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스님의 선(禪) 명상
영화 지음, 윤희조.박재은 옮김 / 운주사 / 2024년 3월
평점 :

선...
난 선은 모른다.
책은 대중화 된 선인 일본의 젠(Zen)도
짧게 소개하며 본류는 중국의 것임을 설명하는데,
원류인 대승불교적 중국식 수련을 언급하며
책의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명상을 위한 정좌법에 바로 집입한다.
이 책이 다른 명상책들보다
빛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선이니 명상이니 호흡법이니
다른 책에서도 알 수 있을 내용들 보다는,
그걸 언급하는 단순함을 뛰어넘는
필요한 걸 현대적으로 설명하고자 한
정확한 묘사나 관점에서 느낄 수 있었다.
딱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계량화 된 명상으로의 접근
지도자의 접근법이 있다는 느낌이
이 책엔 있다.
하나의 지나가는 에피소드지만,
누군가 심안이 열려 저마다 가진
단전의 형태를 볼 수 있다는 누군가가 있었다 한다.
저자 영화스님도 본인의 단전을
그 사람의 청으로 보여준 적이 있었다는.
그는 영화스님의 단전을 한참 들여다 보았지만
정의내릴 수 없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형체가 느껴지지 않는다로.
이 말의 즉은 보려한 사람이나
영화스님 모두 결론은 모르겠다였나도 싶긴한데,
나름 다른 깨우침을 주려고 했단 생각도 있다.
당사자 영화스님은 이 사람과의 일화로
자신의 단전이 어떤 모양인지도
그 사람이 실제 심안을 가졌는지도
결국 모호하게 마무리를 맺었지만,
이 사연 속에서 느껴지는 단전이란 주제에 대한 느낌은
심안으로 단전을 본다는 행위 자체는 다소 불분명하다는 것과
굳이 구체적으로 단전을 느끼고 그 정체를 알려고
필요이상으로 노력하지 말라는 의미에
이야기의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보였다.
책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결가부좌를 틀고 수행하는게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관해서를 비롯,
육체적으로 명상의 자세를
제대로 잡기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들과
부수적으로 도움될 스트레칭들이 실려있고,
이후 후반부까지는 단계를 거쳐감에 있어
수행자가 의문시 할 만한 질문들에 대한
고비 마다의 설명들이 실려있다.
책끝엔 문답식의 Q&A도 짧게 첨부되었고.
초등학교 2학년이나 4학년 때 쯤
구체적인 이유없이 어느날부터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어디서 본 걸
흉내내듯 명상과정을 독학하려 했었다.
명상이라 이름붙여 한 것도
수련이라 생각하며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정말 그냥...
그때 나름 교재도 있었는데, 그게 웃긴건
내가 얘기를 그 애에게 했는지
그걸 듣고 나보다 더 어린 동네 동생이
자기 집에서 보라고 빌려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너무 뜬구름 같아 다른 책을 찾아보니
기공이라 제목붙은 책들이
내가 하려는 것들에 가까워 참고를 했었던거 같다.
그런 책들 안엔,
소주천이니 대주천이니
입 안 혀를 입천장에 가볍게 대라했고
기운이 입안에서 돌아 척추를 통과하여
몸전체 운기를 시켜가는 뭐
그런 것들을 하라 써 있었고
나름 해보려고 하긴 했었다.
때로는 이유없이 그냥
식물에 손을 약간 거리를 두고
교감처럼 느껴진다 상상도 하며,
서로의 기운이 오고간다는 믿음하에
눈을 감고 손은 내밀고
손바닥을 펼친 채 한동안 서있던 기억도 난다.
이때의 기억이 맞다면 그 나뭇잎은
고무나무나 테이블 야자나무였었는데...
아무 인연없이
가끔 이렇게 내 식대로 해온 명상들의 기억...
결가부좌,
호흡,
손바닥을 마주하고 어둠에 앉아
한동안 있다가 잠들기...
초중고교 시절, 그 이후도
아주 가끔 생각날때마다 해보던 나름의 명상들...
그 후에도 책으로써는
명상책 여러권을 접해는 봤다.
그런데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가이드로써 느껴진 건 생각보다 적었는데,
그 이유는 모든 다양한 책들이
어떤 부분들은 읽을만 했으나
총체적으로 보면 모호함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떤 책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해 볼수 있게 도와주리라 본다.
각자가 알아서 해야하고
뜻을 두고 주구장창 수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루게 되리라는 그런 접근법은 아니니까.
어떤 부분에서 벽을 느낄 것이고
어느 부분에서 의문을 가질 것인지 등이
가르친 사람으로써 그리고 그런 단계를 거친
이들에게 묻고 답함으로써 얻었던 해석들을
책에 간결하지만 옳게 실으려 한 노력이 분명 느껴진다.
실제 오랜만에 명상을 해보려고
이 책을 교재삼아 읽고 싶었다.
그냥 가부좌 틀고 눈을 감고만 있기에는
오랜만에 하고자 한 명상에 대한
나름의 의지나 욕구에 불이 지펴지지가 않아서.
이 책 덕분에 일단 의욕과 믿음에 불씨는 살아난 듯 하다.
이제 개인적인 실천과 노력만 남았다고 본다.
까먹을 뻔 했는데
이 책엔 또다른 독특한 점이 있었다,
그건 단전의 위치설명.
보통 단전을 회음과 배꼽을 연결한
배꼽아래의 어딘가로 설명해주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단전을 배꼽 뒤 어딘가로 설명한다.
평소 기존의 지식보다 이 책에서 설명해 놓은
단전의 위치가 더 내겐 편했던게 있어서
왠지 모호했던 중요한 한가지에 대해
좋은 길잡이를 얻은 느낌도 있다.
인연이 된다면,
영화스님의 지도도 받을 수 있다면,
그 진전이 빠르려나 싶은 상상도 해보게 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