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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평점 :
나의 어릴적 왕따는 그냥 친구가 없는 정도 였는데, 그것도 그시절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나도 초등학교, 중학교때 왕따 비스무리 했다. 왕따면 왕따지 웬 비스무리냐고 ?
친구가 없었고 같이 밥먹을 사람이 없어서 늘 누구랑 먹을지 고민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있는데 , 그게 지금 왕따들이 겪는 아픔만큼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곁에는 나를 위해 방관자가 아닌 위로하고 격려해주던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수학여행때 다른 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반에 친구가 없었던 나를 위해 버스에서 내리마자 우리반 버스로 달려와 같이 손잡고 다녔던 나의 친구 , 그녀로 인해 나는 중학교 힘든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달라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이책에는 어릴적 왕따를 당한 기억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에게는 가해자와 방관자들만 곁에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오랜 동안 힘들어했다. .
2019년 4월 유튜브 <왕따였던 어른들 Stop Bullying> 영상 2편이 올라왔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댓글로 인해 유명해지면서 그것을 책으로 묶은 내용들이다.
지금 현재 왕따가 아닌 어릴적 겪었던 왕따로 인해 고통받았던 10명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떻게 보면 남이 내 하얀 도화지에 얼룩을 묻힌 거잖아요. 근데 그 얼룩이 내가 잘못해서 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도화지에 얼룩이 조금 튀었다고 해서 전체를 다 구겨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가끔 뉴스로 봤던 왕따 이야기들은 뉴스의 몇분의 이슈로 받아들여졌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일부의 이야기로 치부했는데 , 이책을 통해서 그들이 겪은 왕따 이야기를 보는 순간 , 정말 많은 곳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구나 ! , 그리고 어떤 이유도 없이 가해지는 폭력의 대상이 될수 있구나를 느꼈다.
왜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런 행위를 하는것일까 ?
안타까움과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성세대로서의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왕따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금씩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놓치않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유투버 올린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과 응원, 그리고 이런책을 내놓으려는 출판사 그리고 이책을 읽으면서 지금 사회의 고통을 알아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병을 고칠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아픔이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예로 ‘인종 차별’이 있잖아요. 오랫동안 피 흘려 싸워 왔다지만, 인종 차별은 아직도 남아 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도 싸우고 있잖아요. 왕따 문제도 아직 싸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겪어 왔고 조금이나마 알기에,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좀 더 앞에 서서 싸우고 있는 거죠. 다음 세대 역시 싸우게 되더라도, 지치지 않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어요
왕따가 부끄러움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당당히 이야기 할수 있는 그런 사회이길 희망해본다.
어릴적의 아픔이 성인이 되어서 까지 그것이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 가해자가 알수 있다면 그런 무서운 짓을 하지 않을텐데 ..
하지만 어릴적 생각해보니 미래보다는 그때의 현실밖에 몰랐던 기억이 난다.
가해자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데 피해자가 그 고통을 당하면서 미래을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책을 통해 알았다.
흔히 하는 말로 " 다 지나간다", 죽을 힘으로 살아라"라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 했음을 느낀다.
고통이 너무 버거워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죽음뿐이라 생각하며 죽으려는 이에게 "죽을 힘으로 살아 "라고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고 잔인해요.
그러니 그저 안아주세요.
자살 또는 자살 시도를 한사람들을 프레임을 씌우고 바라봐서도 안돼요 .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응원합니다.
우린 행복할 의무가 있고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같은 시간을 걸어온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한사람으로서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
왕따가 시작되면 우선 그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그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때 그들곁에는 수많은 방관자들이 있다. 그들이 조금씩 나선다면 왕따 문제도 조금씩 나아질텐데.
그방관자들은 같은 반 친구도 있고, 학교 선생님들, 학원강사들등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도 개입되어 있음을 이책의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방관자가 되지 않을 용기, 가해자가 되지 않을 용기, 좋은 어른이 될 용기 등등
나도 어릴적 잠깐 방관자 역할을 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난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서 오지랖을 떨면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정의를 외치는지도 모른다.
이책에 나와있는 10명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정말 힘들고 외로워겠구나를 실감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책을 보고 왕따피해자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같이 공감했으면 싶다.
세상에는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는데 , 이책도 그러한 책중의 하나인것 같다.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 우리가 선 자리가 어디쯤인지 알고 개선 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