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먹지 않는 약
도리다마리 도루 지음, 이현욱 옮김, 장항석 감수 / 더난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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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읽고 싶은 주제가 담긴 일본 저자의 책이라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했을 때 나온 책인지

그때 사회를 달궜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 할 수 있는 시절은 

이제 없다고 했던게 새삼 기억났다.

거기에 각종 백신 부작용에 관해 

설왕설래 하던 그런 부분들까지 떠올리니,

책속 이런 주제로 깊게 논의된 내용들 또한

시대를 달리 했을 그 당시엔,

이 책의 모든 내용 중 가장 핫한 토픽이었을 거란 점도

책을 읽으며 남달리 회고됐던 한 부분이었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치매나 고령자 처방에 관한 부분과

정신과 약을 다룬 부분이었다.

현재 한국에선 대학병원 중 일부이긴 하지만

노년층의 복약지도를 상세하게 다루는

특정진료과가 운영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선행지표인 일본 상황을 

이렇게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한국의 추세 또한 신빙성 있게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었다.


먼저, 당뇨병을 예로 들자면

혈당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는 약을 쓰다보면

좋지 못한 방향으로 혈당치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약엔 당연히 해당 약효가 존재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약이 가진 '해로움' 또한 있을 수 있기에

이를 깊게 연구하는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이어지는 유방암의 치료 전력에서

예전 전체 절제술이 한창 시행될 때와 달리

이런 수술로 인한 치료법과 보존술의 효과 차이면에서

생존률로 비교했을 시 차이가 없었다며,

처치면에서 이런 중요한 사실조차

일본에 알려진 후 표준화 되기까지

15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예전, 전체 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만을 모아놓은 

한 대학병원 입원실에 들렸다가 

그 동일한 모습의 많은 환자모습에 놀란 기억이 있는데

당시 기분처럼 전달 받았던 절제술에 관한 

상당부분 부정적인 기억들의 맹점을 오늘에서야 되집어 봤다는 것,

그리고 과연 전체 절제술이 그 당시에도

정답이었을까란 의문이 들었기 때문 같다.

이후 이어진 노년층의 과도한 약 복용량은

질병 자체로 인한 순수한 투약량 증가라기 보다,

노쇠에 의한 부분을 원인으로 인식하며

약 투여량의 조절에 관해 생각해 보라는 내용이다.

이렇듯 다양한 주제들이지만 

책에선 생각보다 매 주제들 모두에 관해

일률적으로 긴 분량을 할애하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지식전달은

상당히 압축적으로 잘 되어있음도 특이점이라면 특이점.


다음은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터뷰.

다카키 슌스케라는 일본 정신과 의사와

한 기자의 대담형식으로 길게 엮었다.

다른 주제들에 비해 형식도 다르고

편한 분위기에 오간 대화를 전부 다룬 분량이라

상당히 내용도 길고 섬세했던 파트다.


인터뷰 상대였던 이 의사는

약으로 치료할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다는 걸

환자 본인이 아닌 의사로써 다룬다.

보기 쉽지 않은 장면 같았다.

이런 시각을 여러 주제를 논할 때

재차 토론꺼리로 내놓는 건 또한 신선했다.

그래서 뉘앙스는 비슷하나 

조금씩 이 주제에 대해 

여러 다른 관점처럼 피력해 주었다고 봤는데,

그 중 좀더 사이코시스한 조현병에 관해 

논할 때 나온 부분이긴 하지만,

예전 의사들과 현재 의사들의 

추세적 차이로만 나누긴 애매했다.

하지만, 좀더 약에 의존하는 추세가

정신과 진료에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 안에서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는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정신과 의사들마다의 다른 지향점에 의해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차이를 만들더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쉽지만 의학적 프로토콜이 아닌 개인차라는 뜻.


약으로써의 치료가 다가 아닌 

환자가 가진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의사는 극히 일부다.

그걸 만들어 내는 건 의사 각자의 의지이자 역량. 

약으로 고친다는 전제를 더 믿는 의사라면

환자가 받는 스트레스나 환경을 살피는 건 우선이 아니다.

이또한 인간적으로 냉정한 게 아닌 

의사로써의 판단과 성향일 수도 있는 인정할 문제.

다만, 환자 본인의 스트레스를 

치료를 위해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병세 자체도 그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생존과정의 징후로 파악할 수 있냐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전문가적인 아쉬움을 피력했다.

약보다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견해에 동감했다.

주목해야 바뀔 수 있다는 점 핵심적인 부분이

약보다 간과될 수 있다는 것으로써

독자에게 여러번 환기를 시킨다는 건 놀라웠다.

꼭 의학 분야가 아니어도 타인의 일에 

이정도 적극적인 의견을 가진다는 건,

타인의 삶에 관심과 정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당연시되는 요즘의 개인주의적 풍조를 돌이켜 볼 때

매우 인상적이고 훌륭해 보였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우선 병이니까 

약으로 고치자는 의학적 발상으로 접근한다.

사실은 약으로 고쳐지지 않지만

적어도 약기운으로 증상을 억제시켜

원래의 세계로 다시 데려오려는 노력의 시작으로.

하지만, 원래 그 사람의 세계에는

병을 유발시킨 가족관계나 그밖의 환경들이

당사자를 병이 나도록 몰아간

다양한 요인들로써 도처에 산재한다고 보기에,

결국 호전되어 약 중단 후

이런 환경탓으로 재발한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을 고려 못한

병의 단순재발로만 읽혀질 수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렇게 반복되면 다시 병이 내재적 요인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약의 투여량만 높아질 수도 있는 점도 우려했고.


개인적으로 많은 심리학 책들과 정신과 책들을 보면서

그 책들끼리 간극을 채우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그게 이런 부분이었고 

이런 부분을 다룬 책을 한번쯤은 접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는

저마다의 심리학적 논조를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개인의 역량을 다루는 

심리학적 논리는 인문적으론 훌륭하나

모두를 통합하는 한수가 언제나 부족했다.


오히려 약의 오남용과 진단을 

각자가 처한 환경면에서 다뤄본 이 책과 같은 안목은

심리학 책에서 조차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에서의 위와 같은 대담은

넓은 범위의 정신질환 이야기 중 일부분이지만,

의사 슌스케가 바라보는 부분이 무엇이며

무엇에 전문가로써 맹점을 느꼈는지는

일반인으로써 충분히 공감해 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한편,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오카다 다카시의 유명한 책들 중에

'인간 알레르기'를 다룬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치 못한

의외의 정보를 얻기도 했다.

요즘 한 심리상담가의 추천까지 추가되어

이 저자의 인간 알레르기 이론을 다룬 책이 

다시 한번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이 인간 알레르기란 용어가 사실

상당히 오래 전에 일본 내에 상륙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한 약제에 관한

마케팅적 요소였다는 것으로 보여져서다.


당시, 미국에선 이미 유명한 프로작이 

유독 일본에서는 실패했는데,

그 이유를 평가해보니

일본 내엔 우울증 환자가 적어서였다고 판단했단다.

그래서 바꾼 병명인 '사회공포증'으로

일본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동시에,

이 바뀐 접근법과 '인간 알레르기'란 설명을

당시 동시에 회자시킨 것으로 소개했다.

소심하고 책임감 많아 보이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오히려 우울증이 적다는 것도 놀라웠고,

사회공포증이라고 불리워 지는 것엔

큰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도 생각할 바를 던져주었다.

병으로 생각하는 집단적 분위기가 

이렇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으니까.


그냥 어떤 약을 먹고

어떤 약은 먹지 말라는 

단순 지식을 나열한 책이 결코 아니다.

의학적 상식에 대한 전반적인 깊이를 더해줄 수 있으며

양질의 내용들로 꽉 차 있는 책이다.

아마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은 정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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