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역사
강세환 지음 / 독자노선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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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자 시집부터 폈다.

여유롭게 누워읽는 호사를 부린다기 보다

왠지 '바람의 역사'는 좀 편한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


소설이 아닌 이상 굳이 

순서 따지지 않고 차례부터 봤다.

뭐부터 볼까?...

그러다 마음을 끈 첫 시는 '너구리'였다.

너구리라...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시에 나온 시인의 동선들이 나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느낀 하천변 등 여러 경험들은

아주 동떨어진 누군가의 경험이 아니라는 것부터 

몰입감을 줬음에 시를 읽어가는게 편안했다.


야생너구리 임에도 사람의 발길에 도망치지 않고

웅크리고 있던 그 모습이

시인의 시각에선 마치 '시가 있던 자리' 마냥

계속 가만히 있더라는 느낌으로 이를 적어둔 시였다.

너구리와 만남 자체가 시적 영감이 된 대상.

내게도 하천변 너구리를 본 기억이 있기에 

이미 시를 읽기 전 시인의 너구리는

어떤 기억일지 그 자체로도 궁금했던 시.


내가 하천변에서 만난 너구리는 참 슬펐다...

겨울 말미이자 어둑한 초저녁 밤 

한 너구리의 실루엣을 멀리서 봤다, 한 50m쯤...

먹을 것은 없을테고 풀들은 제초작업으로 깎여있던 

평범한 산책로 한켠에 너구리 한마리가 

마치  사막의 몽구스 마냥 뒷다리로 서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일부러 바라보는 느낌으로

매우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그리 있었다.

멀리서 봤어도 그 너구리는 정상이 아니었다.

털은 거의 빠져 족제비인듯도 싶을 정도였고

많이 먹지 못한듯 몸 또한 매우 말라 있었으니까.

도와달라고 하지도 못할 상태이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마치 애달프게 자신의 처지를 봐달라는 양 

그리 서있는 듯 보였던 너구리 한마리.

구하기엔 이미 어려워 보이던...

아마 폐사했으리라 본다.

생명의 빛이 반은 꺼져 보이던 그 잊혀지지 않던 모습.

그리 사라지는 많은게 있으리라...


누가 만난 너구리는 시를 연상케 했고

누가 만났던 너구리는 다른걸 보여줬다.


이 시집은 관조 "되는" 삶을 다룬다.

편의점 의자같은 무생물을 바라보면서도 아쉬움이 남고

많은 것들선 무언가 의미를 알수없는 공허함이 

그의 인생내내 춤춰왔던듯 하다.

평소의 걸음이나 방향마저도 시가 됐고 

오랜만에 가는 오이도 횟집 회식의 반가움도 시가 됐다.


시집치고 얇지 않은 건, 

후반부에 붙은 시의 배경들이 된 짧은 산문들 덕이다.

어찌보면 시집은 이런 구조가 맞지 않나 싶어 한편으론 고마웠다.

압축적인 시를 더 공감하게 만드는 건

읽는 이들마다 가진 정서일 수 있겠으나

작가 본인의 모티브가 된 어떤 시상의 이유와 상황들이

진짜 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팩트는 맞으니까.

그런 팩트들이 모여 시의 함축성을 되돌아보게 해주니 

생면부지의 시인의 심정 또한 좀더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게한 선물같은 구성이었다.


가장 좋았던 시는 '쾅 쾅 쾅 문닫는 소리'였고,

책제목이 된 구절은 '백내장 수술'에서 만날 수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속내를 들어내며

문 쾅소리를 내었다던 어느날의 아픈 기억.

후회했으리라... 그러나 그걸 알까? 

잘못을 후회조차 않은 인간들도 너무 많은 세상에서 

양심에 부딪껴 문쾅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그정도는 되는 사람이란 사실을.

무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모든것에 면죄부는 아니겠지만.


백내장 수술을 마치고 남은 인생 

업그레이드 된 눈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으리란 

병원의 멘트를 듣고 나선 길에 불던 찬 바람에 

시인 자신이 흔들리는 거 같던 그 느낌은,

어쩐지 자신도 바람인거 마냥

흔들리며 살아온 지난 선택들 같았다.


걸어갈까? 차를 탈까?

근처 병원이 좋을까? 아님 좀 멀더라도 다른 곳은?

좀더 있다 할까? 하고싶은데 지금 결정이 맞을까?...


그는 바람을 맞고 서서 

흔들리는 듯한  자신이 

겁많은 바람 같았을까?...


큰일은 아닌 것 같은데 

고민하며 매번 다가왔더 판단의 순간들 앞에서

흔들리며 살아온 듯한 

자신만의 '바람의 역사' 같은 인생을 

찰나에 깨달고 해석해 냈는지 모르겠다.

더 정확하게는 깨달았다고 느낀 그 찰나의 인식일 뿐

결국 시를 쓸 시상 하나로 자신에게 날아든

화살같은 감촉이었을 뿐이었을지도...


시들이 멀지 않은 지척의 느낌들이다.

너와 나의 생활이 들어있기에.


내 자의적 해석과 나름의 평가가 

어쩔 수 없이 첨부됐지만,

그냥 시인의 느낌 그대로

시 자체로 읽으며

누군가를 나처럼 느낄 수 있게 해준 시들이였다.

반가웠다 시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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