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피곤한 사람과 안전하게 거리 두는 법
데버라 비널 지음, 김유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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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땐 저자의 세상을 향한 약간 삐닥한 시선을

심리학적으로 포장한 듯한 책인가도 싶었다.

인종차별, 동성애, 여성인권 등을

유독 가스라이팅의 주요 피해영역으로 설명하기에

무조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런 관계들 중에

가스라이팅과 관련된 일들도 있겠지만,

위와 같은 범주의 예들을 모두 가스라이팅의

피해로써 규정짓는 것은 무비판적으로 동의하기엔

불편한 부분이 분명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수한 컨텐츠나 내용의 완벽을 바라며 읽지 않고

책에서 잘 써진 부분들을 발췌독 하며 읽어나갈 수 있다면,

이 책은 매우 좋은 내용을 담았다고 본다.

지금의 난 예전의 관심정도 만큼은 아니지만

가스라이팅에 관해서 그래도 유명하고 다양한

여러 책들은 읽어 봤기에, 그렇게 읽었던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놓고 이 책을 비교해 봤을 때,

내용상 맨 앞순위에 놓아도 될 정도로

가스라이팅의 정의부터 판별, 극복방법까지

분석적이고 명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보였다.

특히, 극복은 둘째치고

힘든 이유를 위로에서 찾지 않고

납득되는 설명으로 이해시켜 갈 때

가스라이팅의 본질에 접근이 쉬울텐데,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주는 정보가 참 좋은게 많다.

또하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부분이라면,

피해자의 심리적인 대부분의 취약성은

원가족에게서 출발하는 게 맞겠다는 점 같다.

책에선 이렇게 한정짓진 않고 가볍게 언급정도였으나

결국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그 성향의 바탕이 되거나

오랜기간 구축된 저마다의 본성은

각각의 가족 내에서 대를 물려 내려왔을 수도 있는

가족력과 연계된 부분이라고 보는게 맞는 정리 같아서.

즉,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가족이 아닌 완전 타인이라도

피해자의 그럴 수 있게 되는 기본적인 소양은

원가족 내에서 형성된 본성이 그 출발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또한, 가스라이팅이란 행위를 바라보며

가해자 피해자를 나누기에 앞서,

가해자 또한 책을 바탕으로 되집어보면

그 존재에게 자기애성 장애가 있던, 경계성 장애가 있던

그럴 수 있게 하는 바탕엔, 본인의 원초적인 불안이

어떤 상대를 의도적으로나 부지불식간에

피해자로 만들어야 하는 심리적 결핍이

주된 원인이 될 수 있음도 중요한 부분이라 보였다.

이렇듯, 가스라이팅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면서,

자칫 없던 편견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함께 돌아보며 읽었으면 좋겠다.

편견을 걸러낼 수 있는 저마다의 상황과 판단이

가장 중요한 영역이 가스라이팅이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책앞쪽에서 소개한 가스라이팅을 벗어나는 7단계를

마치 계단처럼 내려오면서 설명했다는 느낌이다.

1단계 상황의 수용

2단계 가스라이팅 사이클 이해

3단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충분한 애도

4단계 자기 집중

5단계 건전한 경계 세우기

6단계 세운 경계 안에 들이고 들이지 않을 사람판단의 결단

7단계 새롭고 건강한 관계 세우기

가장, 독자의 눈길을 끌만한 부분은

1단계와 2단계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최종적으론, 벗어나기 시작하는 4단계가

가장 중요한 코스가 될 듯 싶지만.

5단계 부터는

자신의 계획을 자조적으로 세워가는 단계라 봤고,

4단계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재정비하는 치료과정이면서

가장 전환점이 되는 단계라 느꼈다.

3단계 애도는 고갈된 자신을 쉬게하는

이해와 변환 중간에 위치한 휴식 같다.

1,2단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순서상 당연하다.

다양한 가스라이팅 케이스들을

본인이 가진 원인에서 이해해 보고

그 결과로써 가스라이팅을 이해 할 수 있게 돕는다.

그걸 이해해고 나서야 결국

많은게 효율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넓은 심리학 분야를, 닫힌 결말같은 정리가 아닌

각 주제마다 여러 사람의 식견으로 접해가다 보면,

심리학은 배우는게 아니라 느끼게 되는거 같고

결국 개인 한사람의 치유는 심리학이 주는

박식함이 아닌 '시간'과 '한계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담사가 해결해 주거나 자신이 극복한다기 보다

힘든 것들은 총량불변의 논리처럼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시간으로 누르며 지나와야 하고,

천라무봉과 같은 매끈한 수술자국으로

마음의 상처나 과거가 봉합되는게 아닌,

결국은 모든게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주고받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할 거 같아서다.

다만, 회복하냐란 관점이 아닌

회복하려 하느냐 아님 그냥 멍한 상태로 살아가느냐의

스스로의 선택 정도가 남을 뿐 같은.

명쾌한 정리로써 이 책의 텍스트들을 접해보고

편견을 배제하며 순수하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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