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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고를 때,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란 글등이 눈에 띄면
당연스레 집었던 책이라도 놓게되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고 도리어 한번 더 살피게 된다.
정말 읽어볼 만한 책들을 고정관념 탓에 놓치게 되긴 싫으니까.
그만큼 청소년을 위한 책이란 꼬리표가 달린 책들의 완성도가 훌륭해졌다.
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이렇게 수준이 높아진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면
나의 같은 시절 그때보다 훨씬 정신연령이 높아진 요즘 세대란 의미인지
아님 이런 류의 책을 쓰는 저자들이 자신들의 철학과 바램을 담아
아이들이 피했으면 하는 시행착오를 알려주거나 또는 경험했으면 하는 여러가지들을
책에 담는 과정을 소설이란 친근한 매체를 이용해 해나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하다.
이 책 '못된 장난'은 독일작가의 작품이다.
약력을 보니 독일 청소년문학계의 1인자란 수식어가 있는데
100% 공감할 수 있을만큼 이 작가의 작품들을 접해보진 못했기에
섣부른 동조를 하고싶진 않으나 분명 그럴만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란건
이 책만으로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듯 싶다.
'못된 장난'은 성적도 뛰어나고 성격도 밝은 한 이민가정의 소녀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겪는 괴롭힘과 고통을 소재로 다룬다.
어찌보면 대강의 줄거리를 짐작하며 읽게 될 만한 소설이건만
들어가 실제 읽다보면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왜 이 책이 어른들에게도 읽을만한 책이라 했는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냥 괴롭힘을 당하고 소심해지는 그런 당연한 과정만을 다룬게 아니라
마치 영화처럼 극복될 듯 하다가도 이내 좌절되는 안타까움들을
영리하게 묘사해놓은 문체들로 평범할 것 같은 얘기들이 생명력을 띄게 되고
가상의 주인공 소녀가 겪는 사건사건들에 가슴 아파하게 만든다.
특히나, 주인공 '스베트라나'가 가장 큰 절망과 포기를 느끼는 클라이맥스에서
아이들의 직접적인 괴롭힘이 계속되어 스스로 약해지고마는
다수의 폭력으로 인한 개인이 굴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데
이 책 '못된 장난'의 스토리가 가진 우수함이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기법에 '점프 컷'이 있듯이 이 책은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넘어오는 식의 전개로
담담히 독자 스스로 주인공의 사연을 인지해가고 느끼게 만드는데
직접적인 감정표현이 많이 자제되어 있지만
되려 이런 점이 읽는 독자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자극케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 이용되는 듯도 싶다.
짧지만 분명한 의미를 담고있는 '못된 장난'이란 제목도 맘에 든다.
'못된'이란 단어가 참 많은 뜻을 담고있구나란 생각도 한번 해보게 되고.
주위에 나이를 불문하고 한번 읽어보라 권해줄 만한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