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단 1
제뉴 지음, 주영하 원작 / 다산코믹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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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뜨는 날, 밤…….
12시 정각 종소리에 맞춰계단을
하나씩소리 내어 올라가면
13번째 계단이 나타난댔다? - P277

예전부터 그랬지.
때때로 네가 그런 눈을 하면
이상하게도 난 꼼짝할 수 없었어. - P149

그저 이렇게 곁에서 있는 것만으로 떨리다니.
정말 내 세상에
네가 전부였었구나. - P96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내 일상을 환희와 경이로움으로 바꾼다.
아무 특별한 것 없던 일상도세상 어느 것보다 특별한 색으로채색되곤 했었어.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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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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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여자는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도리스 레싱


"부모는 그녀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전보를 쳐서 책과 옷을 보내 달라고 했다. 걱정 마세요, 만사 잘됨.‘ 그리하여 하나의 문이 마침내 닫혔다. 닫힌 문 저편에 농장과, 그 농장이 만들어 낸 소녀가 있었다. 그것은 이제 그녀와 관계없었다. 끝난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잊을 수있었다. 그녀는 새 사람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고 멋지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리스 레싱은 열네 살에 학교를 떠났다. 지루하기만 한학교와 달리, 책은 언제나 경이로웠다. 다행히 "책장에 항상책이, 고전이 꽂혀 있었다. 학교를 그만둔 대신 농장 일을해야 했지만, 시간을 아껴 가며 책을 읽었다. 소설에서 어떤책이 언급되면 그 책을 주문했다. 그런 식으로 도리스 레싱은 "책을 계속 주문했다.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로 오고 있을 책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80세가 훌쩍 넘어 생각해 봐도 "평생 제일 좋았던 날은 책이 도착하는 날들 이었다 - P25

어디론가 탈출하는 심정으로 1939년에 결혼했지만, 불행은 더욱 확실해졌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이혼은 불가피했다. 도리스 레싱은 가치관이 비슷한 남자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한다. 다시 한 번 가정을 꾸렸지만, 현실은 견고했다. 도리스 레싱은 자신의 오판을 인정하고 두 번째 남편과결별한다. 두 살, 일곱 살, 아홉 살이 된 아이 셋과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생계조차 불투명한 시절이었건만, 자꾸 멀리 떠나고 싶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도리스레싱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원고도 있었다. 도시에서 책을 내고 싶었다. 요하네스버그의 한 출판사가 손을 내밀었지만, 계약 조건이 지나치게 불리했다. 긴시간 다듬어 온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팔아 치우듯 세상에내놓을 수는 없었다. 도리스 레싱은 "바다를 건너기로 결심한다. 영국에서 책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소녀는 성장해 어른이 되었다. 이제 자기가 영국에서 책을 낼 차례가 되었다.
고 믿고 싶었다. 직접 부딪쳐 보기로 한다.
시작은 초라했다. 도리스 레싱은 『풀잎은 노래한다 원고만 쥔 채 1944년에 무작정 런던으로 향했다 - P28

인 『마사 퀘스트』(1952) 역시 큰 찬사를 받았다. 동시에 런던은 그에게 거대한 학교였다. 도리스 레싱은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다.
1952년, 도리스 레싱은 영국 공산당 작가 모임에 가입했다. "우리가 충성을 바칠 철학이란 "없다"고 주장하는 작가의 선택치고는 기이했다. 도리스 레싱은 차가운 질문도 곧잘던졌다. "항상 슬픔과 눈물로 끝나는 정치 철학이 도대체 왜필요하겠어요?" 의아한 일이었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이유로공산당 작가 모임에 들어갔을까? 이번에도 책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다 읽은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공산주의는 책을 읽는 문화였으니까요." 도리스 레싱은 "정치 집회에는 가지 않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인물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공산당 작가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 P30

1950년부터 2008년까지 도리스 레싱은 50편이 넘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거의 매해 책을 출간했다. 그는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래가 달라질 리 없다고 단정 짓는 "도덕적 피로를 항상 경계했다. 도리스 레싱은 공상과학 소설, 신화, 자서전, 오페라 대본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단한 번, 자신에게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반가워하지 않았다.
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집 앞으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도리스 레싱은 심드렁했다.
노벨상부터 비판했다. 기자들에게도 친절하지 않았다. 도리스 레싱은 행여나 앞으로 글 쓸 시간이 줄어들까 봐 그 걱정만했다. 88세 생일을 맞이할 즈음이었다. 도리스 레싱은 94세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로 살았다. 어린 시절의 불행했던 기억이 작가로서의 자산이었다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그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런던으로 가기 위해 망망대해를 건너는 순간부터 도리스 레싱은 작가의 길을 걷고 있었다. 글 쓰는 여자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 P31

가진 것 없이 아이 셋을 혼자키워야 했던 힘든 시절,
레싱은 작가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런던으로 떠났다. - P32

레싱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듣고도 심드렁했다.
행여나 앞으로 글 쓸 시간이줄어들까 봐 그 걱정만 했다. - P32

글 쓰는 여자는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 버지니아 울프


"1928년 11월 28일 수요일. 아버지 생신. 살아 계셨으면96 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오늘로 아버지는 96세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96세가 될 수 있었지만, 고맙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랬더라면 그의 인생이 내 인생을 완전히 끝장내 버렸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고 책도 없었을 터, 생각할 수 없는 노롯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였고 영국 인명사전』의 초대 편집장을 역임한 레슬리 스티븐.
1882년 영국 런던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건으로 아버지에게 억하심정을 품게 되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녀의 일기 속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가 있다. - P35

글을 쓰다 미쳐 버린 여자가 맞은 비극적 최후로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가 글을쓰면 미치거나 불행해지거나 혹은 처참하게 죽게 된다는,
거의 저주에 가까운 관점에 나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버지니아 울프는 방 안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심한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것이 아니다. 전쟁이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훔쳐 갔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쓸 때만 "앞으로나아가는 자신을 느꼈다. 그러한 작가의 삶이 전쟁으로 중단된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한 줄의 글도 읽고 쓸 수 없게되자 생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실제로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가 된 이래 매일 열 시간 이상 읽고 쓰는 규칙적인 삶을 실천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쓰기에 모든 것을 건 작가였다. "천국, 그곳은 피곤해지지 않고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라고 상상했던버지니아 울프, 그녀는 자신이 지상에서 맡았던 글쓰기라는 과제를 성실하게 마친 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천국에서 책을 읽고 있으리라 믿는다. 글 쓰는 여자는 온전히 자기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글을 쓰면서, 버지니아 울프는 위대한 작가였다. - P41

"나는 이제 누가 칭찬하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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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독서의 힘 -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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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높이는독서습관표가 사라지고 책과 멀어진다. 요즘 독자들의 고민이다. SBS 스페묵독, 소리 내지 않고 의미를 해석하는 읽기‘다. 묵독은 말없이들으며 따라가는 강의처럼 고요하다. 메모나 질문 없이 강의를 듣기만 하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만 남을 수 있다. 묵독도 비슷하다.
때로 묵독 후 남는 것은 마음에 드는 구절이며 이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진다. 가끔은 읽은 책을 또 사 오기도 한다. 이런 일이반복되면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이 든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고민도 생긴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져 독서에 속도가 붙지않고 깊이가 얕은 느낌이 든다. 독서가 시들해진다. - P14

좀 슬퍼질 것 같아 머뭇거리게 되지만 실은 그 얘기를 하려고 공연한 삼천리호 자전거까지 꺼내 탄 것이니 되는 대로 살살 짚어보자.
9-6을 지키려 함은 9-6을 잊기 위해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좋으려나. 나는 매일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한다. 하염없이 그리한다. 죽어라 그리한다. 그러면 나는 슬슬 9-6을 잊게 된다."
9-6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 의무와 부담을 지워 ‘당연히 하는행동으로 몸에 새기기 위해 작업실로 출퇴근한다는 얘기다. 마치직장인처럼.
독서 훈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중력이 필요하다면 ‘하루 10분독서 습관부터 실천해본다. 매일 패턴을 몸에 새겨, 일정 시간 집중해서 읽다 보면 ‘완독‘이라는 산에 오를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충실하게 읽고 난 뒤의 성취감은 크다. 그 재미가 반복되어야 책읽는 습관이 몸에 밴다. - P16

망각의 정도가 심하다면 기억을 복구할 ‘도구‘가 필요하다.
책을 소리 내 읽으며옮겨 적는 게 좋다. 부분 낭독이다. 시간은 걸리지만 내용이 선명해지고,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도 든다. 발음 연습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길지 않아도 좋다. 매일 3~5분 정도 반복한다. 녹음해서 듣기도 한다.

읽으며 쓰기가 번거롭다면 기록만이라도 해보자. 처음엔 인상 깊 ㅋ게 읽은 구절이나 밑줄 친 구절만 옮긴다. 차차 생각을 덧붙이고, 독후감, 서평까지 써본다. 남는 게 많아진다. 쓰고 토론하고 싶어진다.
기록과 토론은 기억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읽고 쓰고 말하는 자신감도 생긴다.

집중력을 높이는 독서 습관으로 블로그에 기록하기를 추천한다.
블로그는 소중한 순간과 경험을 기록하는 수납 상자‘와 같다. 좋아하는 책, 영화, 여행을 꾸준히 기록한다. 집중력 훈련에 독서와 기록만큼 좋은 것은 없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마감을 앞둔 기자처럼 긴장하며 정신을 한곳에 집중한다. 글쓰기를 위해 달리는 작가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출발선에 선 달리기 선수처럼. 나 스스로 정한 즐거운 마감이다. 살벌한 편집장도 없으니 마음대로 쓰면 된다.
읽은 책을 기억하기 위한 수납공간이니 잘 쓸 필요 없다. 기록만은내가 읽은나꾸준히 해나가자. 내가 읽은 나의 역사니까. - P17

키 생각의 물음표기록으로 다져진 집중력은 ‘질문하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책을쓴 작가에게 질문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어떤 관점에서 이런 글을썼을까. 나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다른 독자들은 이 부분에 어떤 의견을 보탤까. 다양한 시선으로 책을 읽고, 여러 질문을덧붙여본다. 책 내용을 옮겨 적는 것에서 나아가 내 질문을 보태독)서를 풍성하게 만든다. 무조건 좋았다, 이런 점을 알게 돼서 좋았다.
라는 수동적인 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책을 읽을 때 끊임없이 의심하라"(『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청어람미디어, 2001)는 다치바나이 나만의 질문을 만들자다카시의 충고는 곁들일 조언이다. 그가 말하는 의심은 불신이 아니다. 독자 스스로 만든 생각의 물음표다.
독서 모임에 나가 집중력을 키워보는 건 어떨까. 주머니 한쪽에내가 만든 나만의 질문을 준비한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 다E 른 사람의 생각이 듣고 싶은 부분, 함께 생각하고 싶은 지점이 질문의 재료가 된다. 색깔별 견출지를 붙이거나 노트에 기록하면 된다.
심도 깊은 단상이나 서평이 아니기에 부담 없다. "저는 이렇게 봤어요"에서 한 마디 더 늘기 시작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어요?"
용기 내 던진 하나의 물음표는 다양한 생각을 길어 올린다. 모임 참여자들도 내 질문 덕에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좋아한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시야를 넓혀준다. 독서 습관은 질문하기 - P18

전과 후로 큰 변화를 겪는다. 질문 없이 수긍만 하는 독서가 수동형,
이라면, 질문하는 독서는 능동형이다. 능동형이야말로 집중력을 높여주는 주체적 독서다. 독서 경험이 적은 사람도 질문할 수 있다. 좋..
은 질문인지 자기 검열할 필요도 없다. 궁금한 점을 드러낼 수 있는한줌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질문을 만들 수 있다.
한 독서 모임 참여자는 "제가 지금까지 책을 허투루 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커다란 책장이 있고, 책을빌려 읽기보다 소장하기를 좋아했다. 읽은 책은 SNS에 기록으로남겼다. 읽기와 기록에 소홀하지 않았기에 잘 읽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공감만 했지 질문해본 경험이없었던 그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공감과 감탄만 즐겼을 뿐, 자신의 생각이 어떠한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는 갈등을 싫어하는성격이었다. "난 다른 생각을 하는데, 난 그게 싫은데 말하기 시작하면 갈등이 되니까 가만히 있었죠." 40년 이상 굳어진 자동 동의‘ -습관을 고치려니 쉽지 않았다. 그는 차차 모임에 물음표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삶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 이미지에 집착했던 삶에서 멀어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좋은 질문이 등장할 때마다 열심히 관찰 중이다. - P19

○ 요약 연습을 하자디성줄 요약하ㅋ 스토리텔링은현저히 떨어진 집중력으로 고민이라면 간단한 요약 연습은 어떻까. 책 한 권이 아닌 일부분, 한 챕터를 읽고 다섯 줄로 요약하는 연습이다. 독후감이나 서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다섯 줄로 요약한다‘는 목표로 읽기 시작한다. 요약을 위한 읽기인 셈이다.
다섯 줄을 기록하기 위해 읽는 시간이다. 다섯 줄이라는 좁은 수납공간에 정리해 넣어야 하니 요점을 찾게 된다. 보다 중요한 부분이보인다. 흐릿한 시야가 선명해진다. 스토리텔링을 잘하고 싶다면 단편영화나 CF, 어린이·청소년 책의 줄거리를 다섯 줄로 요약해본다.
집중력이 부족하면 무엇도 완성하기 어렵다. 다양한 독서 습관으로 집중력을 높여보자.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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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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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셨던 것 같다. 할머니의 시를 읽은 이후로 여성이 자기그분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두구에게도 쓰리고 아픈 속을 털어놓지 않으셨지만, 돌아가신후에 생각해 보니 할머니는 글쓰기와 기도로 삶의 의미를2014년 9월, 내 어머니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나는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뒤늦게 서울역으로향했다. 기차는 느리게 달렸다. 부산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처음으로 할머니의 시 「가시나니까」를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난 다음에야 오랫동안 혼자서 글을 쓰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한 유년 시절의 아픔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셨다. 남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서각자의 기량을 펼치며 살아가는 동안 할머니는 맏며느리가되어 대가족을 떠안으셨다. 나는 왜 할머니의 속마음을 단한 번도 헤아리지 못했을까? 할머니가 쓴 시를 읽고 나서야 - P5

2018년에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고, 같은해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의 공저자로 참여하면서, 여성작가들의 삶과 글이 별개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았다.
었다. 나는 한다. 작가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나는 글을 써서 발표하는 사람을 작가로 정의하고,
있다. 단 한 명이라도 독자를 가진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멋진 여성 작가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이 페미니즘 고전 읽기 프로젝트의 첫 권으로 출간되고 난 직후부터, 민음사 인문교양팀과 후속 작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먼저, 나혜석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문학과 종교를 아우르는 삶의 궤적을 남긴김일엽의 글과 사상을 소개해 보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시대는 다르지만 나혜석 못지않은 글과 그림을 남긴 천경자의 생애와 예술을 담은 책을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지 이한솔 님, 양희정 부장님과 반년간 검토하기도 했다. - P6

이 책의 주인공들인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은 겉으로 보면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태어난 시기도 삶의 터전도 쓴 글들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은 서로 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선,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은모두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썼다. 필사적으로글쓰기에 매달렸다.
또한, 여성 작가들은 모두 크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있었다. 평생에 걸쳐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다. 찬사만 받은 작가도 없었다. 혹평에 좌절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소문과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 순간순간 닥쳐오는 난관을직접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살면서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한 문장한 문장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무엇보다 스물다섯 명 모두 예외 없이 책을 지독하게 사랑했다. 도서관과 서점은 그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학교였다. 치열하게 읽었다. 평생을 쓰거나 읽으면서 살았다. 여성작가들은 하나같이 오랫동안 좋은 독자였다가 어느 날 멋진작가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결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금씩 극복해 갔다. 흠결 없고 상처 없는 완벽한 인생을 - P7

살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사람이므로 일생 동안 수많은 실수를 거치며 성공과 실패, 성취와좌절을 오갔다. 결국 그들은 모두 좋은 글을 남겼다. 앞으로걸어갔다. 어떤 경우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글과 말의 힘을 믿었다. 불행이나 불운이 반드시 살아서 글을 쓰겠다는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음을 자신들의 삶으로 증명했다.
모든 글은 독자를 향하고 있다. 이 글 역시 많은 독자들을 만나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떠다니길 바란다.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P8

글 쓰는 여자는빛난다.
+ 마르그리트뒤라스
"나는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의 영화화 판권으로 노플르샤토의 이 집을 샀다. 내 소유의, 내 이름으로 된 집이다.
이 집을 사고 나서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 같았다. 집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 집은 나의 유년기 아픔들을 달래 주었다." 글을 써서 집을 사고, 그 집에서다시 "미친 듯이 글을 쓴 이 여자,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부럽다. 게다가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는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자신의 인생을 소설로 완성하고, 그 작품으로집을 사서 글쓰기에 몰두했다니 나는 그녀가 그저 존경스럽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일은 멋지다. 하지만 대체로 멋진일들은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작가라는 직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글을 쓰다 굶어죽을 뻔했던 여자 혹은 굶어죽은 여자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 때문일까? 나는 글을 써서 생활의 기반을 닦은 여성들을 언제나칭송해 왔다. 그 기원을 누구로 둘까? 잠시 행복한 고민에 - P15

를 바랐다. 질투는 좀 더 복잡한 감정이었다. 딸이 자신처럼살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만약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멋지게사는 딸을 보게 되면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해질 것 같았다.
어머니와 딸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뒤라스가좀 더 용감했다. 누구도 응원해 주지 않았지만, 뒤라스는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나의 삶은 아주 일찍부터 너무 늦어 버렸다. 열여덟 살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어 버렸다. 뒤라스의 삶이 늦어버린 이유는 나이 많은 중국 부호가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구애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탕하고 무능한 큰오.
빠가 수시로 뒤라스를 때리고 파산한 어머니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딸에게 있는 듯 행동했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글을 쓰면서 뒤라스는 생물학적 나이를 완전히 뛰어넘는 경험을 한다. 그녀는 글을 쓰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았고, 자신이만들어 낸 이야기가 자기 삶이 되는 황홀한 체험을 했다. - P19

작가가 되기 위해 1933년 프랑스로 돌아간 뒤라스는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후 식민지성에서 잠시 근무했지만 이내사직서를 제출한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뒤라스라는 위대한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때까지 세상에 뒤라스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43년, 마르그리트 도나디외는 『철면피들』을 출간하며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필명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박금이가 박경리로, 천옥자가 천경자로 되는 순간 역시 이와 다를바 없었다. 뒤라스에게 삶은 오직 두 시기, 작가가 되기 전과후로 나뉘었다. 스스로 이름을 바꾼 그때부터 뒤라스는 평생을 작가로 살았다. - P20

께 살아가던 뒤라스는 오랜 독자인 얀 앙드레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뒤라스의 표현처럼,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 60대 후반의 여성과 20대 남성의 사랑을 세상사람들은 함부로 이야기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자신들의사랑에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했다. 무엇보다 뒤라스는 끝까지 글을 써 내려갔다. 뒤라스의 마지막 작품 이게 다예요」는 글쓰기와 사랑만이 죽음의 반대말임을 알려 준다. 뒤라스가 병상에 누워 직접 쓸 수 없게 되자 그의 말을 얀이 대신 글로 정리했다. "난 삶을 사랑해. 비록 여기 이런 식의 삶일지라도."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난 가난한 프랑스 소녀는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글쓰기로 극복했다. 사랑을 감추지 않았고, 혁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깊은 시선으로 인간을 응시했다.
1993년 뒤라스는 "문학은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는 말로 자신에게 글쓰기가 생의 전부였음을 시인했다. 그로부터 3년 후, 뒤라스는 세상을 떠났다. 1995년 출간된 『이게 다예요』는 뒤라스의 유서이기도 하다. "나는 글을 쓰고싶다."고 당당하게 외쳤던 뒤라스가 옳았다. 뒤라스의 어머니는 참으로 부질없는 걱정을 했다. 문학과 연극, 영화를 넘나들며, 뒤라스는 글 쓰는 여자가 얼마나 눈부시게 매 순간성장할 수 있는지 제대로 증명해 냈다. 과연 글 쓰는 여자는 빛난다 - P22

누구도 응원해 주지 않았지만,
뒤라스는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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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독서의 힘 - 토론을 위한 논제 만들기
김민영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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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란 자기 정체성이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한 생각을 담는 나만의 그릇이다. 저마다의 생각이 다르듯 질문도 제각각이다. 질문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시간과 사는 모습이보인다.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대개 주목받기를 두려워한다.
인정 욕구와 정답 강박증으로 인해 질문의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자기 생각도 희미해진다.
강의 후 공개 질문하는 사람은 적지만, 조용히 앞으로 나와 물어보는 이는 있다. 줄까지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도 개인적으로 묻는다. 이렇게 좋은 질문을 왜 이제야 하느냐고 물으면, 별것 아닌 질문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그랬다고 한다. 어느새 질문은 민폐의 상징이 되었다. - P5

책 한 권은 커다란 물음표다. 다수가 "그렇다"고 한 생각에 관해
"전 아닌데요" 라고 표현한 작가만의 깃발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나지 못한다면, 나라는 존재를 표현하는 힘이 세질 수 없다. 질문은만난 독자는 ‘나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쓰여 있네‘ 라며밑줄을 치거나 페이지 귀퉁이를 접는다. 또는 마음에 고이 새긴다.
작가의 세계에 빠져들며 몰입한다. 거대한 물음표의 세계로 걸어들어가는 일, 바로 독서다. 자신이 궁금해했던 것, 관심사, 고민을자세히 들여다보고 재발견하는 자기 탐색의 과정인 셈이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물음표 만들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책에 흠뻑 빠지거나, 취하거나 동경할 뿐 자기 생각이나 질문은 풀어내지 못한다. 감탄과 동경에 길들여져서 그렇다. 이들 대부분은 책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나만의 시각으로 정리하고 확장시키는질문 만들기 경험이 부족하다. 독서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밑줄‘을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긴장하는 사람들을 본다. "이런 부분을 좋다.
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며 얼굴을 붉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는 태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나라는 존재를표현하는 힘이 세질 수 없다 .자기를 표현하는 힘이다 힘은 금세 키워지지 않는다 . 근육 운동처럼 조금씩 증량한다. 작은 질문을 자주 해본 사람이 큰 질문도 할 수 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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