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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 서평입니다]
제목인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부정적이라 왠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러 험한 건 보기 싫어지는 심리를 넘어
이와 같은 궁금증이나 세상읽기식의 내용으로 기대했다면
일단 그런 세상의 뒷면을 응시하는 소설임은 받아들이자.
만일 이 제목 속 어두운 매력에 끌려 읽게 됐다면
의외로 저자의 위트가 더 재미있을 작품들이고
제목과 반대의 실상에 허를 찔릴수도 있으니까.
이 책은 단편들은 묶은 소설책인데,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란
다른 이들의 불행, 질병, 사고 등과 엮여 살아가는
의사, 기자, 법조인 등의 직업을 가진 이들을 말함이다.
현직PD이기도 한 저자가 자조적으로 이리 풀어본 뜻일 뿐,
오히려 '불행을 먹고 사는'이란 이 어감의 정체는
악한 맛과는 다른 반대적인 의미의 묘사일수도 있다.
스포가 될 얘기는 안해야 맞겠지만
2편의 이야기는 짧게 공유해 보기로 했다.
'당신 사주에 금이 없다면'편에서는
승진을 바라는 강력계 형사가 어린 중학생뻘 무당을 찾아가
우연히 금이 없다는 말도 듣게되고 처방도 듣게 된 후,
오래된 미제사건 해결에 무임승차식으로 얹혀가게 되면서
그토록 바라던 승진에 다가서다가 추락해버리는 이야기다.
작가가 작정한거 같진 않지만
마치 '운수 좋은 날' 속 김첨지가 떠오르는 주인공이었다.
운 좋은 날이었는데 정작 돌아오니
가장 소중했을 부인이 죽어있는 하루였던 것처럼.
믿지도 않으면서 들렸다가 복채도 안받는 무당이라서
더욱 그 점괘에 신뢰하게 된 형사는,
본인 사주에 없는 금을 진짜 금붙이들로 커버하자
갑자기 없던 행운도 찾아오는듯 했던 삶의 변화.
결국 돌아온건 영악한 범죄자에게 지능적으로 놀아나면서
개념없는 형사가 되버렸지만...
모두 다른 소재의 단편들이기에
독자마다 느낌도 다르겠지만,
이 단순한 단편에서는 왠지 재미와 아쉬움 모두가 있었다.
소설은 소설로만 읽어야 하겠지만.
일단, 사주에 금이 있다 없다는 걸 말할 땐
일종의 '판단력'이나 '의지'등을 의미하게 된다.
이걸 진짜 금이란 귀금속으로 대체하는 것도 좀 그랬지만
용한 무당이었다면 직관으로 판단하지
결코 사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기에
미제사건, 무당, 형사까지 결합된 스토리텔링에
다소 아쉬운 연결고리였지 않았나 싶었다.
범인의 위장술이 다시한번 벗겨진다거나
어린 무당의 틀린 점괘도 반전을 맞이했다던지...
그랬다면 그냥 단순히 김첨지를 떠올리진 않아 좋았을텐데.
'3일 전에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편에서는
행방불명된 아내로 인해 용의선상에도 올랐던 남편이
누명은 벗지만 실상 키워온 어린 쌍동이 딸들이
친자식들이 아닌게 밝혀져 사건 속 사건이 됐다.
결국 아내의 상대 바람남이자 아이의 친부가 누군인지는
모른채 남겨졌고 애매해져버린 상황이니까.
영원히 행방불명이 된 아내에게
영원히 그 비밀은 물을 수 없어짐.
누구나 다 겪는 일은 아니지만
간혹 뉴스에선 남의 자식을 모르고 키우며 사는
부양의 의무만 남은 실제 남편들도 보도되는 세상.
그렇기에 이 단편에선
단순히 속은 남편으로써의 분노나
자신의 친자식들이 아님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써의 모습도 기대되지만,
단순 누가 친아버지인지 정도의 궁금증만 가지고
이후 아이들에겐 더이상 정 주진 않고
홀아버지로써 애들은 의무적으로 키워내면서
실상 무정해졌지만 자기 삶은 충실해진
독특한 상황의 남자를 보여줬다.
이 소설집의 제일 큰 특징은 '위트'같다.
절망의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해프닝 같은 장치들이 꽤나 많기에.
예전 엘리베이커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김영하의 초기 단편집도 연상되는 재밌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