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솔 박미희의 김치 이야기 : 제주 김치
박미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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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사업을 하고 있는 저자다.

그러나 이 책은 사업가로써가 아니라

요리책에 가까운 책이니 오해 없길.

김치가 점점 좋아지는 요즘

직접 해먹어야지 생각하며 찾아 읽었는데,

읽다보니 그냥 저자가 만든

김치를 사먹는 것도 낫지 않을까 싶기도.


흑산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랐다는 저자가 쓴 이 책은

제주 식재료를 많이 사용한 김치들을 다룬 책인데,

여러가지 김치가 등장하지만

왠지 눈이 더 가던 건 색다른 김치들보다는

익숙하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김치들이였다.


제주 김치만의 맛을 내는 재료가 뭘까도 궁금했는데

재료도 재료지만 풀국으로 사용되는

풀국 재료들이 어쩌면 김치 자체의 맛 만큼이나

독특한 발효맛을 내주는 공신들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가 말하길, 풀은 넣어주면

김치를 감싸고 돌면서 

당으로 변해 유산균의 먹이가 되고 

양념도 김치에 잘 달라붙게 만들어 주면서

빨리 시어버리는 것도 

일정부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책에서 쓰이는 풀들은 

일단 평범히 쓰이는 재료들이

아닌 식재료 들이란 것에 주목할 만 했다.


메밀풀, 차조죽, 보리죽.


메밀풀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차조죽은 맛이 깊고 탄산맛의 시원한 맛을,

보리죽은 감칠맛과 톡쏘는 맛을 가미해준다 한다.


책엔 없는 내용이지만 경험상,

겨울 제철 무우로 격식없는 김치를 담글 때

그냥 밥풀과 새우젓의 조합 만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맛이 되는 걸 경험한 바가 있어,

저자가 말한 3가지 제주김치에 활용되는 풀들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저마다의 역할을 

김치 안에서 해줄거라 느낄 수 있었다.


읽다보면 주로 쓰이는 위 3가지 풀국 이외에도

더덕 김치의 경우엔 '기장풀'을 쓰기도 하는데,

만들기 쉬운 김치 종류이면서

호불호가 별로 없을 듯한 레시피라 좋았다.

다만, 더덕을 이미 깐 걸 쓰지 않는 이상

손질하는 동안 끈적이는 더덕 때문에

직접 손질해 해먹는 거보다 어쩌면 

손질 된 더덕을 사 해 먹는게 

났다는 생각도 순간 들긴 하더라. 


이 책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김치마다의 레시피가 너무 간단하다는 점에도 있다.

처음엔 난 내가 2페이지를 한꺼번에 넘긴건가 싶을 정도로

담그는 법마다 3~4줄로 끝나는 것도 많아 좀 어색했다.

너무 짧은 레시피 들이라서 좀더 생각하며 읽다보니

사실 완전 재료손질부터 소개되어 있는 책이 아니라면

김치맛은 익힌 후에야 완성되는 것이고

그냥 버무리는 수준까지의 설명은

예상외로 단순해도 되겠단 책의 표현도 어느 정도는 이해됐다.


결국 중요한 건,

소개된 각 김치마다의 맛이 다를 수 있는

아까 말한 3가지 베이스가 되어줄 풀국들과

거기에 가미되는 액젓의 조합이겠다 싶다.

또한, 어떤 김치엔 귤도 들어가고,

유채꽃도 사용되며,

방게도 넣고, 유자도 쓰여지는 점도 추가.

배추꽃대는 사실 보통은 잘 안먹는데

여기선 별미처럼 소개되어 있어 생소했다.


만들기 편한 깍뚜기와 브로컬리 김치는

수일내로 한번 레시피대로 해 볼 작정인데,

김치로 쓰일 주재료보다 

부수적일 재료들이 약간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풍부한 맛의 김치를 좋아하는 편이다.

책은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김치들 위주고

사진상으로 푸짐하게 담겨진 김치들 사진이 아니라

한접시 분량으로 담긴 스틸 컷들.

이 사진들을 바탕으론 어느 정도 

식탁 위에 올려질 완성품 형태를 예측할 수 있어서

가능한 정도까지는 흉내 내어 볼 요량도 있긴 하다.


오고가기에 가까워진 제주행이 됐으니

제주를 자주 경험했던 사람들이라면

꼭 책 때문만이 아니라도 

제주도 특산처럼 소개된 김치들을 

방문해서 찾아 먹어보는 것도

하나의 식도락 투어처럼 활용해

본다는 측면에서 나쁠 거 같지 않고.


예전엔 요즘만큼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꾸 김치가 좋아지는게 정말 한국인만 가진 입맛이란게

나한테도 존재하는구나를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도 택했고.


색다른 김치를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해먹기 좋게 짧은 레시피 위주로 소개한

이 책 내용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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