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1
정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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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와닿는 문장은

'냄비 속 영문 모르고 삶아지는 개구리 신세'였다.


이미 초저출생이며 초저출산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다.

초저출산은 여성 1인이 낳는 아이의 수를,

초저출생은 전체 인구대비 신생아 탄생 숫자다.

출산은 개인, 출생은 집단적 시각의 단어.

일순 단어 놀음 같지만 이 부분부터 와 닿았던 건

개인문제가 모두의 문제라 자각되기 때문 같았다.


저자의 의견을 보고 있으면

함께 간추려 놓은 이미 지나온 한국의 

인구관련 기사들을 자연스레 돌아보게 된다.

2000년대의 20년치 인구 감소를 통계로 보고 있자면

아까 말한 냄비속 개구리란 말은 더 실감난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 오면서

1.05이던 출생률이 1점대가 깨져 버렸더라.

사람의 존재가 1이하라는 건 

숫자로만 가능한 회계상에서나 가능한 느낌.


60만 대군이라는 자연스런 문구도

50만을 기점으로 사라진지 오래라 하고

이젠 30만도 간당간당.

그나마 예전 60만 시대엔 현역 징병률이 

50%였다는 점도 놀라운 기사였다.

2명 중 1명은 현역인 시대였다는 사실보다

반은 현역으로 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나 지금은 왠만하면 

현역으로 입대한다는 말 속에선,

성인 남자가 부족하니 그렇다고 수긍은 되면서도

군대의 질을 생각하는 게 사치가 되버린 걸

자연스러워 해야하는게 아직 상식적으론 안타까웠다.


자세한 출생률 기록은 2000년을 기점으로 보여줬지만

실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건 1984년부터였다는 한국.


아마, 조금이라도 낮은 출생률에 대한

이 걱정에 공감대가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어떤 해법이 제시되어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도 거의 우리와 같은 수준이다.

더 정갈하고 학술적인 묘사를 선보이고는 있지만

'아 그렇구나' 싶을 정도의 해법으로 느낄 순 없었다.  

제시한 게 방법들은 효과는 있을 수 있겠구나 정도는 느끼지만

정말 이게 최선의 답이란 면에서 공감하기 어려웠다.

만일 누군가에게 혹은 독자인 당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통용될 출산율 극복방안을 

고안해 보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저자가 제안한 방식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으리라 본다.

그만큼 우리가 이미 정책이나 기조에서

접해봤던 류의 해결법들이 결국 다인거고 그뿐이란 거.

다만, 그 실천에 있어서 쏟아붇는 양을 늘리고

자발적 변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보자는 식의 얘기 자체가

애매모호한 희망만을 말하고 있진 않다는 건 알겠더라.


내용을 진중하게 기억해야 하는데

책을 덮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저자의 한마디는

오히려 다른 부분에 있었다.

저마다 현재의 초저출산률에 대한

분석을 말해보라 말한다면,

천편일률적이 아닌 가지각색일거란 말.

분명 수많은 사람들의 자기만의 

삶과 가치관이 담긴 얘기가 쏟아질 테니까.


나도 읽으면서 생각을 안해볼 수 없었다.

정말 경제력, 경력단절, 남녀차별이 주된 문제란 말인가?


난 그냥 안 낳는거 같다, 그냥.

그냥 살아가는 것, 그게 다인거 같다.

자신으로 살아가는게 익숙하지

우리로 살아가는게 편치 않은 세상이 된 것 같다.

부모도, 노약자도, 가족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으로 구성된 삶.


어느 책에선가,

미국을 모델로 개인주의의 장점을 

바람직하게 설파하던 풍조가,

우리로써가 아닌 자신만의 삶만을 우선시 하더라도

바람직하게 봐도 좋단 방향쪽으로 급선회하게 해줬단 얘길 읽었다.

뉘앙스 면에서 기억되는 얘긴데 인정되는 바가 있었다.


나도 결국은 저자가 말한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것 같고,

경제적인 뒷받침이 된다면 나아질 거라는 

그 부분도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라 생각은 든다.

하지만 '효율'이란 측면을 봤을 때도 그러할진 모르겠다.

모두가 지원을 받는 삶이라야 

애도 낳을 수 있고 행복해진다는 말 같기만 하니까.


책의 말미에선,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별 편차를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삶을 현실로 만들어

인식전환과 출산률의 변화를 이끌면 좋겠다는 바람도 실었는데,

어느 정도 환상적 기대 같기도 했지만

가능만 하다면 이런 방법이 많은 이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란 상상도 저자처럼 해보았다.

책의 지향점은, 

정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와 같은 의견도 첨부된 거라 보면 좋을 수준이지만,

영화 '성혜의 나라'를 책에서 먼저 언급한 후 나온 말이었기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 쪽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좋겠다고 바랬을지 모른다.


영화 '성혜의 나라'는 나도 봤던 영화고

상영된지는 조금 오래된 영화인데 소개하자면,

편의점 알바를 주로 하던 성혜의 

반복되고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게 메인인 영화였다.

그러다, 부모의 차사고로 받게 된 보험금이

그녀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꾸게 했었는지는

이 책을 보면서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영화가 굳이 이 책에서 언급된 이유는,

이런 성혜와 같은 불행이 

횡재가 된 영화같은 반전이 없다면,

대다수의 청년들의 경제적 풍요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을 하고자 함이었다.

출산율의 중심이 되어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실제 경제적 현실과 인식전환이란 측면을 

영화 2편으로 소개했다고도 보여줬다고도 느꼈고.


책을 덮고나면 몇일내 

인구감소에 대한 걱정은 희미해질 것이다.

늘어나는 불완전한 쓰레기처리, 

안 좋아지고 있는 환경문제처럼 말이다.

그래도 한국내 인간으로써 같이 살아가는 인간들이

점차 멸종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인지하는 건 참 불행하다.

멸종이 아닌 감소일 수 있지만 말이다.

더 정확히는 인간자체가 아니라, 

노년기에 접어든 인간의 수는 늘어가고

아기만 사라지는 우선은 일부 멸종이지만 말이다. 

어쨌건 전부 달아오르는 냄비속 

개구리로는 살 수 없는건데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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