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초 아무생각 없이 책꽂이에 고이 모셔만 뒀던 책 1권을 꺼내 읽었다.
사실, 그전에도 몇번 읽으려다 다시 놓아버리길 몇번이나 했던 책이였는데
그냥 계속 모셔만 두고 있는 것도 왠지 스스로에게 빚이라도 진 느낌이라 내심 걸렸던 것도 있었고 큰 돈 들여 산 건 아니였지만 돈 주고 읽겠다 산 책을 여지껏 안 읽고 있단 생각도 있던 차라
나름 큰 결심이나 한냥 책을 펼치고 한가롭게 편히 누웠다.
먼저, 그간 이 책을 읽지 않았던 나름의 이유를 말해보자면,
이 책이 개인적으론 처음 읽어보는 일본 번역판이라 그 낯선 단어들이
몇장 넘기며 봐도 원체 익숙해 지지가 않아서 계속 읽어나가기가 영 불편했었기 때문이였다.
 
어쨌거나 읽기 시작했던 그날 밤부터 다음날 밤 그리고 그 다음날 밤까지...
몇일 후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맨 앞장을 펼쳤다.
예전 거기에 연필로 적어놨던 작은 메모를 찾아보려고 말이다
'2007.4.17 화요일'...
벌써 산 놓은지 거의 2년이 다돼 가는 셈이였다.
이렇게 재밌고 괜찮은 책을 이제야 보다니!... 그것도 빌려서 보느라 지금 알게된 것도 아니고
내가 사다 놓고선 이렇게 인연이 없을 수 있었을까?
안맞던 나와 이 책의 궁합은 이렇게 2년만에 극적으로 들어맞게 됐는데
이런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게 만든 이 책의 제목은 다카노 가즈야키의 '13계단'이다.
13계단...살 당시에도 인터넷 서점에서 무척 요란하게 선전하며 걸어놓았던 문구들이나
살 때 참조했던 이 책에 달린 리뷰들도 새삼 떠올랐다.
스스로 읽고 판단해보란 칭찬일색의 많은 리뷰들,
게다가 할인이란 점에 이끌려 일단 사두고 천천히 읽어봐야겠다며
먼저 책 사재기 해 놓은지가 그 사이 어느새 이렇게 2년전이 돼 버린거다.
이 책 살때 '살인자들의 섬'도 같이 사 두었었는데 그래도 나름 책보는 눈은 있었나보다
두 권 모두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 안에서도 최고 베스트셀러에 들어가는 책들이니 말이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역대 최단기 100만부 돌파 대기록...
내가 가지고 있는 '13계단' 판본은 2007년 1월 29일 1판 5쇄라 적혀있는데
아직껏 인기있는 책이니 그 후로 나온 판본들에 적힌 숫자는 꽤 늘어나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학교 이후론 추리소설을 거의 안 봤다,
만화나 추리소설 모두 이제 사서 보기엔 이제 어쩐지 민망한 나이란 생각에.
온통 책으로 방이 찰 만큼 책 사서 보는 걸 즐겼음에도
음식편식하듯 책도 편식을 해온 거다.
이 점 내심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 후로 밀리언셀러 시리즈를 근래까지 10권정도 더 구입했다.
내 입맛에 맞는 것들로 서점에서 한권한권 직접 확인 후 선별해 샀는데
처음 읽은 '13계단'만큼의 감동들은 아니더라도 모두 그만큼이나 재밌고 유익한 책들이었다.

소설, 경제서, 자기계발서, 철학, 사회과학...
예전엔 어렴풋이 책의 장르를 구분져 대해 왔는데
요즘은 그 경계가 모호하게 보인다, 아니 확실히 구분없는 공간이 존재한다.
얘기를 창작하는 과정에서나 소재선택에 있어서,
소설 안엔 작가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녹아있을 수 밖에 없다.
처음 밀리언셀러 시리즈로 이끌어 준 '13계단'도 장르자체는 추리소설인지라
독자의 읽는 재미를 고려해 자극적인 문체와 극적인 스토리 흐름을 기본으로 쓴 게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엔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과
독자가 느껴주었으면 하는 감성과 직관의 교집합이 눈에 안 띄게 존재한다.
이건 단순히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가 아니라
철학만 적혀있는 단순철학서에서는 볼 수 없을 다른 접근방식의 철학이야기라고 까지 할 만 하다.
소설이자 재밌는 철학서...이게 내가 생각하는 밀클 시리즈의 정의다.
지금은 '천사의 나이프'를 읽고 있다.
중간넘게 읽다가 잠시 멈춘 상태인데, 맡은 일만 마치면 바로 다시 냉큼 읽을 생각이다.

'...'밀리언셀러'라는 이름을 단 것은 소설이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널리 읽히기를
바라기 때문이고, '클럽'이라는 이름을 단 것은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이 작품들을
가운데 놓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밀클시리즈들마다 들어있는 발간취지 中 한 대목을 인용해 적어봤다.
너무 고마운 말이다. 앞으로 이런 취지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끝까지 광팬이자 열혈 애독자까진 아니지만 준 열혈로 남아 보고자 한다.
아, 그리고 이 책으로 일본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싹 없어져
내친김에 20권짜리 '대망'도 읽어볼까 고려중이니
책읽는 습관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장족의 발전이 있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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