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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
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 제공도서를 주관적으로 읽고 쓴 서평입니다]
'페마 초드론'이란 이 책 저자를
한국에선 얼마나 알지부터 묻고싶다.
딜라이라마나 틱낫한 정도가 아니라면
왠지 이 미국 승려의 존재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 같기에.
본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말한 그 정도 네임벨류가 책들과 이 페마 초드론의 책 중
어느 책을 더 선호하냐 묻는다면
난 고민없이 페마 초드론을 택할 것이라서.
책에 소개된 개략적 저자소개와는 별도로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좀더 첨부해 본다.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던 이 미국인 여자는.
어느날 남편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았다.
그 혼돈으로 스님이 되기까지 했으니
그때의 파급력은 가히 짐작이 된다.
지지고 볶고 싸우다 벌어진 이혼이 아닌
그냥 통보였다고 기억하는 그녀기에.
어쩌면 인간사 대중적인 한 사건이
누군가의 가치관엔 수습불가의 영역이 되기도 하고.
그후 페마 초드론은 어찌저찌 하여 비구니도 됐고
그때 만난 스승이 초감 트룽파란 승려였다.
스님이 된다는 선택과 자신에게 맞는 스승을 만남으로써
그녀에게 또다른 평화가 시작되진 않았다.
오히려 스승의 물려준 운영자 자리를 건내받고
책임감의 외형을 띤 의무감 때문에
힘에 부치는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까.
이러한 그녀의 별도 약력과 별개로,
우연히 상관없는 책을 읽다 그녀를 만나기도 했다.
감옥에 갇혀 쓴 에세이 낸 한 죄수가
자신을 주기적으로 면회 와 준 고마운 스님으로
페마 초드론을 언급하고 당시 모습들을 언급했는데,
그 묘사 속 느낌이 준 이상야릇과 이질감이
이번 책을 읽으며 뒤늦게 답을 얻기도 했다.
이 책 원제목은 'Comfortable with Uncertainty'이기에
한국번역본의 제목은 직역일 수 없으나,
오히려 페마 초드론이 표방하는 세계관은
가장 잘 뽑아낸 글귀로 다가온다.
왜냐면, 그녀는 대부분의 책에서
삶의 본성을 타인에게 설명할 때
희망과 긍정성보다는 삶은 고뇌 자체임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이를 '그냥' 마주하라는
그 조언만을 더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이게 단순 비관론적 세계관의 설파가 아닌
무(無)의 중간쯤에 있다는 그 점 때문이다.
'그냥 그런 것이다,
삶은 그런거고,
타인은 그런거고,
자신도 그런거다' 라고...
내세구원론적 종교의 존재는
그녀의 책엔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있는 동안 깨달음을 돕고자 할 뿐.
그럼에도 그녀의 여러 책들 중
이 책에서만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라면
독특하게 '여린 마음'이라 추측한다.
이를 불교적으로 '보리심'이라 부르며.
아까 말한 다른 책 속 생뚱맞게 봤던
인연없던 한 죄수의 면회를
먼길을 운전해 자청해 왔던 그녀의 선택을
그 책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면,
이 책을 읽다보니 그게 이젠 보리심 즉,
'여린 마음'이었음을 이해한다.
맹자의 측은지심이나 불교의 보리심 모두 같지 않은걸까?
타인을 궁휼히 여기고 그 사정을 살피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무너지는 그 마음.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를 일종의
따뜻한 '투사(projection)' 정도로도 봄직하고.
그녀가 권하는 명상기법에서도
이런 보리심의 일종을 볼 수 있는데,
'통렌 기법'이라 부르는 조식법으로,
슬픔을 들여마시고 기쁨을 내뿜고
외로움을 들여마시고 사랑을 내뿜고
분노를 들여마시고 평화를 내뿜고.
여기서 말한 방식을
각자의 명상가들이 행한다면,
한명한명이 세상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공기정화기 역할이랄 수도 있겠다.
모두의 버거움을 끌어안고
그걸 정화해 돌려주는 인간 정화기...
이런 모든 것엔 그녀가 말하는
보리심(여린 마음)이란게 동행한다고 본다.
그녀가 쓴 책들 중 명상법 책과 더불어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이고 편한 에세이다.
그럼에도 가볍진 않은 건,
덤덤히 가리키는 그 곳이
페마 초드론 그녀의 가치관을 보여주기 때문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