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란 무엇인가 2 - 교정학자가 묻고 사형수가 답하다 감옥이란 무엇인가 2
이백철 외 1인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교정시설, 즉 교도소 안의 삶을

그런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들이 

바르게 이해하기란 불가능 하다.

이런 류의 책에 담긴

저자와 토크 상대방이 되어준 

한 사형수의 대담을 못 접해봤다면 더욱 더.

 

미리 밝힌 이런저런 집필의도와는 달리 

독자에게 와닿는 것이 의외로 많았는데,

보여주려 한다는 책초반 내용소개엔

가능한 오해나 억측은 피해달라는 첨언이 담겼고

이 조차도 오해를 살까 매우 조심하고 있는 것도 특이점.


어떤 진심이건 독자로써 일단 

책을 읽고 판단하기로 미뤄뒀는데,

읽는 내내 놀랐던 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 상식이란 범주 안에서 

많은 것들이 짐작으로 존재했을 텐데

내가 모르는 현실을 알게됐다는 것과

이 사형수가 보낸 시간이 묻어있고

그간 경험으로 되살아난

그의 지혜섞인 해석들이 참으로 놀라웠다.


교정시설 안의 삶에 큰 관심도 없었고

처우개선이나 진실한 교화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믿는다기 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믿는 편으로

책을 읽은 후에도 획기적인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케이스 바이 케이스' 속 어떤 케이스를 바라보는

고정관념만은 매우 크게 바뀐거 같다.


책을 펴낸 저자는 

교정시설을 드나들 수 있는 외부 전문가지만,

실제 책내용을 채우는 건 

그 안에서 30년째 수형 중인 사형수의 육성이다.


가볍게는 이 한사람의 인생과 

그가 저지렀던 중범죄가 어떤 것이었나를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겪어 온 몇십년간의

교도소 내 환경 변화나 음식, 인적구성요소, 자정능력 등

매우 세세한 것들까지 이해해 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


가장 놀라운 건 

이 사형수의 식견이나 표현 능력.


적어도 60대 전후의 연령일거 같은 이 사람은

읽어온 수많은 책들을 바탕으로

사건사고나 변해 온 시대 풍조에 관해

교정전문가와 의견을 나누며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지식이 뒷받침 된 사견이라 

무게실린 말들에 경청하게 된다.


표현 중 특이한 게 있었다, "몸부림"이란 표현.


많은 범죄의 배경엔 

그들에게 부여된 삶에

자기 식대로 몸부림치며 살아온 측면이 있는데,

실은 스스로도 형언 못할 

삶이 부여한 족쇄가 있었던거 같다고 설명할 때

몸부림 같은 단어를 여러번 사용하고 있다.


스스로 해왔던 수많은 일탈들을 말하며 

그런 과거에 대해 고백하며 평하길,

이런 모든 선택 후엔 항상

최종적으로 행복이 아닌 공허거 남아

가장 힘들고 더 자신을 타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들이 아주 특별한 경험들이라서가 아니라,

외롭고 소외되고 무시받고 

인정받고 싶던 자신의 결핍을 

당시엔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에

그의 삶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결국 마음놓게 된 시점은 

자신의 죄에서 벗어나려 

도망다니고 몸부림 쳤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잡혔을 때란 점도.


그럼에도,

독자로써 판단할 때 

이런 모든 긍정적 변화의 구심점은,

고독한 수형생활이 줬을 성찰의 시간과

그 안에서 주어진 시간을 

독서와 지혜로 채울 수 있는 선택을 한

그의 어떤 갈구가 크게 다가왔다.


보통 이런 모습을 회개라고 한다.


하지만 책 안에서

누구도 이런 말을 구체적으로

자주 쓰려고 하진 않는다.


결코 자기 변명을 위해서나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보이려는 듯

깨어난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분명 피해자는 존재하는

원죄를 저지른 당사자임은 분명할진데 말이다...


적어도 이 사람에게서만은

변화된 무언가는 확실히 느껴지고

죄를 지으며 살 동안은 모호했고 부정적이던 

세상을 향한 시선 또한

철저히 고립된 공간 속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발휘되도록

변화되어 온 측면이 있는 건

수감자임을 떠나 인정해주고 싶어진다.


1997년과 2000년을 기점으로 많은게 바뀌었다는 

교정시설 안의 삶들도 알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겪은 그들만의 코로나 사태도 알 수 있었다.


어쨌건 저자나 이 사형수 모두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오해는

다른 식의 2차 가해가 될까봐 조심하는 부분이 보이는데,

죽음을 죽음으로 갚지 않았다는 점이

많은 사람에게 불합리한 것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그 안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그저 공짜로 주어진 의식주란 측면으로 

과분한 행복이라 분노하기에는 

기존 상식이 바뀌는 부분들도 많았다.


살아가는 공간으로 감옥을 이해해 본 

책이 준 특별한 경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