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일상 생활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한 곡은 듣게 된다. 자동차 후진 시 경보음으로 들리는 음악 때문에라도 십중팔구 그렇지 않을까 싶다. 또한, 피아노 학원 근처를 지나다가 귀에 익은 선율을 듣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알만한 사람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 음악의 제목은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베토벤이 1810 년에 작곡한 곡으로, 피아노를 위한 바가텔 제 25 번 a 단조(WoO. 59)[1]이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베토벤 생전에 출판된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베토벤 사후 40 년이 지나 1867 년에 출판되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이 곡이 대중한테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의 음악학자 루트비히 놀(Ludwig Nohl)이 악보를 발견하여 이 곡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지만, 베토벤의 자필 악보, 즉 원본은 찾지 못하였다. 오늘날 듣게 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루트비히 놀이 편곡한 초기 버전에 해당한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 쿠프랭이 클라브생[2] 곡집에서 바가텔(bagatelle)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바가텔은 원래 `쓸데없는`, `하찮은` 뜻에서 유래되어 보통 피아노를 위한 소곡에 붙은 명칭이다. 피아노를 위한 바가텔은 두 도막 또는 세 도막 형식의 소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이 작품 말고도, 베토벤은 바가텔을 몇 곡 더 작곡하였다. 그리고, 슈베르트, 리스트 등도 바가텔 제목으로 작품을 남겼다.
낭만 시대을 거치면서 바가텔은 그 개념이 확대되어 피아노가 아닌 독주 악기, 실내악, 관현악, 무반주 합창, 가곡 등에서도 두루 쓰인다. 드보르작은 현악 3 중주(바이올린 2 대, 첼로)와 하모니움[3]을 위한 바가텔(Op. 47)을 작곡하였다. 이렇게 근·현대 음악에서 바가텔은 가벼운 음악을 지칭하는 명칭으로도 쓰였다.
주1. WoO(Werk ohne Opuszahl)는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의 약자. 정식 작품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작품에 붙여진다. 주로 베토벤 등 독일어권 작곡가의 작품에 사용된다. - 위키백과
주2. 하프시코드(영어, harpsichord) 또는 쳄발로(cembalo)는 피아노의 조상 격인 건반악기. 하프시코드보다 작은 것으로 버지날, 스피넷, 클라비코드, 클라브생(프랑스어, clavecin) 등이 있다. - 위키백과
주3. 하모니움은 피아노와 같은 건반을 가진 소형 리드 타입(reed-type) 오르간이다. 손으로 풀무(bellows)에 바람을 넣고 건반을 누르면 리드가 떨게 되어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