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경조증과 우울 사이에서, 의사가 직접 겪은 조울증의 세계
경조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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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는 마지막 책이 됐다.

읽으려던 책들을 읽어가며

순서를 염두에 두진 않았는데,

이 책이 마지막이 됐다는 게 

한편으론 의미있다고 받아들인다.

누군가의 인생이자 고백을 보면서

한편의 투병기일수도 있지만

그 인생 파노라마를 따라가며

해당 질환을 잘 이해해 볼수 있었던 

작은 인연에도 감사한다.


일단, 저자는 여의사이며

어떤 진료과 의사인진 나와있지 않다.

20대에 발견한 2형 양극성 장애에 관해

겪은 희노애락을 잘 서술하여

책에 담으려한 노력이 돋보인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결혼도 했다.

책에 자녀 이야기나 그와 관련된 

감정묘사까진 없는 걸 봐선,

만혼에 좋은 짝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아직 자녀는 없어 보였다.

굳이 자녀 얘기가 궁금했던 건

외로움을 많이 타 결혼도 결심했고

본인의 병엔 외로움의 영향도 컸다 고백하기에

아이를 향한 이야기도 나름 궁금했어서다.


2형 양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양극단으로 

큰폭의 기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저자의 경우로만 한정지어 본다면,

우울과 들뜸을 경험하는데

어제와 오늘 정도의 짧은 주기 속에서 

기분의 등락을 보이는게 아닌

한 계절 정도의 긴 텀을

우울이나 들뜸 속에 보내는 질환.

들뜸 속에선 삶의 활력을 얻었고

우울 기간엔 더없이 수렁에 빠진 그녀.


이젠, 약으로 평형을 유지시켜주는

일정수준의 등락없는 기분조정 속에서

예전과 같은 급다운이나 급업됨 없는

이 현재상태가 나름 만족스럽다고 전한다.

그러나, 하이였던 조증의 시기는

때론 많이 그리울 때가 있으나,

우울기에 겪는 고통이 훨씬 길고 싫은만큼

조증의 기쁨 대신 울증의 오랜 시달림에서

해방됐다 여기는 현재의 평범함이

불만 아닌 만족을 준다 여긴다.


상당히 자세히 썼다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말하기 힘들었을 개인사도 솔직하게 잘 정리해 들려준다.

오픈해 줬다는 고마움도 분명 독자로써 느껴지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분석한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제3자로써 의아한 면이 있었던 걸 나름 정리해보고 싶다.


어머니와의 부딪침.


사실 얼핏보면 저자의 화냄이나

그런 딸을 보는 어머니로써의 난감함은

일반 가정에서도 벌어지는 일 같기도 하다.

여러가지 감정이 잘 교차하는 묘사였는데

저자 스스로 느낀 자책이나 죄책감은 부각됐고

어머니의 입장을 더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라도

자신의 결핍으로 인한 어머니를 자극한 측면이 

분명 있는거 같다는 평가를 보면서,

어머니의 성장배경을 가족으로나 딸로써

자신의 이해가 더 필요한 부분으로 느끼고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끼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라 

말하는 느낌에서 묘한 안타까움이 일었다.


모녀 사이.

그리고 각자의 사정.

아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책의 내용만으로 분명한 건 있었다.

저자가 화냈을 상황 안에선

저자의 잘못은 0에 가까워 보였다는 것.


그냥 저자의 입장을 대변하듯 편을 드는 건 아니다.

   

일단, 화가 난 상황과

좀더 어린 10대의 시절이었다는 것과

20대 시절에도 비슷한 경우를 경험한 점 등을

모두 감안했을 때, 다른 시기에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어머니의 기억 안남이란 회피나

오히려 저자를 몰아세우는 부분들을 주목하게 한다.

그정도 일에 화가 안 났다면 

이성적이라 스스로를 일컫는 저자 본인에겐 

일단 자책성의 후회가 도움이 됐을 수도 있고

그런 인성을 지닌 건 사회에도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그런 상황에서 화가 난다는 것만으로 보면

거부당하는 입장에선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원초적 감정일 수 있고

이해될 만 대응인 부분이기도 했다.

단순히 화를 냈으니 죄인

화를 받아 낸 사람은 봉변

이런 식은 아니란 것.


모든 걸 떠나 독자로써 

저자의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에도 

바뀌지 않는 착한 천성이 묻은 판단 속임에도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어머니의 저자를 향한 기억 안남을 

일반 사람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나 회피반응이라 보는 걸 넘어서,

굳이 자신에게서 이유를 더 찾고

굳이 자신이 더 너그럽지 못했음을 

오히려 반성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인성은 훌륭하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본인을 힘들게 한 병식과 관련한 역사나

그게 어디서 발병했을지에 관한 고민,

그리고 모든걸 극복해 나간 

자신만의 지난했던 과정 정리인데,

가장 확실하면 좋을 부분과

가장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부분에서

스스로 오류를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전에 읽은 책에 쓰인 이론을 약간 차용하자면

부모의 경우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자녀에게 정신적인 심리적 제약을 

거는 수가 있는 걸 말해줬는데,

그게 천고만변의 진리라서 인용한다기 보다는

이 상황에서 가장 간단하고 

압축적인 상황정리로써 유용하단 생각에 소개해 보며

이런 압박은 부모로써 다분히 본인이 알고 

자녀를 낳았고 알기 때문에

적절하게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쓸 수 있는 정신적 압박엔


1.의사표현 부정(constrain verbal expression)

2.감정 불인정(invalidating feeling)

3.비난(personal attack)

4.애정철회(love withdrawal)

5.불안정한 감정기복(erratic emotional behavior)

6.죄책감 유발(gulit induction)


이런 기재들을 돌아보며 저자의 상황을 이해해 본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당시 상황들일 수 있다.

게다가 저자의 직업이 의사고

양극성 장애를 극복하고자 여러 자료를 찾고자 했으니,

오히려 이런 접근이나 자료 분석 정도는

높거나 과한 수준의 해석으론 보진 않으리라 믿는다.


애초에 불같은 화를 낸게 아니다.

격양은 돼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점점 고양됐을 분위기였을텐데

오랜기간 자식을 봐 왔고

자식도 은연중에 보여왔던 패턴이 있을수 있으니

어느정도 어머니가 우위에 선 

유리한 갈등상황이었을거 같고,

의사표현을 부정당하니 어린 딸 쪽에선

당연히 육친의 친밀함에 기대어

점점 화는 걷잡을 수 없이 났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의 어떤 감정도 인정하지 않으니

달래주지 않는 발버둥치는 아이와 같은 

본인으로썬 억울하고 일단 화는

남이 브레이크를 잡아줘야 할 상황이 됐을 측면도 있겠다.

오히려 설명을 해주거나

이해해줘야 좋았을 상대방이,

병원을 가보라던가 이상하다는 말을 해 올 때

저자가 그 자리에서 정의내릴 순 없었겠지만

느낀건 일종의 비난이라 생각됐을지도.

공부도 일정수준 잘하며 

복잡한 심정 하에 자기 생활을 지속시켜 왔고

속상할 일을 겪은 건 분명히 맞는데,

한번 원초적인 속내를 비추니 돌아오는 건 면박뿐. 

이해를 받는다면 저자쪽이었으면 더 맞았을 상황이었다.


거기에 책의 여러 부분을 보면

의대진학을 반대한 일이나 

여러 곤란한 부분을 되물었을 때,

기억 안난다는 대응에 오히려

저자가 다시 대응하기 어려웠던 건,

어느 부분에선 그 가족내에 형성된

어머니의 노련함도 느껴지는데,

이는 저자 입장에선 오랜기간 재해석해야 할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됐을 가능성도 충분하기에

제3자의 입장에선 안타까움이 있다.

궁극적으로, 모녀 관계 안에서 저자는 

분명히 약자이면서 이해를 해주는 쪽이니까.

모든 부모가 완벽하지 않은 건 죄가 아니고

뭐라 할 수도 없는 부분이나,

전혀 알기 어려웠다고 보기보단

어느 정도 자식의 천성을 알 수 있는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자식에게 부담감을 안긴건

굉장한 악의는 아니겠으나 

모르고 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부분은 있고,

오히려 이해심 많은 딸을 잘 아는

어머니의 좋지 못한 선택으로 일정부분 남는다.


기억이 안난다는 건 

상대가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경우

딸이 울며불며 긴 시간동안 대화했고

본인이 강경하게 반대했던 

의대진학 결사반대 상황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건 많이 양보해 일단 기억 안났었다 봐주더라도

다시 회상해야 할 질문을 재차 받았을 땐 

완전한 망각 속에 있을 일은 아닐 수 있으니까.


이쯤 쓰다보니 어머니를 상대로 딸을 편드는 거 같겠지만

사실 진짜 하고 싶은 부분은 딸인 저자에 관해서다.


왜 그동안, 그리 오랫동안 고민했고

보통 사람보다 훨씬 주지화 과정도 오래 거쳤음에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의 이해정리가

이래야 됐던걸까 싶은.


사고의 빈틈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많은 부분 정리됐다는 생각과 

병식의 인정 속에서도,

마주하고 싶지 않고 인정하기 싶지 않은 뭔가가 

생면부지의 제3자에게도 느껴진다면

아직 핵심이슈의 접근은 

미완성으로 봐야할 측면도 있지 않을까?


완치가 아닐지라도 '관해'의 단계에 접어든 

저자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올해 좋은 경험담을 읽게 해준

그 용기와 인연에도 작은 감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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