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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 박철범의 글솜씨가 좋다.
아직까진 단 1권의 책만을 펴낸 비록 전업작가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자기 책을 낸 이에게 글솜씨가 좋다는 말은 다소 결례가 될 줄 안다.
그렇지만, 서평의 첫 줄은 꼭 그의 글솜씨에서 받았던 기분 좋은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책이 전달해 주고자 의도했을 주된 의미들도, 논픽션만이 줄 수 있을 진솔한 많은 경험담들도,
결국 주인공인 박철범의 솔직담백한 필력이 흡입력 강한 이야기들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보여지니 말이다.
다소 스토리가 어둡게 흐를라치면 독자를 배려한 의도였는지 아님
평소 그의 자연스런 말투가 녹아 글이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
심각한 얘기들을 순간순간 그의 유머감각으로 순화시켜 전달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감동스런 개인사를 이런 유쾌한 글솜씨로 풀어 들려준 주인공에게 감사하다.
공부를 해야 할 의미를 몰랐던 시절, 흥미를 갖고 공부에 파고들게 된 이후의 시절,
그리고 자신의 인생엔 없을 줄 알았던 2곳의 명문대생으로써의 생활과
이젠 어느새 30살이 된 그의 현재 상황들 모두 그리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신념과 의지가 담긴 삶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그 책임감에 따르는 좌절과 극복 사이를 오가며
인생의 외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해내고 있는 저자의
미련스러울 만치 과감한 시도와 노력이 전달되어 지니 말이다.
생활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환경에서 이만큼 자신의 꿈을 이뤄낸 것 조차 많이 놀라웠다.
한가지의 어려움만 있어도 쉽게 포기하고 마는 게 보편적인데,
삐뚤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준 자체만으로도 책을 읽으며 그리 기쁠 수 없었다.
그의 블랙 유머를 빌려 표현해 보자면, 당연히 한명의 새로운 비행청소년이 탄생했을 법한
필요충분조건 하에서 아쉽게도 그것이 실패로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그가 한 줄의 글로 쓴 얘기들이 당시 본인에겐 얼마나 큰 사건들이 였을지
책을 보고있는 순간순간 짐작만으로도 우울해 졌다.
자고 있는 아이의 배를 차며 깨워대던 한밤중 빛쟁이들의 독촉,
과일 깎는 칼이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아버지와의 짧았던 해후,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뒤떨어져 버린 학습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고2 때부터 시작된 늦은 공부 이야기나 스스로 자포자기 하거나
지쳐 버리지 않으려 고심했던 당시의 얘기 등은,
책 속에선 한 줄이나 한 페이지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 속에선 몇 주, 몇 개월 아님 그 이상의 시간을
홀로 부딪히며 극복했어야 됐을 일이였겠기에 담담하게 말해주는 표지 속 주인공의
웃는 얼굴이 더 대견하고 온화하게까지 느껴졌다.
책엔 박철범 말고 매력적인 인물이 1명 더 등장하는데, 이창진이란 동창생이다.
초등학교 시절 주인공과는 모든 면이 달라 대면대면 했던 사이였고,
고등학교 시절엔 순간순간 영감을 주는 친구였기에 멘토 같았던 친구 이창진…
철범이 서울대에 진학 후,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친구 창진이는 서울대가 아닌 연대생이 되어 있었다.
도리어, 철범은 자신보다 공부 잘했던 창진을
나름 배려해 자신이 서울대 생임을 선뜻 말하지 못한다.
순간, 오히려 창진 쪽에서 고3 시절 잠시나마 불성실하게 공부했던 탓에
서울대 진학은 실패했다며 철범이 궁금해했던 얘기들을 편안히 꺼내며
스스로 말미암은 결과이기에 현재에 대한 불만은 없다 말한다…이어서,
서울대 들어간 철범이 선택한 전공은 적성에 맞는지 되묻는다.
이 간단한 질문에 주인공은 또다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뭔가 마음속에서 미적거리던 고민거리의 정체를 끄집어내 준 명쾌한 질문이였다는 것인데,
남들에게 자랑하고픈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라,
고등학교 때 처럼 공부의 열정을 되살려 줄 무엇이 자신에게 더 필요했단걸
창진이 가볍게 꺼낸 질문을 통해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철범의 기억 속에 이 짧은 만남도 만남이지만, 주인공도 그리고 그의 오랜 친구 창진이도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독자로서 그 둘의 모습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대목이였다.
그 후 유명한 회계사무실에 들어갔다는 공인회계사 창진과,
전공을 바꿔 법학도로써 또 다른 선택의 길을 걷고있는 주인공…
같은 서울하늘 안에서 각자 치열하게 살고 있을 두 친구의 모습이
사뭇 어떤 우정보다도 멋지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공부가 쉬운 게 아니라, 공부가 주는 희망과 보람이 있기에 가치 있음을 일깨워 주는,
박철범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젊은 날의 고군분투기!
책도 역시 세월을 타나 보다, 오래 전 읽었던 장승수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못지않게
이 책이 새로운 감동이 식었던 나의 의욕도 이렇게 북돋아 주니 말이다.
주인공 박철범이 끝까지 밝히지 않고 숨겨놓은 그 꿈은 꼭 이루어 지도록 건투를 빈다.
그리고, 훗날 어디에선가 들려올 또다른 그의 성공담도 기대하는 바다.
그야 말로 공부의 달인이 생활의 달인이 되고, 그 생활의 달인이 인생의 달인이 되었다며
다시 나에게 환히 미소 지어주는 박철범의 얼굴이 그려지는 그런 성공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