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포스터 심리학 -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감 회복훈련
질 스토다드 지음, 이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책을 보다가 자꾸 멈칫하게 됐었다.
와 닿는게 많다 보니,
그냥 맹목적으로 읽기 보다는
잠깐씩 멈추더라도
등장한 용어의 명확한 뜻이나
참고 문헌의 등을 살펴보느라 짬을 냈다.
책내용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읽는 그 자체로는
일관되게 쭉쭉 치고나가듯 읽으면 될 정도.
위와 같은 상황들 때문에 좀더 시간이 걸렸을 뿐,
오히려 재밌고 눈을 사로잡는 내용들이 많아
읽는 맛도 무척이나 좋은 책이었다.
쉬웠던 내용들 예를 들어보자면,
저자의 카타르시스용 도구로
영화 '말리와 나'가 나왔을 땐
아는 영화라 쉽게 이해도 됐고,
많이 선호하진 않지만
눈길을 끌 소재들로 많은 책을 써온
브레네 브라운을 저자의 느낌대로
설명하고 인용할 땐,
아는 작가라 그 의도도 잘 이해됐다.
한편, 저자와 같은 업계 종사자로써
그녀에게 배울 점이 무언인지까지 바라보며
임포스터 책내용에 필요부분을 발췌해
자신의 관심사와 본문내용을 연결해 냈다는 점도
쉽지만 흥미있게 읽은 내용들이었다.
임포스터...
사전을 찾아보면 '사기꾼'으로 번역될 테지만,
심리학적 의미로 이 용어를 알아보면
'자신의 정체성에 자신이 없어
스스로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자신을 일종의 사기꾼처럼 느끼며
타인의 평가를 염려하는 증후군'을 뜻한다.
허나 주의할 건,
임포스터다운 성향을 보인다는 게
관련 증후군 있어서 일수도 있지만,
여러 다른 원인도 있을수 있으니
단순히 임포스터 기질을 보인다고
특정짓지 말것을 언급했다는 점.
이 책을 다 읽고
임포스터가 된 그 책임소재를 한번 논하게 된다면,
임포스터 본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가 처한 불합리한 성장배경이 문제라 느껴질 수 있다.
아...성장환경...
심리학이 문제의 대부분을 성장환경으로 풀어가듯
저자 또한 임포스터와 관련해
이런 바꿀 수 없는 부분을 알 것을 강조하지만,
변화여부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런 과거는 손댈 수 없으니
한계가 있음을 꼭 인식만 할 것을 당부한다.
모든 사람들의 환경을 표본조사해 볼 순 없으니
책이 지나가듯 말한 결과치를 놓고 역산해보면
10명 중 3명은 임포스터이고
그렇기에 가정환경의 30%는
임포스터로 살아갈 인생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단 추정을 해볼 수 있었다.
찾아봤던 용어 중에 '비수인적 환경'이란게 있다.
영어로는 'Invalidating environment'.
invalidation은 다른 자료 때문에 봤을 땐
약간 다른 뜻으로 다가왔던 단어였고
당시 정확한 뜻 보다는
한국식으론 한단어로 찾기 힘든 단어인게 먼저 느껴졌다.
근데 이게 형용사로 쓰인 심리용어로 접하니
확 다가오는 뜻풀이가 있기에 도움이 됐다.
명쾌한 뜻이 아닌 내가 받아들인 뉘앙스는
'이해받고 싶지만 이해해주지 않는 품성,
자기는 받아들여지길 원하면서
상대방의 고충을 이해하는데는
매우 인색하거나 무관심'의 뜻이었는데,
'비수인성 환경' 속 파생어로 쓰임을 보니
비슷해도 더 이해도가 높은 함축성이 있었다.
'비수인성 환경'이란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반응이 무시되며
수용되지 못하는 환경을 뜻함이었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일종의 '소외'...
어른이건 아이건 다 해당할 수 있을 환경은 아닐지.
invalidation과 관련해 '비수인성 환경'과 같이 놓고 보면
더 이해되고 오래 남을 것 같아 설명이 길어졌다.
'임포스터'는 진짜 사기꾼으로써의
해로운 특성을 가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이타적인 성향에 가까웠다.
스스로 잘해왔고 애쓰며 살았음에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이상으로 약해,
불안과 자기학대적인 면모가 있고
의외로 반전을 불러오고 싶은 의욕 때문에
수시로 과로할 수 있는 성향일 수 있었다.
또한, 불안과 회피는 한쌍이기에
회피에 관련한 이론설명도 책엔 등장한다.
결국, 임포스터란
자신의 인생에 주는 피해가 가장 크고
그런 자신의 인생 전체만을 볼 땐
회피로 인한 2차적 피해 또한 매우 크다.
책초반, 저자는
심리학계가 그동안 바뀐 사조를 반영하지 않고
감정조절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생각과 감정을 바꾸라는 푸시를 사용하는 건
현대에 와서는 더이상 맞지 않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뜻밖의 조언도 해온다.
성격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일관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생각과 감정에 관해서는 가역적이라 말해 왔는데
저자의 전문가로써의 설명은
이 부분에서 많은 책과는 달랐고
그래서 더 중요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임포스터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사유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은 임포스터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핵심 신념(core belief)으로써 우선 옳지 않고,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만이
좋지 못함 성향의 해법이라고 단적으로 얘기한다.
즉, 생각과 감정에 주목하지 말고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는데 일생을 바쳐야 한다는 결론.
좋은 내용이었다.
한편, 생각을 바꿔보면
모든 가정에 적용될 만한 내용이라고도 느꼈다.
임포스터가 한명도 없는 환경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가정하에서.
누군가의 책임과 누군가의 회피,
이 둘이 맞물려
한 가정이 돌아가는 걸 많이 보게 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