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 숲속 현자의 내맡김 수업
마이클 A.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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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책을 읽고는 각자 스스로에게, 

무엇을 알게 되었고 

무엇은 자신에게 어떻게 해석됐는지

내면의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일단 허락하지 않는다.

텍스트를 읽고 바로 알았다고 할 

그런 내용들이 실려있지 않아서다.

시도해 봐야하고 시간이 필요하며

그 이후 결과를 알 수 있는 단계가 남았기 때문에. 

그냥 읽고 그치는 책이 아니라

알았다면 그 흐름대로 자신의 길을 

가보는 것까지가 이 책의 완성이다.

그게 성공하게 된다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삼스카라의 층들은

자신이 바꿔놓게 될 것이고.


그렇기에 난 이 책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보려 한다.

책이 알려준 편하고 바른 방법으로.

남은 실행은 내 몫이 됐고

지금은 이해한 느낌들을 다른 독자들을 위해

편안하게 이야기 해보려 한다.

 

책에서 마이클 싱어는 

자신만의 영성을 찾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여기서의 영성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다.

다만 그 맥락은 같이 할 수 있다.

이건 찾는다는 느낌의 접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만들거나 새롭게 깨우치는게 아닌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나여서다.

누구나 자신 안엔 참자기가 있어 

모두가 각자의 영성을 지녔으나,

삶에서 자신만의 인식체계를 만들어 왔고

사람간의 부댓낌을 경험하며

잊지 못할 추억이나 상처들을 만들어 오면서

하나둘 자신만의 삼스카라가 채워진 

해당 층이 지어진 삶의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저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내면은 

일종의 '가상현실'로 비유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자신이 경험한 바를 해석하여

자신 안에 각인시켜 이룩한

하나의 견고한 세계여서다.

그럼 이 틀들은 부숴야 하나?


저자는 이를 또 그렇게는 표현하지 않고 있다.

바라보고 이해하다 사라지는 세상이라는 것.

별도의 공격적인 해체작업을 요하지 않는다.

때론, 가상으로라도 비뚤어진 세계관 대신

긍정적인 가상세계를 세우는 식은 장려됐지만,

결국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서서히 자신의 에너지 흐름을 막았던

그 고집의 세계 삼스카라는 부지불식간 

참자기로 인해 종식되리라 말해준다.


참나무가 등장하는 한 옛날 이야기도 등장한다.


매일 스승에게 찾아와 자신의 난제를 묻고 배우던 제자.

어느 날이었다. 그 제자의 낮빛이 몰라보게 좋아져있어

놀랍고 궁금해진 스승이 묻는다.

'참 좋아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던게냐?'

제자는 얼떨결에 사소한 일이 있었다고 아뢴다.

'네. 매일 스승님을 뵈러 오는 길에 

항시 마주했던 참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오늘은 그 나무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정확히는 매일 제가 보던 느낌이 아닌 

참나무 그 자체로만 다가온 날이었습니다.

이제껏 지나갈 때마다 전 생각했습니다.

저 나무는 얼마나 이곳에 있었을까,

여기 있으면서 어떤 풍파를 겪었을까 말이죠.

어떤 때는 어릴 적 나무에서 떨어진 생각도 나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그런 것들이 생각나지 않고

그냥 참나무 그 자체만 보였습니다.'

스승은 웃음 지었다.


이 얘기는 의미하는 바는 의외로 크다.

'삼스카라'라는 것은

자신이 만든 부정과 집착의 산물이다.

부정은 싫은 것을 반복해 거부하게 만들고

집착은 좋았던 것을 반복생산하려는 고집을 뜻한다.

책에선 방울뱀을 보았던 기억의 거부와

나비가 자신에게 날라와 앉았던 

기분좋던 기억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건 집착이라 말해주며,

만일 방울뱀과 관련된 삼스카라가 형성된 사람이라면

방울뱀처럼 생긴 밧줄을 보았을 때,

그건 그냥 밧줄이 아닌 '방울뱀처럼 생긴 밧줄'로 

자기 내면에 들어와 버린다.

예전엔 실제 위기감을 선사한 

그런 방울뱀은 존재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없다,

그냥 연상시킨 밧줄을 봤을 뿐.

방울뱀은 과거요 기억속의 대상일 뿐이고

밧줄은 그냥 밧줄이지 뱀이 아니다.

그런데 연상되게 만들어진 삼스카라는

거부하고 싶은 것들은 계속 거부하는 방식으로 판을 키우고

마냥 존재하고 싶은 대상들은 놓아보내지 않게 집착하게 한다.

자기가 구축한 가상현실 속 다짐들로써.


이렇게 참자아가 아닌 제3의 객체들인

외부세계, 가슴이 담은 생각, 감정들을 우린

현재의 자신을 장악하고 있는지 모른채

생각하며 살아가는 동안 느끼며 보는

모든게 나로써 다가오게 된다.

내가 보는 세상이 바로 나요,

반복되는 생각속 내 처지는 당장의 실제현실이며,

바라봐야 할 대상으로부터의 감정은 내 분신이 된다.


더불어, 짧게 차크라와 관련된 이론들도 실려있다.

가슴을 중심으로 사람의 에너지는 

위로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삼스카라를 등의 

부정적 요소들은 자리잡을 수 없고 해소된다.

이런 내면의 에너지의 흐름이나

그 에너지가 원할하지 않은 상태를

T자형 관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원활했다면 자연스럽게 내부의 관을 타고 

위로 흘렀어야 될 에너지는

동맥경화처럼 막힌 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옆으로 꺾이거나 흐르지 못한다고 했다.


저자가 아닌 역자의 글 속에도 

들어둘 중요한 말이 있었다.

계속 등장하는 이 책 속 영성은 

결코 종교적인 의미의 영성이 아니며,

영성을 얻는 것에 성공한다는 의미가

마치 사후세계를 염두에 둔 행동이거나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하는 의미 따위는 

결코 아니라는 설명.

자신을 깨운다는게 영성이요

내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참자기를 

인지할 수 있는 작업일 뿐인게 영성찾기인 것.

그렇기에 영성을 인지해

잊혀졌던 참자기를 얻게되면

그간의 모든 오류는 바로 잡힐 뿐.


읽고 느낀 바는 있지만

당장 내가 이뤄낸 것은 없다.

옳은 견해들이며 내 안에서 찾는 과정이기에

이번을 계기로 나도 한번 

이 가이드대로 해나가보려 한다.

생소하지만 어려운 길이란 생각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걸 느끼고 

아닌 걸 인지하는 과정이 될테니 말이다.

의미있는 시간이 기다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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