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상여 한국희곡명작선 99
최기우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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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의도> 전체 발췌

동학농민혁명은 백성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가 찬란히 부서져 내린 이들의 염원이다. 험난한 시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라 너머의 나라를 꿈꾼 혁명군이 우리에게 전해준 차고 시린 꿈이다.

동학의 현장에 있던 이들이 알게 모르게 꿈꾸던 세상은 사람들과 같이 사람답게 사는 것. 지금까지 사람대접을 못 받았으니 이제라도 새 세상을 만들어 사람들과 더불어 사람같이 살고 싶었을 것이다. <들꽃상여>는 이름은 기록돼 있어도 똑같은 흔적으로 남은 사람들, 이름도 불리지 않고 기억되지도 않는 사람들, 이름도 짐작할 수 없는 사람들... 이름 없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한두 줄로 남은 그들의 행적을 좇고, 이름을 다시 부른다.

우리의 역사는 좀 더 집요한 기억과 꼼꼼한 기록이 필요하다. 실체를 드러내야 확고한 역사가 된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질 때 귀에 들리고 입으로 말하게 된다. 동학농민혁명군의 농민이 보이고 만져질 때 당당한 역사의 자부심과 긍지가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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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내용> 中에서 일부 발췌

극단 <까치동> 단원들이 한두 줄의 비슷한 행적만 남기고 산화한 동학농민혁명 참가자들의 곡절과 곡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에 당당하게 맞설 것을 다짐하며 무명 농민군의 넋을 위로하는 꽃상여를 띄운다.

(중략)

단원들은 ˝이름 모를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2019년 125년 만에 전주에 안치된다˝라는 기사를 보고 ‘이름 모를 동학농민군‘에 깊은 관심을 둔다. 지금껏 ‘동학은 전봉준‘으로만 알던 단원들은 이름과 한두 줄의 행적만 남은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사연을 탐구하며 혁명의 역사를 알아 간다.

(중략)

단원들은 혁명에 참여한 민초들의 삶과 지금의 대한민국과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비교해 가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전주 완산공원 ‘녹두관‘에 유골을 영구 안장하는 날, 단원들은 이름 없이 산화한 동학농민군을 위해 들꽃상여를 만든다. 화약을 체결하고 집강소를 설치해 민.관 협치 혁명의 꿈을 실현해 나간 혁명군의 자취를 따라 꽃상여 행렬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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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집 <들꽃상여>에는 작가 최기우의 ‘기획 의도‘와 ‘작품 내용‘이 너무나도 친절하고 세세하게 실려 있다. 그런 덕분으로 희곡은 지극히도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이 희곡은 그동안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 인식, 즉 전봉준으로만 기억되어 온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다른 시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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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에 대한 나름의 서평을 해오면서 누누이 피력해온 것처럼, 희곡의 완성은 연극으로 상연되는 것이다.

본 희곡은 이미 연극으로 상연되어 단편적으로는 완성의 위치에 닿아 예술적으로 생명성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희곡이 한시적이지 않고 자주 공연으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잘 쓰여졌고 칭찬마저 아까운 작품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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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호흡법 한국희곡명작선 76
강제권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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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이런 내용의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소심한 바람을 꼭 맞춰주는 작품을 만날 때, 그리고 그 순간에 ‘내가 바라던 거야!‘ 하는 반가움과 함께 ‘나도 이렇게 쓸 수만 있다면...‘ 하는 질투의 감정이 뒤섞여 피식 웃고마는 묘한 기분이 좋은 그런 때.

정범철 작가의 <시체들의 호흡법>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희곡은 ‘시체들‘이란 극단의 단원들이 하나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현재 대학로에서 벌어지는 모습이 가감없이 솔직하게 보여지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내가 이 희곡에서 기분 좋은 감정을 받는 것은 이런 이야기가 연극인들의 가슴 속에서만 묻히고 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질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극의 역할론으로써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라는 말에 나는 힘주어 방점을 찍는다. 다만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등등의 시대적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연극 안에서 벌어지는 특히 연극의 주체가 되는 연극인들의 보여지지 않는 삶이 고스란히 보여지는 연극도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화려한 박수갈채 속에서만 살아갈 것같은 연극인들은 내가 아는 한 누구보다도 시대적 아픔을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가난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특별히 대표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즉 스타성을 띄지 못하는 대부분의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기억되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그들은 무대를, 연극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 77쪽 (마지막 장 마지막 부분)
나연
우리는 극단 시체들입니다. 우리는 연극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무대에서. 우리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어쩌면 죽어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시체들처럼요.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숨을 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호흡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호흡법을 익힐 때까지 그렇게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하우스 음악 주세요!

서서히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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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철 작가는 극단 <극발전소301>의 대표다. 극작과 함께 연출도 겸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대학로에서 가장 왕성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연극인이다.

개인적으로 알기로는 매년 5~6작품을 공연하고 있을 만큼 바쁘게 살아가는 연극인이다. 연습하고 공연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쉴 틈도 없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희곡도 희곡이지만, 그의 연출력도 부족하지 않기에 <극발전소301>의 연극은 후회라는 단어가 개입하지 못할 만큼 관객으로서 칭찬할 만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대학로를 찾아 <극발전소301>의 연극을 관람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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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관객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이다. 연극의 3요소에 관객이 포함되는 것만큼 연극에서 관객의 위치는 대단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관객의 관심 또는 애정이 없다면 연극은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연극이라는 예술의 생명유지를 위해 관객으로서의 역할에 애정을 기울여야 함이 마땅한 것이기도 하다.


📖 60쪽
승진
그래. 그냥 버티는 거지.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날이 있겠지.


🎈
오늘도 무대를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이 시대의 연극인들이 자조 섞인 일만의 희망에 연연하지 않도록, 버티는 것이 아니라 늘 행복에 겨워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관객으로서의 온전한 관심이 꽃다발처럼 배우들에게 전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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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혈전 한국희곡명작선 80
김나영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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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쪽 (해설부분)
무대
이 희곡은 야외극을 위해 썼다. 한 번 등장한 인물은 극이 끝날 때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무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어떤 부분은 강조되고 어떤 부분은 흘러갈 것이다. 어떤 부분은 관객 코앞에서 행해지고 어떤 부분은 먼 풍경처럼 펼쳐질 것이다.
이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형제들의 외적 변화다. 점잔을 빼며 등장했던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저분하고 추하고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변해간다. 옷은 찢어져 너덜거리고 밀가루와 흙투성이가 된 채 마침내 ‘피투성이 짐승‘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타락은 매우 ‘시각적‘이다.


✏️
‘야외극을 위해 썼다‘는 작가의 극작 의도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극장 무대에서의 공연을 전제로 하는 희곡에 반해 아예 대놓고 야외극을 하라고 종용하는 희곡은 처음 만난다.

그렇지만, 야외극이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내 극장이 구비하고 있는 시스템을 야외로 옮겨놓아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만만치 않다. 전면 개방된 야외에서 배우들의 대사 전달면에서나 작품의 내용 집중도에서도 제약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저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그야말로 야외극에 경력과 능력이 있는 연출을 잘 만나야 할 뿐이지 않을까.

어쨌든 이 작품이 야외극으로 올려진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고 싶기는 한데, 아직까지 야외극으로 올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2021년에 모 극단이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역 경연작으로 공연을 하 바가 있긴 하지만, 야외극이 아닌 실내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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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의 내용은 풍자적이랄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대사들이 비트는 맛보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다소 과하지 않나 싶다.

내용은 80대 중반의 실향민이자 황스한방병원 이사장인 아버지가 소풍이라는 명목으로 자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유산 상속을 하겠다며 자식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제안하는데, 자식들은 눈 앞에 걸린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제목에서처럼 혈전을 벌인다.

재물 앞에서는 가족도 없는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탐욕에 물든 인간들(병원장, 교회 목사, 입시학원 원장 등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고 사회적 덕망도 있어 보이긴 하지만)이 어떻게 유치찬란하게 변모해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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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더많은 유산을 상속받겠다고 형제끼리 염치도 저버린 채 피터지게 싸운다는 뻔한 도식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소동같은 장면이 야외에서, 그것도 흙먼지 날리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당장에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남들 싸움구경만큼 재미난 것도 없지 않은가. 시쳇말로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고, 옛말에는 불구경보다 재미나는 것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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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김나영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난다. 처음 만난 작품은 <#밥>이었는데,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수작으로 뽑는 작품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김나영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서 다시금 <밥>을 펼쳐보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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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냥 버티는 거지.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날 있겠지. - P60

그냥 좋은 거죠. 연극하는 게. 배우로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한 거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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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희곡전집 1
이강백 지음 / 평민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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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인물 중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는 단연 이강백 선생이다.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우려를 넘어, 누구도 이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에 닿아 있다고까지 자신할 정도다.

이강백 작가는 1971년에 <다섯>이라는 희곡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총 아홉 편의 희곡집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그는 최근 어느 인터뷰에서 평생에 열 편의 희곡집을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고는 했다. 하지만 아홉 번째 희곡집을 끝으로 더이상의 희곡집 발표를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쉼 없는 왕성한 활동으로 그가 오십 여 년을 넘도록 숱하게 발표한 희곡들은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가히 대한민국 연극계에 굵직 굵직한 의미가 되어 있음에 극에 달하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희곡 작품 중 일부는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대학 입시에 단골로 출제되는 만큼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그가 가지는 입지는 가히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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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강백 작가의 희곡집을 펼쳤다. 이유는 1월부터 시작될 공연준비를 위해서였다. 5월에 공연을 계획하고 있기에 무대에 올릴 작품을 선정하기 위함이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미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훑어본 후였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작품은 《이강백희곡전집1》에 수록된 <알>이다.

<알>은 1970년대에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던 정권 찬탈과 그 유지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우화적 성격의 희곡이다.

요즘 우리 사회 세태의 영향이랄까, 유독 <알>이 강하게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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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희곡전집1》은 작가가 신춘문예 등단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발표한 여섯 편의 희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우화적이거나 풍자적인 작품들이 전반적이고 대표적이다.

여섯 편의 작품 모두 다 잘 쓰여졌고, 언제든 기회만 된다면 개인적으로 무대에 올리고픈 좋은 작품들이다. (이미 이 작품들은 무대화 되었고 지금까지도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 매력이라면 나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특별히 추천을 하자면 <파수꾼>과 <결혼>이다.

여섯 편의 희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180여 쪽 정도로 두껍지 않은 희곡집이다. 그래서 각 희곡들은 20~30쪽 정도에 불과하고 그런 만큼 각 희곡들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다.

일일이 각 희곡들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하겠지만, 불친절하다는 욕 먹을 각오로...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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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1-0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강백 희곡 전집 1권과 3권을 갖고 있어요. 말이 필요없는 작가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