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이 맨 처음 읽는 책 -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신건강 안내서
히로오카 기요노부 지음, 이송희 옮김 / 리스컴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목차 속 '제1장'에 실린 첫문장은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갈등이 마음의 병을 키운다'이다.
이 몇줄 만으로도 난 사실 너무 좋았다.
좋다는 건 결국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믿음을 준단 건데,
양가 감정을 책을 여는 주제로 다룬다는 건
그만큼 저자가 넓은 시각을 가졌다는 뜻 같기에.
유독 이 문장이 좋았던 건,
장르를 떠나 여러 문장들을 접하다 보면
비슷하고 맞는 느낌을 주는 괜찮은 말들은 글로 많이 만나지만
핵심 사항을 정확하게 건드렸다고 느껴지면서
의외로 짧기까지 한 문장을 만나는 건 사실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았던 이 문장...
실제 읽었을 때 크게 예상을 깬 건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예상한 방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단 것은 밝혀야겠다.
난 이 글을 읽기 전 이 문장을
"양가 감정"을 설명한다고 이해했는데,
실제 읽어보니 양가감정으로써 해석한다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의미도 담기는 했으나
정확히는 양가감정 자체를 위한 설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좋은 내용인 건 맞다.
여기서 등장시킨 2개의 감정대립이란 양가감정이 아닌,
정상이란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2개의 감정인 평상심과 불안감이었고,
평상심을 우위에 놓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평상심을 기반으로 한 자체적인 조절능력이
마음상태를 움직이는 기반이 돼 바람직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마음상태가 유지되야
스스로 지켜낼 힘이 있게 되는 거고,
자신이 정신과 심적 안정상태가
정상기준을 충족하는 상태의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자의적이던 타의적인 자극이던
정상적인 정신상태에 필요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심이 우위에 선 감정유지가 핵심요소란 설명.
이 단순한 내용들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정확하게 나눠지는 상태가 아닌
어느 쪽이 더 우세한 걸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준일 뿐이란 것도
동시에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이 평상심보다 우위에 있다면
이걸 '비정상'이라 부르게 되는데.
말 그대로 평상심이란
평상수준을 유지하게 해주는 심적균형이니
불안으로 인해 깨지거나 약해진 것은
반대로 비정상으로 불린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평상심이 우위에 놓인 상태일지라도
결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닐 수 있고,
순도 100%의 평상심이란 것도
종교적 이상향에서만 이론으로 존재하는
긍극적인 목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살아있는 인간의 마음과 감정의 표준은
둘 중 어느 한쪽만을 갖아야 해결되는게 아니라
불안과 평상심 2개가 모두 존재하는 상태에서
그 어느 한쪽이 우세하고 열세해지는
관계만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생각케 되니까.
그러니,
평상심이 불안감보다 우위에 있게 유지함으로써
불안함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닌,
적정수준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된
불안과 평상심의 병존상태인게 정상인거고,
불안함에 자신이 압도당하지 않게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정상이냐 아니냔 걸로 판단하게 하는 걸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게 더 중요한 듯 하다.
평상심은 물의 잔잔함과 같으니
그냥 그 상태의 평온함을 유지한다는 뜻일 뿐
수치화 된 레벨처럼 확정지어 설명할 순 없을 부분이다.
이 이론이 앞서 오해했던 양가 감정과 다른 건
자신이 판단한게 맞나 틀리냐를 고민할 때
스스로 의심하고 확신하게 하는게 양가감정에 가깝지,
불안이냐 평안하냐를 놓고 고민하는게
양가를 판단하는 주된 잣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자주
우선 제일 필요한 건 '목차 외우기'란 말들을 한다.
이 책은 공부법과 전혀 관련은 없음에도
목차에 적힌 많은 문장들 모두가
외우고 싶을만큼 정돈된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독특하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불안감을 증대시킨다,
왜 우울증이 '인격자의 병'인가,
긍정적 기억이 쌓일수록 평상심은 크고 강해진다,
행동을 의식적으로 제약하는 강박장애,
마음의 병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힐 전환점,
환자 가족의 마음이 병들지 않으려면,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등
목차 안의 이런 문장들 자체가
이미 많은 의미를 압축해 담고 있는
좋은 메세지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자신에게 스스로 찾아온 환자들은
본인들을 힘들게 하는 상황을 겪는 중 임에도
이렇게 나아지겠다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살고 싶다는 의지를 발휘한 것이고
힘든 상황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용기 또한 이미 낸 사람들로 보기에,
회복단계로 가는 첫고비는 넘어선
현명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행동이라 평가한다.
건강해야만 의미있는게 아니라
살아있어야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먼저 이해시키려는 저자의 지향점은
저마다의 실의에 빠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라 생각하고 공감된다.
자신이 가진 육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걸
스스로 고귀하게 여길 줄 알고,
정신이던 몸이던 건강해지고 싶어하는
그런 욕구가 있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휼륭할 수 있다는 설명은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귀한 가치가 느껴진다.
이런저런 책의 메세지에 읽고 공감한다면
바른 방향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설명하는 바를 옳다고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정신건강의 균형까지는 아닐지언정
옳은 걸 옳게 느낄 수 있는 공감과 통찰 정도는
가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