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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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과 조선이라 너무나 안 어울릴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사를 안다며 그당시 천주교박해가 가장 심했던 시대라고 역사는 전한다.

 

소설의 시작은 두명의 천주교 신자의 순교로 시작된다.선비 윤지충과 권상연이 전라도 진산군에서 조상의 제사를 거부하고 천주교식으로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잡아서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형벌을 가한다. 두 선비를 단죄하는 자리에 정조의 최측근 최무영이라는 사람이 내려가고 그는 그 두선비의 죽음으로 내몰려고 하지 않치만 그당시의 노론들이 그들을 죽일것을 청한다.

천주교 순교 정도로 여기는 세상의 이목과 달리 , 그뒤에는 조정의 권력, 왕권의 약화, 사대부들의 아귀다툼이 깔려있다. 그당시 수원화성의 마무리 건축을 하고 있던 정약용은 그 소식을 듣고 그 두선비의 죽음 뒤에 자신에게 다가올 피바람을 예상한다 .

그리고 자신이 믿는 천주교에 대한 생각과 함께 신과 가족등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순교란 조용하고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인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약용은 깊이 시름했다.

42쪽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이 두려웠고,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이 두려웠다.

46페이지

 

 

그리고 발견된 한점의 그림, 예수와 열두제자들의 그림이라고 하는 "최후의 만찬 " 모사화 . 조정대신들은 모두 그림을 불태워 버리라고 간언하지만, 정조는 그 그림의 특별함과 함께 그속에 담긴 어떤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떨칠수가 없다.

그리하여 김홍도를 불러 그림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서 보고 하라고 한다.

이처럼 이책은 , 역사와 미술 ,그리고 권력, 철학 등을 버무린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뒤쥐속에 죽은 아버지를 둔 정조 , 천주교를 믿게 된 정약용, 조정대신들의 끝없는 대립과 갈등 , 유교와 천주교의 사상적 대립을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색다르게 이야기 한다.

특히 김홍도라는 천재 화가를 내세워 "최후의 만찬"이 조선의 역사와 만났을때 가지는 매력을 독특하게 풀어냈다.

거기에 , 원한을 가진 여섯 서학인들의 복수는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역사소설이 아닌 미스터리하면서 액션적인 면을 부가하는 요소가 된다.

문체가 특이하고 고어들이 많아서 맨처음 읽을때는 다소 어렵다. 고전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읽다보면 내가 조선의 거리를 걷고 말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같다.

정조에게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본 김홍도가 그 그림속에 비밀을 품고 있다는 말에 , 정조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불과 물과 바람과 쇠와 붓을 다스리던 아이들은 여전히 불가사의였다.

천둥과 번개를 불러오던 아이는 감이 오지 않았다.

시간을 건너뛰고 꿈속을 걸으며 심미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문장으로 전해왔으나 여전히 실존과 허상 사이에 돌았다.

돌연변이 아이들은 시대마다 나라를 흔드는 망조에 불과했다.

세상을 구하기도 했고, 세상을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

시대마다 친화할 수 없는 적으로 배척되었고 ,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시간을 뚫고 아이들은 출몰한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과거 시간에서 현재로 건너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달빛사제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시대마다 치정으로 얽혀 있는 아이들의 존재를 긍정해야 할지 부정해 할지 알 수 없었다.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정조의 두려움과 현재의 노론들의 암투에 대한 불안함과 불편함이 묻어있다.

단순하게 미워해서 죽인다. 누군가를 살해한다 라는 평범한 문체들보다는 위의 문장들처럼 몇번을 읽고 곱씹어야 나타나는 속내가 있다. 그런 표현들로 이루어진 역사소설이라니 !!

평범하지 않아서 , 아니 평범한 이야기를 시적문장으로 표현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뒤에 심사위원를 맡은 원로 소설가의 말이 나에게도 팍 와닿았다.

 

이 작가의 감성은 무지갯살처럼 아름답다.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문장은 시적이고 환상적이다.

같은 작가로서 시샘이 날 정도이다.

심사위원 중에서 ..

 

 

가을에 읽기 좋은 , 철학적이면서 시적인 역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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