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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이타주의자 -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앞서가는 사람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장혜경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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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제를 보자마자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가 먼저 떠올랐다.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인가 싶게 만드는
너무 선한 이타주의 캠페인 같은 제목 때문에.
헌데 읽어보니 전혀 다른 책이다.
이타주의의 장점을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관련된 문제가 생기는 건 뭣 때문인지
어떤 상황에서 딜레마가 생기는지 등
여러가지 이타적인 상황과 아닌 상황들에 대해
왜 그런 성향이 발동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과 섬세한 관찰이 담겨있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기브 앤 테이크'도 좋은 책이지만
굳이 고르자면 이 책이 이타주의를 알아보고자 할 때
더 현명함으로 다가올 책 같았다.
다음은 책에 포함된 한가지 사례로써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식 행동발현에 관해
환경과 동료의식 등이 미치는 실험이야기다.
1900년대 초,
터키의 한 소년이 겪은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침략한 그리스 군대는 터키인들을 세워놓고
믿는 신을 부정하도록 종용하고
안하면 즉결처형을 감행했다.
하나둘씩 소년의 앞에 선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데
딱 소년의 차례에 와서 그 모든게 멈췄다.
본인도 이유는 모른다, 그저 행운이었는지도.
어릴적 이런 경험은
그를 심리학을 연구하도록 만들었고
처음엔 독일로 가고자 했으나
한창 나치 지배하에 있던 독일은
그런 공부할 여건을 제공해 주지 못해
미국으로 건너가 하고싶은 공부와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한 연구는 단순했다.
기질적으로 호전적이지도 이타적이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10대 소년들 20명 정도를 모아
임시 캠프로 데려가 2개팀으로 나눈 후
그들이 보인 행동을 관찰만 하는 실험.
방울뱀팀과 독수리팀 이렇게 2개의 팀으로 나눈 뒤
실험진행자들은 그들의 관찰자로 신분을 숨긴 뒤
그들이 속한 각팀의 변화와 특징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했다.
매우 놀라운 점은,
어떤 외부적 요인 없이 각 팀 모두가 비슷하게
호전적이면서 팀끼리 뭉치는 모습을 보인 것.
그것도 아주 초반부터.
처음엔 같은 팀 약자에게도
힘의 논리상 매우 비관용적이었으나,
다른 팀을 의식함이 커가면서
약자에게 강자인 팀원인 자신의 장점인
수영을 가르쳐주며 배움을 나누고
성장을 이끄는 모습도 모였다.
이는 이타적인 대표적인 행동의 사례다.
반면,
두 팀이 비슷하게 보인 행동으로는
서로 상대방의 팀을 비방하고
인식할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땐
응원전이 격돌하듯 정도가 알아서들 강해졌다.
팀들끼리 그냥 신경전에서 끝나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의 진영에 몰래 잠입해
사기를 꺾을만한 행동을 하는 등
동일한 적대적 태도도 보였다.
이 실험의 결과가 중요한 건,
팀간의 호전적인 모습이 저절로 생겨났다는 점과
자기편에게만 발휘되는 특별한 이타심도
너무도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호혜로운 이타심이 아닌
배타적이고 좁은 의미의 이타심의 사례다.
어떤 모습도 누구의 선동으로 시작한게 아니었고
교육을 받았거나 규칙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생면부지의 소년들이 팀으로 나뉘자
서로 연대의식을 형성해 이타심을 발휘했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한 듯한 행동도
본능처럼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타주의의 여러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예로 든 이 글은 내 편인 사람들에게 보이는
좁은 테두리에서만 저절로 발휘되는
이타심에 관한 심리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이처럼 이타심이라 보일만한 행동 중엔
모범사례 같은 것만 있는게 아닌
모호하고 애매한 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설명.
저자는 세상이 변해 예전보다
이타심이 인정받기 위해 조성되면 좋을 환경이
훨씬 적은 노력만으로도 가능한 세상이 됐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기심은 이타심을 더 뛰어넘기가 어렵고
당연 이타적으로 사는게 더 쉬운 세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타심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배신 당할 두려움을 꼽기도 했는데,
아무 조건없이 발휘되야 진정 이타심이라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도 알려주는 전제조건 중 하나였다.
이 책은 그저
이타심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책이 아닌
이타심과 관련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모든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기에,
앞서 말한 자기 편에게만 이타적이고
타인에겐 극히 이기적인 모습의 이타심도
정리된 이타심들 중 하나에
당연히 들어갈 수 있을 구성이다.
가볍게 읽으리라 기대없이 시작했는데
필력이 너무 부드럽고 내용 또한 좋은
그저 선함만을 추구하려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어서 흥미로웠다.
수준높은 사고력을 보이는 글들이 많았고
단순함이 아닌 생각할 꺼리를 주는
내용들이었단 점도 매력적이었다.
마치 NGO같은 느낌의 글들만
담았을거 같은 책제목이지만,
실제는 상상보단 훨씬 심오해서 좋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