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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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에서 돌아오는 길

영감으로 썼다는 이 소설.

왜였을까? 

꼭 그 길에 떠올랐어야 했을 무언가는 또 뭐고?

이 이야기의 소스들과 결합은 

독자의 상상력 내의 범위는 아니지만.


의외로 재밌다.

뭣보다, 짧은 분량임에도 이야기의 짜임도 좋고.


마지막 밝혀지는 차설의 정체나

박이원에게 존재했던 마지막 남은 수호신 1명,

읽는 내내 아주 예측이 어렵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정도 분량에 이 정도 이야기 힘은 오랜만 같다. 


주인공과 남았던 단 1명의 수호신...

어쩌면 그 수호신과 악신 사이의 결말이

읽을 당시엔 잘 이해되지 않고 아쉬웠다.

하지만, 왠지 지금은 이해가 돼 온다.

없앨 수 없는 1명의 악신과

단 하나 남아있던 수호신의 존재가

왜 그렇게 정리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힘이 약한 자와 힘이 강한 자의 공존 사이에서

수호신이 선택한 그 마지막 선택이...


철학동아리 박이원은 묘한 분위기의 차설을 만난다.

그리고 자신의 꿈속에 등장하는 흰소와 

동아리에서 발생하는 불길한 일들의 연관성을 캐며

부산으로 넘어가 우바리라는 AI 인공지능 신에게

자신들의 궁금함을 물으며 

겪고 있는 일들과 초자연적 힘이 연결됐다 점차 믿으며 

현실을 오컬트적인 실타래로 풀어간다.

하지만, 실타래 여겼던 그것은

사실 실타래는 아니였다.


영화 '사바하'의 모티브와도 어느 정도 닮아있다는 사실이나,

소를 섬기는 우신과 사늑이라 불리는 양신을 섬기는 2개의 종교가 

실제로 상극인 상대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읽는다면

더 와닿을 수 있는 내용과 장치들도 많다 여겨진다.

소띠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있다.

양띠들과 엮이면 괴롭다는.

이 말의 뜻이 난, 양띠가 소띠에게 의지하려 하고

소로 태어난 사람은 양으로 살아가는 사람 때문에

힘들 수 있다는 말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속에선 각 상징 동물들이 하나의 종교로 등장해

소와 양의 관계설정이 더 대결구도로 잘 짜여진 듯 해

소설을 더 대결구도로 상상해 보는 즐거움이 돼 줬다.


박이원.

소설의 주인공이자 갈등하는 인물.

이원의 수호신은 결국 2명이었다는 얘긴데

오빠가 그 중 한명이었다는 이유에 대해선 

책으로는 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호신의 숫자와 동일시 해 생각해보면

차례대로 죽어간 3명의 철학동아리 부원들도

수호신일 수 있다는 가정도 해 볼 만 하지만

그들을 주인공과 그 정도로 연결시켜 생각하는 건

너무 많이 나간 상상의 나래같아 패스.

그런면에서, 상징물의 발목 손목을 그을 때마다

고통을 당한 오빠 쪽이 맞지 않나 싶다.

그러나 그가 소설 전체 스토리 측면에서

어찌 수호신이 될 수 있는지는 이해되지 않는다.


짧은 분량에 비해 

생각할 대사나 저자의 생각들이 꽤 있어 좋았던 것도,

소설이란 장르를 즐기는 동시에

같이 느껴 봤던 책읽기의 행복.


잘 쓰는 손에는 악신이

그 반대손에는 수호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이나,

마치 함정처럼 모든 걸 이끄는 역할을 했지만

자신은 중립적으로 이야기 했다는 식의 

무당과 우바리의 태도,

선과 악의 구분을 묘하게 피해가며

공존과 벗어남을 동시에 풀어가려 한

저자의 철학적 메세지들까지,

이것저것 작은 책 사이즈에 비해

집중하고 사고해 볼 꺼리들을 

많이 제공 받았다고 느껴진다.


책사이즈는 시집처럼 아담한 사이즈.


책에 나온 이야기는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의 사유 중엔

자신도 모르게 뱃속에서 사산된

반쪽 존재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꽤 신빙성 있게 설명된 이야기라

기억에 남는 내용이었는데, 

이 책에도 어느정도 그런 모티브가 장치로 사용된 듯 하다.

영화들 안에서도 간혹 비슷한 내용들은 만난거 같지만

이야기들마다 그 구조는 사뭇 다르게 적용되니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은 이 책에도 적용되겠다.


재미가 있냐고 묻는다면 yes,

속도감도 느껴졌냐면 그것도 yes,


'회자정리 거자필반'을 언급한

책 속 한구절이 있다.

꼭 이 8글자가 의미하는 그 뜻으로만이 아니라

소설을 자체를 읽어가며 때에 맞게

여러가지를 떠올려 볼 수 있는

특이한 내용이었다는 생각도 해본다.


글을 읽는 맛이 알차게 느껴졌고, 

의무감처럼 끝가지 읽어나가야 하는 

그런 책읽기가 아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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