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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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에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굉장히 독특한 에세이다.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로써의 글들이라 

복잡하고 사색적으로 묘사한 게 많아

쉽게 진의를 즉각 파악하기란 

꽤 까다롭기도 하면서.


그런데 진짜 신기했던 건,

몇몇 단편들은 놀라우리만치 

독특한 와닿음이 즉시 이해가 되며

호흡처럼 받아들여지는 기분이었달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스 신화 속 두 인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책마무리조차 이 두 인물을 다루며 끝을 맺는데

전체내용은 수십개의 철학적 에세이들임에도

가장 신경써 다뤄진 이 소재를 우선 돌아보고 싶다.


이 신화의 모티브라면,

죽은 자를 그리워 한 남자가

다시 살리고 싶다는 망상적 바램을

기어코 현실로 만들어 낸 기적으로 보여진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옥으로 간다.

자신의 탈 인간급 능력으로 결국 

지옥의 신 하데스마저 설득하고

아내를 데리고 나오는데,

허락을 받았음에도 조건이 하나 붙었다.


'다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 아내를 뒤돌아보지 말 것'


고생 끝에 성공한 그였지만

완전히 데리고 나가기 전까지

오르페우스는 계속되는 불안함에 힘들다.


'따라오고 있나?' 

'진짜 나와 동행 중이긴 한건가?'


그러다 거의 도착했을 때 

마치 부인이 오르페우스를 시험하듯

돌아볼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한 것처럼 묘사했는데 

어쨌건 마침내 뒤를 돌아보고만 오르페우스.

그 순간 다시 빨려 들어가듯 아내는 사라져 버린다.


이 소재로 저자가 쓴 모든 문장들은 극적이다.


그중 에우리디케가 다 빠져나온 지옥으로 

되돌아 갔다는 결말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 중간쯤에 머물게 되버렸단 저자의 해석은,

신화적 결말을 2차 가공한 작위적 상상이긴 하나 

다 읽는 나로써는 이 상상의 이유에 공감해 볼 수 있었다.


정신분석가란 약력으로 짐작해 보고

위험예찬이란 제목에서도 이해해 보듯,


많은 심리적 부담이란,

저마다의 무의식 속엔 넘어서지 못하게 설정된 

기억 안나는 원초적 불안이 초래한 결과물이고,

그걸 마주하고 감당할 수 없기에

2차적 부산물처럼 그 원인제거 없이 

왠지 불안한 조짐을 안고 사는 

일종의 선택적 불이익처럼 묘사했다.


이는 용기를 내라는 격려거나 인도도 아니다.


다만, 모든 것에 이유가 있고 

만일 불편한 무언가를 깨야한다면

마주하게 만드는 건 용기가 아닌 

'선택'이라 사실만은 명확하다는 정도일 뿐이기도 하다.


이 신화 속 오르페우스를 저자는

마치 다 이룬 소원을 놓친 인물로써가 아닌,

지옥을 빠져나온 에우리디케를 

또다른 혼란에 놓이게 한

불행의 원흉 정도로 그려놓는다.


그 어려운 여정을 다 겪어놓고서

결국 마지막 순간 스스로 믿지못하고 

확인하고 싶어진 오르페우스의 조바심이

자신의 과업도 망쳤고 

아내도 되돌려 받지 못한 듯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갑자기 

정신분석을 받는 누군가의 현실을 

한편의 소설처럼 연이어 등장시키는데, 

그 인물의 이름은 에우리디케다.


지명도가 있는 한 정신분석가에게 찾아가 

1차 상담을 받은 그녀는 기대보다 

애매한 말들임에도 오래된 불안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느낀다.

자신이 죽고 싶어한다고 믿는거 같지만

사실은 살고 싶다는 반증 아니냐는 분석가의 말에서.

그후 다시 찾아갔을 때 그 상담가의 부고소식을 들음.


죽음을 두려워한 사람은 살아있고

죽음의 이유를 평가한 사람은 죽어있다.


사람이 가장 불안해 할 상황을 죽음으로 꼽지만

어떤 죽음이라도 예정돼 있는 것이란 전제하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완전 예측불가능한게 아닌 죽음을

그 시기만 예측하기 어렵단 사실 때문에

죽음의 도래를 그리도 두려워하며 

살아내는지에 대한 통찰로 느껴지는 구성.


많은 죽음의 가능성들이 죽이지 않고 우리를 지나갈 때

우린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고 살아간다는 저자.

사는동안 마지막에만 접할거라 믿는 죽음의 순간들이 

실은 생애 중 가장 맨마지막에만 있지 않다는 

이런 해석도 무척 철학자 다웠다. 


스토리가 아닌 문장에 매력이 존재하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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