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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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적인 언어로 각색된 

세네카의 전집 중 일부다.

그의 에세이 12개 중 6개를 각색했기에

전문이 실려야 온전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겐

책의 완성도에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다 읽고 책을 덮으니

오히려 이 에세이 6개의 정리만으로도

충분히 책한권은 완성은 됐거다 여겨진다.


책초반에 등장시킨 시간이란 주제를 다룬 부분에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연들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지 못했기에

드는 느낌이라 여기며 읽었던 부분이다.


대개 큰 주제로써 제목이 소개된 후

2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그 제목들이 마무리 되기에,

수많은 모든 내용들을 정리해 전달하는 건 무리다.

그저 가장 와닿고 통찰할 꺼리를 던졌던

순간순간을 기억할 뿐이라는게 맞는 표현일거다.


가장 먼저 마음에 담고 싶었던 내용은 

마르쿠스 키케로와 리비우스 드루수스의 이야기였다.


키케로는 세네카를 소개한 머리말에서

짧게 언급되며 소개됐던 인물이기도 한데,

세네카, 키케로, 아우릴리우스는

오늘날에도 그 시대를 대표했던 

현인이었다며 머리말에 소개되었다.

아우릴리우스는 기시미 이치로의 책에서

세네카가 소재로 쓰인 이 책 같은 구성으로

읽었던 인연이 있기에 짧은 이름의 언급이었지만

소회가 남다름이 있기도 했다.

여하튼, 어쩌면 머리말 속 키케로의 언급은 

세네카를 다룬 이 책 속에 담긴 

세네카 급 정도 되는 또한명의 위인 언급이었다

상상해 보면 좋을 짧은 소개였다.

하지만, 내가 읽고 느낀 바가 컸다고 소개한

책 속 키케로의 사연과 이야기는

그런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키케로.


그는 국가재건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다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휩쓸려 사라졌다고 묘사된다.

그랬던 그지만 현직에 있는 동안 

부귀함과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힘들게 된 시점 이후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인생은

한순간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묘사한다.

오늘날 위대한 현인 중 한명으로 회자되나

그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이겨내진 못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다.

결국, 온갖 역경 속에 

성격마저 변해갔음이 이어지는 사연들.

키케로가 아티쿠스에게 전했던 편지 속엔

그의 날카로웠던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물었나?

난 '반포로' 신세로 투스쿨룸에 있는

시골집에 기거하고 있다네...'

역자인지 세네카의 해석인지 모를 

키케로가 남긴 그 당시 심정은

지난 시절을 늘어놓으며 푸념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됐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변함없을 거란

희망없는 신세를 토로하는 것이라 평하고 있는 것.


'반포로' 신세.


그 말이 참 의미심장 했는데,

책은 곧바로 그가 진정한 현인이었다면

스스로를 반포로 신세라 표현으로

스스로를 말하지 않았을거라며,

그 점을 주목하고 있었다.

즉, 현인이라면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살아갈테지

결코 스스로 속박되고 온전치 못한 자유라

원망하며 살아가진 않았을 거란 점에.


뒤이어 등장한

리비우스 드루수스란 정치인의 사례에선,

수많은 지지를 얻고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

스스로 그 결과까지 내보고자 개혁을 이끌어 봤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자신이 만든 개혁이란 도구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입장이 됐고

그것은 계속 그에게 불가능한 업무를 부과하게 된 것.

그후 그런 처지가 된 후

자신의 상황을 되집어 보며 인생을 회고한 그는,

자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한번도 평온한 적없는 인생이었다며

스스로를 저주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책에선 좀더 정리가 더 된 상태에서

나름의 결말에 이르르지만

그 부분들이 내용이 그리 중요하진 않기에 

책이 내놓은 결말로 바로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자면,

더없이 행복한 모습이기도 위인급 인물이었지만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평생을 

스스로 후회하듯 요약하는데 빠지는 건

그가 현인은 아니였음을 말하는 거라 전한다.


키케로나 드루수스까지, 

때늦은 푸념이란 결국 

그 자신도 다른 사람도 변화시키진 못할 처신이며,

그렇게 한순간의 푸념만 들어놓다 

다시 평소 생활로 돌아가다 생을 마쳤다고도 전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결론은 내려졌지만

완전한 해석풍의 결론은 아니었다.

약간은 열린 결말 같았고

두사람의 공통점만이 연관되어 기억될 수 있었을 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반포로 신세라던가 평생 편한 적이 없었다는 

두사람 각자의 푸념섞인 말 속에는, 

분명 그 말을 하던 당시의 두사람은

매우 불행함을 느끼고 있었음은 전달되어져 왔다.

아마 현대를 살고 있다면 이 둘은 

급성 우울증이나 화병 정도의 진단은 

병원에서 받지 않았을까도 싶었고.


이 둘에겐 공통점으로 느껴지는 측은함도 있었는데

그건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엔

타인과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마저 큰 나무와 같아서

누군가의 귀감만 되어야 했을 뿐

힘들어도 본인이 기댈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던 사람이었다란 측은지심.

이 책에서 마저도 이들의 인간적인 푸념들은

허락되지 말아야 했던 불완전한 인간들의 것이었으니까.

현인이라 칭송받고 위대한 정치가라 칭송 받는거와는 별개로

그들의 실패와 좌절은 본인이 철저하게 짊어져야지

토로할 수 있거나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었다는.


책의 중후반 쯤엔 세네카 본인의 변론이 등장한다.

이어지는 2편이 연결되는 부분인데 

그 부분과 앞서 등장했던 키케로와 드루수스의 이야기는 

비슷한데 다뤄지는 느낌에선

상충되고 모순적인 면이 다소 들어있다.


세네카가 말했던 많은 금과 옥조와 같은 말들,

스스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 속의 의지들,

하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자신 세네카란 사람 자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속 모습을 그것과 연결시켜 보지 말 것을 

일종의 당부하는 글들이었다.

금으로 된 식기를 사용하고 부유하며 

보통 인간처럼 감정도 드러내며 사는데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삶이 서로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는 대중의 질문에 대해

세네카 본인이 이야기 한 부분이다.


나는 성인이 아니다,

고로 철학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스스로 완벽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 스스로는 나를 현인으로 인지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살려고는 노력한다.

현실속 자신 세네카의 모습을 

발전시키려는 자신의 철학과

매칭시키지 말라 강변하는 그다.

그걸 지적하는 건 이른바 악의적이라는 평과 함께

자신은 그런 악의적인 지적에 더욱 분발할 것이며,

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정신세계의 완성엔

계속 심혈을 기울일 것이기에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겠단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맺는다.


앞서 평가 되어졌던 키케로와 드루수스,

다음 등장하는 세네카 본인이 말하는 인생관.

이 둘은 나란 독자의 눈엔 비슷했지만

다른 예와 결말을 다룬 소재로 등장했다.


짧은 지면에서 굳이 정리를 해보자면

앞선 두사람도 세네카 본인이 스스로를 말한

그 선에서 정리되는 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세네카가 자신은 현인이 아니라 단정지어 강변했지만

현인으로 추앙받는 현시대에서

위와 같은 속세적인 면을 인정받고 싶던 

세네카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모습은 대중들에겐 없기에.

키케로와 드루수스에게도 그의 인생관을 좀 대입시켜

대신 변호해 줘도 될 사연들 같기에.


역자는 세네카가 남긴 글들 중 일부를 엮은

아포리즘 즉 명언집 형태의 글이라 칭한다.

그러나, 각색된 원문과 해석은

명언 보다는 에세이로써의 읽는 재미를 주며

유한한 시간과 인생을 느껴보기엔 

사색적이며 회의적인 반성의 시간도 선사해 준다.

누구라도 한부분 쯤은 분명 

와닿는 게 있을 내용들이다.

그 안에선 순간적이나 용기를 얻어갈 수 있다면 

이또한 책이 주는 각성효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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