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조의 생전의 이야기다.


제1장은 효종이 선왕 인조의 유언을 따라 북벌을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 제1장 (7쪽)
효종
선왕 인조 대왕께서는 대국 명나라를 섬기고 오랑캐 청국을 정벌하라는 국시를 내리셨다. 이는 대명사대(大明事大) 반청북벌(反淸北伐) 조선의 국시다. 이젠 명나라가 멸망하여 대명사대는 불가하나 반청북벌은 여전히 조선의 제일 과업이다. 나는 인조 대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봉림대군 효종이다. 법도에 따르면 장자이신 소현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시는 게 타당한 일이나, 형님이신 세자께서 일찍 승하하시어 인조 대왕의 둘째 아들이며, 세자 저하의 동생인 내가 조선의 17대 국왕으로 등극했다. 국왕인 나의 책무는 발해의 땅 요동을 회복하고, 유학의 문명국으로서 오랑캐와 왜를 교화해 명실공히 대조선제국을 이루는 것이다. 나는 천명한다. 오늘 인조 대왕의 기제일을 맞아 대조선국은 청국을 정벌할 것이다.


그러나 신료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효종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여기서 효종이 인조와 관련한 기록을 살피는 중에 장면은 인조반정이 거행된 1623년 3월 12일로 돌아가며, 제2장 인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제2장 (16쪽)
금관조복1
(즉위교서를 읽는다) 조선 개국 231년, 서기 1623년 3월 12일. 혁명군은 조선왕조 15대 임금 광해군을 왕위에서 축출한다. 혁명의 명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왕 선조 대왕을 독살하고, 형과 아우를 죽이거 어머니를 유폐시킨 죄. 둘째, 과도한 토목공사로 민생을 도탄에 빠트려 정사를 위태롭게 한 죄. 셋째, 대명사대를 하지 않고 두 마음을 품어 오랑캐한테 항복한 죄. 이에 혁명군은 선조 대왕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빈 소생인 정원군의 맏아들 능양군 이종(李倧)을 조선의 새로운 국왕으로 추대한다.


제2장은 인조반정을 필두로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 청에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의 귀환, 북벌론 주창, 반청북벌을 위한 전쟁 준비, 인조와 인조의 대의명분에 반발하는 소현세자의 갈등과 대립, 소현세자의 죽음 등 인조의 생전 이야기가 펼쳐진다.


광해군을 축출하고 왕위를 찬탈한 인조에게는 왕권에 대한 대의명분이 대명사대 반청북벌에 있었던 만큼 북벌론이 무엇보다 엄중하다. 하지만 인조의 대의를 물려받아야 할 소현세자는 인조의 명분에 의문을 가지면서 자식으로서의 입장과 세자로서의 입장이 갈린다. 이 갈등이 제2장을 긴장하게 만든다.


제3장에서 인조의 반청북벌의 유언을 효종이 결국 철회하면서 이야기는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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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조선제왕신위>는 평민사 출판본으로는 107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 작품은 이미 1999년에 발표되어 새로운 형식의 무대언어를 선보인 연극으로 제작되어 공연된 바 있다.

공연 당시 작가 최근호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인조와 소현세자, 이 둘의 갈등은 정(正)과 반(反)의 역사의 충돌이며,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의 충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품 안에서나마 인조와 소현세자, 이 부자의 피맺힌 갈등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부자의 화해라고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역사의 화해란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기에˝라며 극작 의도를 밝혔다.

또한 ˝비단 인조반정으로 상징되는 역사의 사건이 한국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과 연계되어 일차적인 해석으로만 끝나기는 바라지 않는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아니면 ‘역사는 반복되는가?‘ 이 두 개의 질문 앞에서 나는 고뇌한다.˝라며 작가적 고민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고민이지만, 그 고민은 단지 그 당시에서 머무르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도 작가의 질문과 고민은 진행형으로 남아있지 않은가. 역사는 그런 것인가 보다. 진보와 반복의 끊임없는 연속성... 그럼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지금 2023년 우리의 역사는 왠지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무튼, 작품이 갖는 힘은 역사에 대한 현실적 인식에 있어 우리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오늘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있지 않나 싶다. 작가는 ‘도덕적 판단‘으로 봤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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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간다 해서 잘못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감추면 감출수록 썩고 문드러져 반드시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산이 바뀌고 해가 지나고 대를 이어도 결코 순리를 막을 수는 없소!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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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
금정연 외 지음 / 편않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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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대한책에대한책
#冊에대한book에대한책
#편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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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책이다.

표지부터 상식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상 밖의 표지 디자인(사진 참조)이 그저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흥미롭다.

책 제목조차도 예사롭지 않다. 그냥 책이 아니다. 책에 대한 책도 아니다.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이란다. 그럼 결국 그 책은 어떤 책이 되는 걸까? 아무튼, 재미있는 제목이긴 하다. 하긴,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가 책 제목에 이끌린 탓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는 (도서 판매를 위한) 소기의 목적(개인적인 생각일 뿐)을 달성한 셈이라고 햬야 할까?

무엇보다 이 책을 기획한 출판공동체 <편않>의 이름조차 생소하다. 개인적으로 출판계에는 1의 관심도 없으니 이러한 출판사가 존재하고 있었음조차 관심의 영역에 없었으니 생소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의미로써 생소하다기 보다는 ‘편안‘이 아니고 ‘편한‘도 아닌 ‘편않‘이라서 생소하다. 책의 서문에서 ‘그래서 출판공동체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의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편않‘이 ‘편집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하고는 있지만‘ 출판사 이름이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은 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8人이 책에 대한 글을 쓴 기존 작가의 책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명확하게 따지자면 책에 대한 책의 서평인 셈이다. 하지만 서평과 함께 (8人 각자의 직업병이랄까) 자신의 직업적 전문성이 녹아져 있다. 8人은 서평가 금정연, 교보문고 마케터 김보령, 기자겸 뉴스레터 발행인 김지원, 번역가 노지양, 편집자 서성진, 뉴스레터 발행인 서해인, 디자이너 심우진, 출판노동자 양선화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입지를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책에 대한 책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써 서로 다른 글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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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하게 읽었다,가 마지막 부분에 다다를 즈음 끝내 마무리 짓지 않은 채 책을 덮었다. (하지는 지금 막 피드를 올리는 동안 마무리 짓지 못한 마지막 부분을 마저 읽었다. 못내 마지막 글을 쓴 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어낼 수가 없어서.)

책의 내용은 분명 (읽은 부분까지는) 8人 각자가 선택한 책과 그 책의 작가, 또는 선택한 책 자체로부터 파생될 만한 이야기, 8人 각자의 직업과 연관지어 풀어내는 이야기들에 있어 진지함을 견지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잘 풀어냈다. 한마디로 글은 잘 썼다.

책에 대한 이야기나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유익하기 그지 없을 책이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차원의 정보(처음부터 지식적 관점으로 대한 잘못이겠지만) 같아서 유익하지 않음으로 남아버렸다. 그렇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어볼 엄두는 내고 싶지 않다.

안타깝지만 이미 마음에서 멀어져 버렸기에. 이 마음이 어느 날 흐려지면 다시 읽을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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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보부인 한국희곡명작선 51
안희철 지음 / 평민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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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보부인
#안희철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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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췌)

일러두기

왕의 유모(乳母) - 봉보부인

조선시대 왕과 왕실의 자식들에게는 모두 ‘유모‘가 있었다. 왕의 수많은 자식들 중에서 누가 왕이 되느냐에 따라 천인 출신이었던 유모의 인생도 달라졌다. 자신의 젖으로 키운 왕의 자식에 세자에 책봉되고 급기야 왕이 되면 유모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모가 키운 아기가 왕위에 오르면 유모는 곧바로 종1품 ‘봉보부인‘에 봉해졌다. 본디 봉보부인의 기원은 중국 한나라에서 시작되었는데 조선에서는 건국 이후 세종이 중국의 제도를 참작해 자신의 유모였던 이 씨를 봉보부인이라고 칭하고 종2품의 품계를 준 것에서 비롯되어 후에 종1품으로 승급되었다.

봉보부인은 자신의 생일이나 왕의 탄신일, 또는 경사가 되는 날에 왕으로부터 특별한 하례물을 받았다. 사후 절차도 종1품 품계의 상례에 따라 치러졌다. 당연히 품계에 걸맞은 땅과 녹봉을 받았으며 가까운 혈족은 모두 면천이 되었다. 보통의 경우 유모는 아기가 3살이 될 즈음까지 궁에서 함께 생활하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궁에 계속 남아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있었다.

왕의 유모는 왕이 심적으로 의존하는 실질적인 어미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왕과 왕비 등 왕실의 측근들과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봉보부인에게 줄을 대어 이권을 챙기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래서 유모였던 봉보부인은 실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며 새로운 형태의 외척이 되기도 했다.

특히, 성종의 유모였던 백 씨는 연산구니 유모와 함께 조선시대 유모 중에서 가장 권세가 컸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조선의 제9대 왕이었던 성종의 유모를 중심으로 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을 위해 인물, 배경, 시간순서 등이 일부 변형된 허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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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친절한 희곡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일러두기>를 통해 작품의 모티프가 되는 ‘봉보부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음은 물론 작품의 배경도 친절히 소개한다.

남은 건 읽기만 하면 된다.

희곡은 15개의 장면으로 이뤄졌다. 백성들 사이에서 기괴한 소문으로 돌고 있는 의문의 사건이 제시되면서 이를 두고 봉보부인 백 씨의 사가를 찾은 성종이 백 씨와 그 사건에 숨은 모종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논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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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봉보부인>은 2021년 1월에 발표된 이후로 아직까지 연극으로 제작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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