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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가 묻고 니체가 답하다 - 비관마저 낙관한 두 철학자의 인생론
크리스토퍼 재너웨이 지음, 이시은 옮김, 박찬국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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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가상대담집일 것만 같은
책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이 책은 이 두 사상가가 말한
각자의 개념들에 대한 유사점과 차별점을
구분해 보는 현존하는 영국철학자의
슬기로운 해석으로 봐야 할 내용이 주를 이룬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전반적인 저작들과 사상을
둘로 나눠 전개도 하지만 확실하게는
둘의 정확한 비교를 할 순 없다.
왜냐면, 둘의 사상끼리는 시기상 유사성이 존재하고
니체가 쇼펜하우어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의 영역이 구체화 된 이후의 니체를 보면
더욱 쇼펜하우어의 사상 일부는 인정하돼
같은 계보의 철학으로써 인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서는
중요 반론과 비동의하는 바가 크게 비춰지는 바다.
이를 저자 크리스토퍼 제너웨이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쓴 여러 에세이를 이 한권에 모았고,
그 구성으로 인해 누구를 더 옳고
누가 좀더 모순된다고 결론까지 내진 않으나,
본인이 밝히길 니체의 사상에
좀더 동조하고 있다고 정도는 밝히고 있다.
여러 주제들 중에 고통과 긍정에 관한 글들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두 유명 철학자간의
관점을 이해하기 좋은 키워드인 동시에
저자의 해석을 더한 일반적 시각을 위한 부분이 많았다.
읽은지 좀 된 책 중엔 '고통의 쓸모'란 책도 있었고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대목에서 다룬 고통에선
일부러 받을 필요는 없다는 논리가 있었다는게 기억났다.
왜냐면, 위의 책들을 읽으며
좋은 지적이란 느낌들도 있었지만
조금은 겉도는 단편적 느낌의 지식으로도 다가와
이해는 됐지만 선뜻
정언이나 명제처럼 기억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이 책을 읽다보니 왜 이런 느낌을 받았었는지도
스스로 이해가 됐고 도움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좀더 상위철학으로 정의됐던
고통에 대한 이론들을 몰랐던 내 무지의 소산이면서,
본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지하기도 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고통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느냐는
이 책의 내용만으로 추론하자면
라이프니츠의 '신정론' 사상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고,
이를 책에선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각자 고민한 부분들을 결합하여
독자들마다의 철학적 결론으로
갈무리 해야할 주제로 설명해 볼 수 있겠다.
신정론이라 함은,
신이 인간을 창조했으므로
살면서 겪는 모든 고통은
신이 내려주신 부분이란 것.
즉, 좀더 깨우친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전 설계됐거나 이미 정해진 과정이란 거다.
그러나 두 철학자 모두
신과 고통을 부정하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자신들의 철학을 위해 어쨌거나
이 신정론을 차용하는 듯한 스탠스도 있기에
저자는 이를 이해하기 쉽게 비교설명해 놨다.
먼저, 쇼펜하우어가 묻는다.
고통을 설계하고 부여한게 신이라면
종교는 비관주의로 보는게 맞지 않겠느냐고.
고통을 겪는건 정해져 있으니
비극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아니던간에
이미 비관론적 스토리는 디폴트로
받아들이라는 논리니까 종교는 비관론적 세계관이라는 거다.
이를 두고 쇼펜하우어 철학을
염세주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엄밀히는 또 아니라는 저자.
여기에, 니체의 의견은
분명하게 쇼펜하우어 어떤 사상자체를
딱 꼬집어 자신의 사상을 반론으로 내놓은게 아니기에,
저자의 철학자적 지식 안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각자
이런저런 차이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니체는 오늘날 심리학에서 말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은 후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외상 후 성장'을 고통과 묶어 설명했다.
하지만,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임은 모두가 알듯
'연민의 종교'라 부른 고통에 관한 그의 관점은,
모든 고통의 발생자체를 필요없다고 보고
고통받는 사람의 안녕을 위해서는
고통은 제거할 수 있으면 그래야 하고
방지도 해야한다는 도덕관을 지녔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여기에,
불행이 가져올 수 있는 내적성장이 있기 위해선
고통이 지닌 어떠한 순서나 상호연관성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각자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고
이는 각자의 통찰 정도에 달렸다는 관점이다.
고통이 심리적 성장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려면
성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성순서와 상호 연관성이란게
고통과 성장 사이에 필수적인 부분이 될 수 있을 때라야
보통사람들은 고통을 스스로 감내할 이유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단순 재미로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이해하고 음미하며 재해석도 필요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저작을
따로 읽으며 들여야하는 수고보다는 한결 무난하리라 본다.
난 니체를 위주로 읽고 싶어 선택했고
쇼펜하우어가 니체에 영향을 줬음은 알았지만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이었지 궁금해서 읽었으나,
단편적으로 둘을 비교하는 책으로서는 아닌
큰 개념 위주의 비교를 단순요약이 아닌
서술적으로 해놓은 책이라 본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다가 지금과는 다른 표현방식이라
난해해 덮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줬다.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원전 자체로 접하는 것보다
이 책을 통해 먼저 예습하듯 접해 본다면
분명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니체에 더 동조하는 저자이기에
어떤 면이 저자가 니체철학을 좀더 우선시 할 수 있었는가도
그만의 시각을 느끼며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확실히 인문학 책이긴 하지만
겁내지 않고 접해봐도 분명 좋을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