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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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게 참 어렵다.

똑같은 내용으로 다른 책 2권이 존재할 순 없기에

다른 내용, 다른 스타일임에도

좋아할 만한 흐름으로써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을

서로 다른 책들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거니까.


나는 가토 다이조와 그의 책들을 좋아한다.


워낙 좋아하는 저자라

그의 예전 작품들까지 찾아 읽었던 시절이 있었고

그걸 다른 그의 책 서평에도 썼던게 기억난다.


그의 옛날 책들의 내용들은 

근래에 나온 그의 책들에 비하면 참 부족했다.

지금 90에 가까운 가토 다이조는

40대 까진 지금같은 내용의 책을 써내지 못했다.


그러다 고군분투 끝에 결국

자기가 가진 문제점을 찾고 발견하기도 했지만

타인에게 스스로를 설명해내는 실력 상승된게

이후 발전한 내용으로 느껴지는 

그의 책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이해된다.


이 책은 원래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라는 제목으로

10년 전쯤에 소개됐던 책으로써,

이번에 바뀐 '불안에 사로잡힌 당신에게'란 제목도 좋지만

예전 그 제목이 훨씬 책의 색깔은 잘 나타낸다고 본다.


책내용과 번역자는 동일하다.

증보된 책은 아니지만

책의 종이무게가 더 가벼워진 느낌도 나고

제목과 함께 표지 그림도 바뀌었다.


내용은 일관된 스토리처럼 흐르지 않고

단편적으로 필요한 심리적 설명들을 열거해 간다.

그럼에도 큰 맥락은 있다, '신경증'이란.


자신이 링컨이라고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

자신이 링컨이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신경증 환자,

자신은 자신 링컨은 링컨이라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 

요약 설명해 놨는데,

다른 책인 추리소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에

가치관이 다양해진 세상에서 정의되는 정신적 문제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 부분이 있어 첨부해 본다.


누가 누구를 정상이라 하고 아니라 할 수 있겠냐고 말하며

심각한 연속적 문제를 가진 이유는 '유아성'이라고 지칭하는데,

자기 좋은 것만 알고

때론 잘못된 흥미마저 그런 이유로 안 멈추고

결국 스스로 싫증나 그치기 전까진 

타의에 의해선 결코 멈추질 않는다는 다소 소설적인 설명. 

그렇기에 유아가 아니더라도

성인도 유아처럼 행동이 가능하고

그런 행동들의 연속선상에 연쇄범죄도 

계속 될 수 있다는 책 속 정신과 의사의 설명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토 다이조는

애매모호하게 정신적 문제들을 다루거나 설명하지 않고

정확하고 간결하게 모든 얘기를 마무리 짓는다.


신경증에 걸린 부모는 자식을 병들게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어린 자식을 통해 만회하고자 하는데

그걸 수용하고 들어주려던 자식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결국 타인인 부모를 위해

주로 어머니에 의해 스스로를 잃어간다.

자신을 만족시키는게 타고난 본능인데

그 본능을 누르거나 없애고

타인인 어머니의 만족을 위한 자식으로 살아가는 것.


그로인한 정서적 결핍은,

성인이 되어서도 정체감이 형성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정체감이란 게 애초에 아예 존재하지 못한 환경까지 조장된다.

만성적인 공허함에 시달릴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뜻.

하지만, 오래됐음에도 어릴적부터 내재된 결핍은

자신의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

진짜 원하는게 뭔지 알 길이 없게 만든다.

그저 뭔가를 계속 찾아 헤매이는 꼴.


이런 심리적 상태에선

개선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땅위에 사는 물고기인냥 학대한다.

능력발휘는 결국 힘에 부치고

지속하기에 어려운 또다른 스스로의 미션을 찾아 

헤매든 하고 또 한다.


이렇듯 가토 다이조는 

신경증의 폐해를 정확하게 지적하는

몇 안되는 심리학자라 볼 수 있다. 



그 스스로 자신이 처한 굴레를 이해하고

심리적으로 빠져나온 경험을 책으로 나눈 것으로 보는데,

그에겐 특이하게 그런 대상이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였다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예전 이 책을 읽었을 땐

인구 10%정도가 이런 심리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그보다 수치가 더 악화된 상황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사회는 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고

더이상 가족적인 단합과 사랑보다는 

소외적 삶을 사는데 익숙한 핵가족화가 심해졌으니까.


가토 다이조가 쓴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으로 시작하는게 가장 

그의 진가를 느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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