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 찬가 -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믿은 ‘죄’
김학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다.


의인화 시킨 그 실체를 확정짓기 어려운

여러 생명체들의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바구중바구,

주인공인 '나'는 하쿠피루란 이름으로,

그리고 주인공 만큼이나 많이 언급되는 조우성우,

아누태큐,

노호중우,

배구상열우,

추서노우,

저누형우 기타 등등...


기억나는 이 이름들 이외에도 

좀더 되겠지만 그 이름들의 면면은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닌 듯.

그러나 여기서 먼저 흥미롭게 살펴볼 

저자의 등장인물들에게 부여한 작명법은 한번 돌아보면,


이 외국어 같은 이름들이 실제 다 한글들이고

실제 사람이름들을 외국명사인 듯 

혀를 굴리며 발음한 것 같은데,


이를테면,

저자인 이름과 동명이인인 듯한

책 속 주인공 하쿠피루는 저자 김학필의 이름 중

'학필'을 '하쿠피루'로 늘려 불렀음을 알수 있겠고,

조우성우 또한 비슷한 원리로 늘려 불렀을 이름이겠다.


헌데, 바구중바구란 이름은?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등장하는 중요이름 중 하나이고

전개상 상상되는 이 역할의 느낌도 

개인적으론 와 닿은건 있었으나

약간은 미완의 또다른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왜냐면, 처음에 난 

이 소설 속 의인화 된 존재들이

쥐나 바퀴벌레가 아닐까 상상을 하며 읽었고,

굳이 더 추측을 해봤을 때 쥐나 바퀴 중

쥐보단 바퀴벌레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던 건

많은 등장인물 이름들 중 바구중바구 때문이었다.


책에선 왕처럼 등장하는 이 캐릭터가

혹여나 영어로 '바퀴벌레 중에 바퀴벌레'란 뜻으로

마치 '킹 오브 더 킹'이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같은 느낌을 주려고

그런 느낌으로 다른 작명법이 발휘된 이름은 아닐까 싶었서였다.

그러니 당연히 쥐는 아닌 일종에 바퀴벌레의 의인화 아닐까 싶었던 거고.

하지만, 다른 이름들처럼 이 바구중바구 또한

'박OO'이란 누군가의 이름일 수도 있겠으니 이쯤에서 상상은 접는다.


그러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일 수 있겠으나

146페이지 정도를 지날 때면 

스스로 자신들이 쥐가 아니라는 설명이

무심코 지나가듯 언급되는 부분이 등장하고,

또다시 책의 말미쯤 도달하면 

쥐와 자신의 종족 설명을 한번 더 하면서

과연 이 의인화 된 생물들이 무엇일지

좀더 명확하게 와닿는 나레이션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책의 주제와 맞닿은 최종결말 같아 이정도에서 생략한다.


이 이외에 쉽게 이해되는 배경설명 또한 많다.


협곡이라 불리는 곳이 아마 하수구나 배수로일거란 느낌이나,

푹풍이 몰아치고 물이 차오르는 것이 

단순 진짜 폭풍우 치는 날씨나 비의 묘사라기 보단

일종에 몰려 살아가는 약한 생물들이 눈과 피부로 느끼는

인간으로부터 부여받은 환경일 수 있겠단 생각도 충분히 가능했다.

물이 들이치는 푹풍 또한 

철거 현장에서 먼지를 안 날리게 뿌려대는

살수효과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식당 물청소시 쥐나 바퀴벌레들에겐 

통로로 쓰일 하수구에 물이 쏟아져오는 느낌을 

이리 표현했을수도 있다는 상상도 해보게 되니까.


어쨌건 이 책은 독자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다.


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세상이란 느낌 또한

실제 인간이 쥐들과 비슷하게 느끼고 사는

생존과 사투현장으로써 더 극적으로 보이려 만든 

몰입과 이입으로 느껴지기도.


웃는다는 표현마저 겅상도 사투리로 뱉어대는 대사와

전우애 같은 우정, 걱정, 죄책감 등을 언급하는 모습에서도,

사람으로써 최소한의 목숨연명은 하면서 살아야하는

어떤 지점에서 스스로를 인간인지 쥐인지 모르고 사는

쥐가 아닌 듯 쥐같은 나를 그래도 다른 존재로 믿고 살아온 

세월 속 최면을 어느 순간 스스로 깨고 

억지로 인지해야 하는게 아닌가도 싶기 때문이다.


책에서 쥐는 '이방인'으로 묘사된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식량확보를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야 할 때

쥐들 또한 살아가기 위해 여러 생명체들이 뒤섞인 

환경의 어디 쯤에서 서로 비슷한 활동을 해나가며 

경쟁자처럼 존재하는게 '쥐'들이기도 하면서.


쥐들이 죽거나 회색털이 날리는 모습엔

제3자로써 다른 생명체의 생사여탈 여부를 바라보는 시점이나

어느 순간 모든게 깨지며 많은게 동일시 하는 부분 같기도 하다.


이방인은 결국 쥐이지만

그 이방인이 자신이자 종족일 수 있다는 흐름은

독자에게 던지는 결론짓지 않은 상상의 발로일 수 있고.


영도자란 단어...

한국에서 이 단어는 쓰이지 않는다.

북한쪽에서 쓰일만한 단어를 굳이 쓴 느낌이지만

저자가 그냥 구사했다고는 보기 어려울 듯.

영도자라...

이 생명체들이 사는 곳은 책 제목처럼 시궁창이니

시궁창이 결국 영도자와 이어지는 뉘앙스일까도 싶지만...


책 속 살아가는 배경을 꼭 집어 

시궁창이라 명명하는듯한 느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설명을 이해하려다 보면

당연 이들이 활동하는 그 곳은 시궁창일 것이란 추측만은 가능.

이야기의 결말로 들어서면 폐허가 시궁창인지 

시궁창 또한 폐허가 되어가고 

그 잔해가 또다른 시궁창이 됐는지도 나름 미지수.


협곡이란 이름으로 배수로였다면,

한 번 들어봤던 듯한 애킨스란 폭풍이름도 

살려고 도망치는 이방인이나 동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크도

은유하는 바가 다들 있었다고는 느낀다.

쓰다보니 포크는 '포크레인'인가도 싶은.


여하튼 상상력을 많이 자극하며 읽게 되는 책은 맞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지만

쥐가 등장한다하여 아이들이 공감할

라따뚜이 같은 작품으로 상상한다면 그건 오해같다.

쥐란 등장요소로 충분히 어림짐작 할 수 있을만한 건

남들은 이미 버린, 

용도가 다 지난 쓸모없는 것들이라도

경쟁하며 정해진 시간 염두에 두고 확보해야 할 

존재들과 이를 둘러싼 삶인

쥐와 이방인을 떠올려야 할 거 같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