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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망쳐도 괜찮아 - 오래가는 관계가 좋다는 착각
이구치 아키라 지음, 신찬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4년 4월
평점 :
저자 본인의 일생은 쉽지 않았다.
대인관계엔 부침이 심했고
심지어 외국에 나가서 공부했을 때나
사업을 했을 때도 계속 그 등락은 이어졌다.
이런저런 사람관계 안에서 부딪쳤던
피치못하게 맞이하던 불가항력들.
저자는 이런 경우가 꼭 자신에게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경우라 말하며,
고통과 번민의 시작은 주로 인간관계로
벌어지는 일임을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런 발상의 근간은, 스스로 겪은
과거의 경험들이고 이를 토대로 책을 엮었다.
많은 위인들 또한 한 인간으로써 겪어내는
고통 중 많은 부분이 인간관계 때문이라 말했다며
그들이 어록과 기록들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이야기들이 이어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람관계가 주는 스트레스에 관해
부정적인 측면과 불가항력들을 말해주려 노력한 동시에,
일정부분 극복했음 또한 이야기의 한축으로 활용했다.
그간의 불행과 더불어 극복해 낸 본인만의
조언과 자신감이 책의 곳곳에 묻어 있음이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이 단순하게
그냥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관계를
멀리하는게 상책이라는 단순 조언일 거란
예상도 가능하게 하지만 그쪽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이 기초가 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이야기를 풀어냄에 있어 판단에 균형을 이루고
왜 그런지에 대한 해석이 어두운 측면을 넘어
객관적으로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빌미를 주는 쪽에 가까우니까.
일례로, 저자가 말하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매년 한 반의 구성원이 되는 상황들을 말할 때,
나로써는 잘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되집어 보면 좋을 조직과 일원의
저자식 개념 설명이 무척 와 닿았다.
일본저자이기에 한국과는 다른 일본식 공교육 체계지만
그 외적인 측면에선 굳이 국적이 달라
꼭 구분해야 할 설명들도 아니었다고 보였다.
그래도 그 설명들을 한국에 맞게
한국 공교육 체계로써 예를 들어본다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보통은 12년을 우린 매년
새로운 학급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그룹들이 나와 맞지 않을 땐 어떻게 될까?
저자는 단순히 그 인간적 궁합이
맞지 않을 경우 힘들어 질 수 있다는 걸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단순히 1년 동안 속하게 되는 학급이
자신과 잘 안 맞는다는 그 측면에서의 시작이 아니라,
학급이란 이미 하나의 틀로 주어진 것이고
그 안에서 개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고정요소라는 발상이기 때문.
각 개인은 그 안에서 맞춰가는 대상일 뿐이지
그 구성원이 나에 맞춰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적응 못한다면
그런 변화에 잘 적응 못하는 체질이라면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매우 큰 스트레스라는 사실에 주목.
그렇기에, 이 매년 바뀌는 학급이란 조직 안에서
맞는 친구와 그룹에 적절히 속하지 못할 시 그 고통은,
가히 타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종류의 스트레스란 판단이 작용한다.
단순히 매 학년 각각이 해마나 바뀌고
해당 나이들이 달라지는 자연스런 수순이라 보지 않고,
이미 정해진 학년 초 학급구성은
굉장히 랜덤한 구성이기에,
여러명의 사람들이 만나 잘 맞는 경우보다
잘 맞지 않을 확률이 훨씬 당연한 거라는 것.
결국 안맞을 확률이 훨씬 큰 고정된 조합임을
더 설명하고 싶어한 저자다.
이는 단순히 왕따나 외톨이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저자처럼 큰 문제는 없지만
잘 융화도 됐었던 사람들에겐 이는 궤변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허나, 매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고정된 틀이란 개념으로 바라보면
고통스럽고 힘들수 있다는 논리를 깨긴 어려워 보인다.
이 부분만으로도 저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대부분 각자의 지나온 길을 떠올리며
한번쯤은 힘들었을 학창시절을 떠올려봄직도 하다.
어떤 때는 무난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고
어떤 시기엔 생각보다 잘 맞지 않던 시기도 있지 않았을까?
아님 항상 매번 모든 새 환경들이 희망과 기쁨이기만 했을까?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한 학급이라는 틀 아래
어느 정도 친구가 되어야만 하는 그 시작이
저자같은 사람에게는 매번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이야기만 넘쳐났다면
이 책은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였던 한 사람의
자기 합리화나 푸념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이 극복해 봤던
또다른 경험 이야기인 '희망'과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짜여졌고 주어진 조직 틀을 조금만 벗어나면
맞는 사람들과 사회도 존재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결론.
그러니 어떤 조직 안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만 힘들어하지 말라는 것.
학창시절 속 학급이라는 단위 또한
힘들었다면 이런 맞지 않던 틀이었다 생각하면서 무너지지 말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틀 중엔
자신과 맞는 다른 구성원들과 틀도 있으니
희망을 잊자 말라는 본인의 경험이 들어간 조언을 해온다.
사실 작은 사회로써 학급도 등장시킨 것이라 보면 좋겠다.
자신과 맞는 누군가가 자신이 속한 학급 안에서만 아니라
다른 학급, 다른 학교에 맞는 누가 있을 수 있음을
당연하게 여겨보며 찾을 수 있는게 맞다는 말.
그렇게 더 넓게 확장해 생각할 줄 안다면,
직장 문제에 관해서도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고 한다.
본인이 단순 돈버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굳이 어딘가 속해서 돈벌어야 한다는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라는 발상.
꼭 직장에 소속되야 돈을 벌 수 있다는
한정된 생각은 버릴 줄도 알아야 된다는 이야기.
혹시 생존을 위한 돈만이 목적이라면
자신의 능력대로 다른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루트도 있으니,
꼭 조직에 속해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돈을 버는 대신
달라진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 사이에 꼭 속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란다.
사람과의 어울림에 훨씬 큰 고통을 받는다면
그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인 선택이니까.
일정부분 논란도 될 이야기들도 있지만
나는 신선하고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인간관계를 스트레스라 보고 탈출해야 한다는 구조라기 보다
달라진 사회구조를 기반으로 한 발상이라 여겨지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인간관계에 잘 적응하는 것만이
최고의 선택이라 교육받던 시대는
이젠 정말 아닌거 같으니까.
발상의 전환도 느껴볼 수 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