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혈전 한국희곡명작선 80
김나영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5쪽 (해설부분)
무대
이 희곡은 야외극을 위해 썼다. 한 번 등장한 인물은 극이 끝날 때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무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어떤 부분은 강조되고 어떤 부분은 흘러갈 것이다. 어떤 부분은 관객 코앞에서 행해지고 어떤 부분은 먼 풍경처럼 펼쳐질 것이다.
이 연극에서 중요한 것은 형제들의 외적 변화다. 점잔을 빼며 등장했던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저분하고 추하고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변해간다. 옷은 찢어져 너덜거리고 밀가루와 흙투성이가 된 채 마침내 ‘피투성이 짐승‘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타락은 매우 ‘시각적‘이다.


✏️
‘야외극을 위해 썼다‘는 작가의 극작 의도가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극장 무대에서의 공연을 전제로 하는 희곡에 반해 아예 대놓고 야외극을 하라고 종용하는 희곡은 처음 만난다.

그렇지만, 야외극이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실내 극장이 구비하고 있는 시스템을 야외로 옮겨놓아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부터 만만치 않다. 전면 개방된 야외에서 배우들의 대사 전달면에서나 작품의 내용 집중도에서도 제약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저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그야말로 야외극에 경력과 능력이 있는 연출을 잘 만나야 할 뿐이지 않을까.

어쨌든 이 작품이 야외극으로 올려진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고 싶기는 한데, 아직까지 야외극으로 올려지지는 않은 듯하다. 2021년에 모 극단이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지역 경연작으로 공연을 하 바가 있긴 하지만, 야외극이 아닌 실내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
희곡의 내용은 풍자적이랄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의 대사들이 비트는 맛보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다소 과하지 않나 싶다.

내용은 80대 중반의 실향민이자 황스한방병원 이사장인 아버지가 소풍이라는 명목으로 자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유산 상속을 하겠다며 자식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제안하는데, 자식들은 눈 앞에 걸린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제목에서처럼 혈전을 벌인다.

재물 앞에서는 가족도 없는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탐욕에 물든 인간들(병원장, 교회 목사, 입시학원 원장 등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고 사회적 덕망도 있어 보이긴 하지만)이 어떻게 유치찬란하게 변모해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보이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은 더많은 유산을 상속받겠다고 형제끼리 염치도 저버린 채 피터지게 싸운다는 뻔한 도식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소동같은 장면이 야외에서, 그것도 흙먼지 날리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당장에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다. 남들 싸움구경만큼 재미난 것도 없지 않은가. 시쳇말로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고, 옛말에는 불구경보다 재미나는 것이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

덧.
김나영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두 번째로 만난다. 처음 만난 작품은 <#밥>이었는데,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수작으로 뽑는 작품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김나영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서 다시금 <밥>을 펼쳐보게 될 듯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