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지선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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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시작 된 질문이 겨울에 끝나고, 다시 봄이 되어 연말 정산의시즌이 돌아왔을 때, 한 해 동안 쓴 카드 총액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잊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자꾸만 잊게 되는 것은, 가난이다. 나는돈이 없다는 것, 돈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 돈을 모으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정말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몽땅 잊어버린다.
나의 경제적인 능력과 사회 계층도 종종 착각하며, 나아가 미래라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통째로 잊어버린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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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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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간다神田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가게 미시마야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조금 독특한 괴담 자리를 마련해 왔다.
괴담 자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밤새도록 괴담 이야기를 나눈다 —는 형식의 오락이기도 하고 처세나 교양을 익히는 사교의 장이기도 하다. 그 수순도 대개 정해져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백 개의 초를 켜 두고 이야기 하나가끝날 때마다 하나씩 꺼 나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자리는 점점 어두워지고 마침내 백 번째 이야기에 다다르면 어둠에 휩싸여진정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미시마야의 특이한 괴담 자리에서는 가게 안쪽에 있는 흑백의방‘으로 한 번에 한 명, 또는 한 무리의 이야기꾼을 부른다. - P9

오치카가 괴담 듣는 일을 했을 무렵, 우연한 인연으로 미시마야에 들어와 괴담 자리의 호위 역할을 맡은 오카쓰.
도미지로가 어렸을 때부터 미시마야에서 고용살이를 해 온 고참 하녀 오시마.
앞으로 이 세 사람이 이야기꾼을 맞이하여 새로운 괴담 자리의막이 열린다. - P11

대개의 사람들은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거짓말을 잘하지는 못하는 법이에요. 게다가 큰 거짓말을 하려면 큰 기량이 필요하지요."
오카쓰도 날카로운 말을 한다.
"그러니 만일 도련님을 거꾸러뜨릴 만한 큰 거짓말쟁이를 만나시거든 대인大人을 만났구나 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하지요."
만약 거짓말 뒤에 절실한 이유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면,
"그 이유까지 들어 보면 어떨까요? 특이한 괴담 자리의 듣는이로서는 더없이 뿌듯한 일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군, 하며 도미지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P28

다과는 찹쌀떡이다. 얼핏 보기엔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찹쌀떡이지만, 실은 팥소에 질 좋은 쌀가루로 만든 쌀가루떡과 찹쌀떡을 이중으로 둘렀기 때문에 베어 물면 식감과 입에서녹는 느낌이 절묘하다. 도미지로가 오늘의 다과 중 세 번째로 꼽아 둔 ‘하부타에곱고 부드러우며 윤이 나는 순백색의 비단 찹쌀떡‘이다.
"오시마 씨, 이 사람은 내 어렸을 적 친구야. 사쿠마초의 두부카게 하치라고 하면 기억나지 않으려나?" - P34

"사쿠라모치(밀가루로 만든 피에 팥소를 넣고,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으로 싸서 찜통에찐 것) 랑 하나아라레(설월화雪月花,) (눈과 달과 꽃의 형태로 떡을 잘라 내어 굽고 설탕이나간장 등으로 맛을 낸 작은 전병)가 사라지기 전에 먹고 와." - P114

과자는 벚꽃색 구즈요세 ( 잘게 자르거나 으깬 재료에 물에 녹인 갈분(칡가루)을 섞어 끓이면서 뭉치게 한 후, 틀에 부어 굳힌 젤리 같은 음식) 다. 옻칠을 한 작은 접시에 탱글탱글하게 올라가 있다. 입에 넣으면 싸락눈처럼 녹는다. 이것도 벚꽃이 피는 시기에만, 이케노하타나카초의 ‘류스이‘ 라는 과자가게에서 파는 것이다. 오늘의 이야기꾼에게 잘 어울린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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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죽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2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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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뭐가?"
"자살 이유."
"글쎄. 부자가 자살한다. 시인이 자살한다. 약혼자가 자살한다. 네 생각에 어느 게 제일 그럴 듯하니?"

열린 방문으로 거실이 보였다. 새 응접세트, 새 식기장, 새 텔레비전, 다완도, 찻잔 받침도, 쟁반도, 그 구석에 놓여 있는
행주마저도 새것처럼 깨끗하고 반짝반짝 광이 났다.
언짢아질 정도로,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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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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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복자네 집에서 자면서 복자가 잠든 모습을지켜보았다. 어떤 그리움이 생겨나는 순간에 불려들어오던풍경은 언제나 복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부끄러움이 생겨날 때 불려들어오던 풍경도 역시 복자와 관련된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는 지금 이 방, 싸워야 할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같이 이겨내야 하는 슬픔이 있고, 그러기 위해 모으는 자료들로 가득찬 이 방과 복자의 새우잠을기억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 P139

살흙처럼,
- "그래, 세상이 그럴 수 있지. 세상이 그렇게 보이고 그렇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영초롱아, 너가 보는 것이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늘 생각했으면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에 불과하다고 네가 내게 멋진 말을 알려주지 않았니. 그렇다면 법을 통해 볼 수 있는 인간의 면면도 최소한에 불과한 거야. 회사는 자본이니까 너가 말한 대로 흘러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나란 사람도 그렇게흘러간다고 너가 말할 수 있니? 주민들 중에 이참에 땅이고집이고 다 비싸게 팔고 가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하지만 섬을 지키기 위해 연륙교 착공을 힘 모아 저지한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거니? 몸 지지러 갔다가도 섬의 고넹이돌을 단번에 알아본 그 마음은 어떻게, 싹 무시하면 되는 일이니?
너는 최소한의 도덕을 다루지만 나에게는 너가 최선의 사람이라서 나는 늘 너가 좋았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들어. 어쩌면 한번 기울어진 채로 시작된 관계는 복구가 되지
‘‘‘
않을지도." - P220

"아니,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욕을 좀 못 참았거든요. 재판을 거칠게 몰았죠."
"욕은 나쁜 건데."
준욱이 끼어들었다.
"나빠, 하지만 하는 수 없었어."
"왜요?"
"그들이 나빴으니까."
"나빠서 내가 나쁘게 하면 안 나빠요?‘ - P153

법률문장론 교수에게 들은 말을 해주었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메스를 든 의사와 같다‘는 말이었다. 의사들에게 인체를 찢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역시 타인의 삶을 찢고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자가 필연적으로 짊어지게 되는 무게와 끊임없이 유동하는 내면의 갈등과 번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익숙해지지 않았다. - P110

복자야 안녕, 오늘 붓글씨 수업은 잘했니? 오늘 너가 벼루를 가져오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빌려주고 싶었는데 네짝이 빌려주었더라.
복자에게,
복자야 안녕, 성탄절에 요기 해왕선사에서 선물을 준다는데 거기를 갈 생각이 있니? 그런데 왜 절에서 성탄절에 선물을 준다는 것인지 아니? 정말 웃기고 웃긴 농담 같지.
복자야 안녕, 가게 될 중학교는 마음에 드니? 너가 엄마가 있는 제주시에서 중학교를 다니게 되어서 기뻐, 이제 엠비시 공개방송 매일 갈 수 있겠어.
복자야, 안녕?
복자에게,
복자야, 할망이 너가 잘 안 온다고 뭐라 하시더라.
제순이는 이제 눈썹이 없어, 다 지워지고 안 특별해졌어..
복자야.
복자야, 안녕,
복자에게,
복자야, 나는 이제 서울로 갈 것 같아.
그 많은 편지들은 부쳐지지 않고 모두 폐기되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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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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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올 때도 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와서 어제까지 파리 날리던 가게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게 만드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 그것은 겨우 일주일 새에 일어났다. 생각지도 않게 이웃 사람이 쓰던 텔레비전을 주고, 3년도 더 전에 쓴 실용서가 문고판으로 출간되어 인세가 들어오더니, 심지어는 언니의 권유로 장난삼아 응모한 이벤트에서 홍콩 여행권이 당첨되었다.
아 그러나 조심할 것. 28년간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나도 아는것이 하나 있다. 행운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갑자기 개과천선해서 지금까지 무심했던 것을 사과하기로 했다, 같은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나중에 배분될 예정인 불행을 미리 변명해 두기 위해 인심 쓰는 것이다. - P269

누구나 토해내고 싶은 것을 갖고 있다. 토해내고 싶어도 토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더럽히고 싶은 구덩이를 준비했다. 사람들은 구덩이를 향해 외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라고. 다만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구덩이는 어디에나 있다. 단 어떤 구덩이든 나중에는 반드시 갈대가 자라난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 - P102

다음 날 나는 떠났다. 처음부터 고소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것을 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것을 생각할 때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게마련이다. 경험에 비추어 판단을 내린다. 기억과 무관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생각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생각을 할 때마다 고통을 맛봐야 하는 것을 그만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불렀다. 그가 나를 배신하면서까지지키고 싶어했던 일을 희생하고 용서를 빌면 예전의 감미로운기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럴 생각이 없다.
면……. 나는 내기를 한 것이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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