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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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은 게

내 기억이 맞다면 이번으로 3권째다.

아쉽게, 가장 히트작인 '미움받을 용기'는 읽지 못했다.

히트작을 건너 뛴 채,

그의 이후 책들을 몇권 읽어 오면서

2권째 까지는 긴가민가 싶던 

이 저자만의 느낌이 이번 책을 통해 

조금 확실해 짐도 느껴봤다.


이번 책은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일부내용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다.

명상록 전문은 아니기에 

해설이라고 하기엔 빠진 부분은 있어도,

저자 본인이 중요하다 싶고 추억이 있는 대목들을

발췌해 내용들을 본인의 철학으로 설명해 봄으로써

몇몇 강한 주제들로 공감대를 만들었다.


원전의 저자인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역사적 인물로써 배경은 들은바 있으나,

기시미 이치로 개인의 지나온 과거 기억들과

2000년 전 시대의 로마황제의 고뇌들이

오버랩 해서 풀이되니 독자입장에선

전해지는 느낌들은 매우 새로울 수 밖에 없고.


황제의 글이 원문이고

저자의 해석이 주석처럼 따라 붙는데,

시대를 달리한 2명의 생각은

독자에게 한 덩어리처럼 몰려온다.

묵직한 주제를 계속 던지지만

그 숙제가 버겁게는 전혀 안 느껴진다.

'나도 그러했으니

너도 그러하리라'는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책에서 보면

로마의 이 황제의 인품이나 사고방식은

흡사 한국의 세종대왕도 생각나게 한다.

하나 달랐다면,

아우렐리우스는 직접 전쟁에도 출전했던 왕이라는 점과

본래 왕족으로 태어나 물려받은 지위가 아니였다는 점 정도 같다.

그정도로 호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카리스마 보다는

타고난 지성의 힘으로 타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시대를 달리한 비슷한 성정의 2명의 왕이란 생각.


아우렐리우스는 38살에 왕에 올라

59세에 죽었으니 21년간 왕으로 살았다.

그동안 그가 겪은 사실 자체들이 아닌

그로 인한 사유들이 '명상록'이란 책으로 남았는데,

저자가 실은 이 책 원제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냥 제목 없는 개인 메모장에 가까웠던 기록이

워낙 오래 쓰고 모으다 보니 책이 되었고

1권이 아닌 10권을 넘어서는 양이 되서

오늘날에는 '명상록'이란 저작물처럼 됐지만,

소실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고

이 책이 거의 현대에 와서야 대중적이 됐다고도 설명한다.

 

내용을 보면 숙연한 부분들이 무척 많다.

그 숙연한 부분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이 책을 통한 큰 지혜를 이해하는 태도가 아닌, 

이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한다.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서

많은 부분 공감가 감사할 수 있는 태도로.


책의 한 구절에서,


분노, 비난, 가르치려는 마음 등

정념에 대한 다스림이 가능해지기 위해선

탓도 하지 말고 본인 포함 누구나 

그 싫어하는 이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건 '표상'으로써만 대하는 의지에서만 가능하다.

그리스어로 '선하게'란

단순 착하게란 뜻이 아닌

나를 잘 지키며 살라는 뜻이라 설명하며,

살다보면 누구나가 악할 수도 선할 수도 있음에

매번의 상황 모두를 분석하듯 살지 말라 조언한다.

하물며, 신을 논한 어떤 글의 인용에선

'신은 선하다, 그러나 전능하진 않다'란

그 말 한마디로 많은 걸 설명해 낸다.

불합리하다 여길 인간사 속 각종 시시비비들,

신도 다 바로잡을 수 없는 일들이라 하지 않는가?


기시미 이치로는 독자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책으로써도 

자신의 책을 쓰고 남기고 싶어해 보인다.

이 책도, 이 이전의 책들에서도

독자로써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상당부분 자성(自省)의 도구들처럼 

그의 책들이 다가오기도 했다.


굉장히 잘 쓴 내용들이며,

대중적인 책으로만 보기엔 

내용이 상당히 깊다.

모든 문장들이 쉽게 읽혀지기에 

읽기 나가는 그 자체는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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