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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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섬 , 저기 어디 태평양 끝쪽에 있나 ? 옛날 영화에 나왔던 같기도 하고 , 확실히 어딘지 모르는 그곳에 9년을 산 이야기이다.

이글도 거기의 낭만, 슬로우 라이프의 좋은 점을 열거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읽다 보면 보라보라 섬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아무것도 아닌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관계, 친구 ,가족,반려묘등 그리고 다시 일상을 준비하는 이야기등이 보라보라섬의 물든 해질저녁의 하늘, 바닷가,그곳의 순수한 사람들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

다들 보라보라 섬에 살면 텃밭도 가꾸고 자급자족을 기대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실상은 SNS를 좋아하고 인터넷이 없으면 힘들고 ,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 마트를 꼭 이용해야 한다면서 저자는 슬로우 미니 라이프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

예전의 내가 의식했던 슬로우 앤드 미니멀 라이프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이었다는 것을 ,

여기까지 와서 타인의 욕망을 살려고 했던 거다.

물론 원하는 만큼 게으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긴 하지만,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슬로우 라이프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민트도 허브도 다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편하고 좋다. 한국처럼 배달이 된다면 금상첨화일텐데.

아 ,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런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이 섬에 꽤나 어울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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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전공하고 영화시나리오 작가및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었지만 ,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 남아야겠다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울컥하면서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을 쫓아서 오래동안 공부하고 그일에 매달려 왔는데 , 그 일에 다가간 순간,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내자신이 이쪽일과 재능이 안 맞는다는 자괴감과 함께 나는 왜이렇게 쓸모가 없을까 ? 대한 너무나도 당연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것 같은 느낌과 함께 ,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말하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글을 잘풀어낼수 있지 !! 하면서 " 에이 재능없다는 것 " 순전히 엄살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친구 스위치 - 아내나 남편의 역할을 내려놓고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시간

라는 것을 만들어 서로를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남편의 꿈이야기를 통해서 , 그리고 설령 꿈을 이루든 , 이루지 못하든 ,꿈이 없든 살아가는 것이 모두 대단한 일이라는 그녀의 위로가 "나에게도 친구 스위치를 켜준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 시간 여행자 이후로 무엇을 꿈꾸었는지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20대의 좌표를 돌아보면 , 드라마틱한 꿈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실 줄곧 꿈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을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그런 어른을 만나지 못해서 그냥 내가 말하고 내가 들었다.

경제적인 자립은 소중하다. 그러니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해내려고 한다.

세상은 이런 걸 꿈으로 쳐주지는 않는 것 같다.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드문 세상에서도,

꿈이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면 꽤나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다.

꿈의 바깥에도 삶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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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플때 가장 서럽다는 말처럼 , 너무 아파 응급비행기에 실려 타히티 대도시병원에 갖다 온날 , 한국이 그립고 가족이 그립고 ,음식이 먹고 싶으날 , 이유없이 짜증이 밀려와 , 보라보라 섬을 원망하고 남편이 미워진 그날,

남편이 건네 국적 모를 죽같은 음식을 먹고 난후 기운을 차린 이야기 속에서도 , 평상시 행복줄인줄 모르고 살았던 평범한 일상과 모습들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항상 그런 감사함을 모르고 짜증을 내는 우리에게 건네는 그녀의 말들. 보라보라섬이 사람을 철들게 하는 것 같은 느낌 ..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이라더니, 보라보라섬이 딱 그런것 같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이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 불행하다기에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

깨끗한 공기, 따뜻한 바다, 선명한 은하수 ...

어디든 더하기만 있거나, 빼기만 있는 곳은 없을 거다.

그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늘 까먹으니 문제지 .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 중 118페이지

작가가 항상 하는 "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는 맺음말과 함께 .. , 우리 각자 삶은 모른채로 살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

오늘의 하늘, 내곁에 있는 친구, 가족 그리고 살아내어가는 일상이 모든 순간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만이 아는 농담이 아닌 , 우리 모두 아는 그런 농담처럼 들린다. 이책의 모든 이야기가.

 

내일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북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뭐

그렇다고 별 수 있나.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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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고 나면 보라보라 섬이 가고 싶은게 아니라 , 그녀(작가)를 만나고 싶다.

어쩜 이리도 나의 아프고 부끄러운 맘을 나대신 이렇게 잘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라보라섬이 철을 들게 한건지!! , 아님 세월이 그녀를 철들게 하는건지 ..

나도 철이 좀 들고 싶다. 보라보라섬이 철들게하는 맛집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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