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내 맘대로 -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김호열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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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정도를 함께 만족시킬 만한 책이다.

하나는 여행기, 또하나는 마치 자기계발서 같은 의욕 부여.

하지만, 예상 외로 심리상담적인 요소는 적다고 느껴졌는데

읽는 사람에 따라 이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단 예상도 해 본다.

왜냐하면, 상담실 안에서 구체적으로 행해지는 대화상담이 아닌

여행지나 지인 등과의 일상적인 대화나 

그들과 어떤 경험의 기억들을 나누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심리상담처럼 소개되는게 주를 이루기에 그러한데,

저자 스스로 현재의 직업이 심리상담임을 의식하다 보니

어찌보면 평범한 일상 속 대화일 수 있는 부분들을 

심리학적인 의미부여나 들어주기 식의 라포형성으로 설명되면서 

굳이 심리상담적인 요소들이 담긴 책으로 

설명되고 있는 건 아닌가란 느낌도 받았기 때문.


하지만,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느꼈던 다소 무난한 이야기 전개들은

이 외의 다른 부분에서 매꿔주는 여러가지 장점도 있던 책이기도 했다.

가벼운 여행이나 산행을 주된 모티브이자 소재로 삼다보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에 등장하는 꽤 여러 장소들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만한 소소한 장소들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값진 여행 장소이거나 좋은 맛과 뷰를 가진 

식당 등을 여러 이야기 안에서 그 경험공유가 가능했었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겨우 첫 몇 페이지만을 읽다가 알게 된

파주시 마장호수를 저자가 전해 준 단순한 그 느낌만으로

볕이 좋던 당일 지인과 바로 약속을 잡아 출발하기도 했었다.

나는 기대를 꽤 많이 했는데 가는 도중 그 친구가

자기는 본인의 할머니 추모공원이 그 근처라

이미 가족들과 가본 곳이었다고 했다는.

오히려 내가 가이드가 된 나들이가 아닌 

나보다 먼저 가봤던 그 친구 앞에서 새로운 곳에 가는 양 

나 혼자 들뜨기도 했던 좀 무안한 나들이가 되기도.


거기에, 나에겐 이 책이 추억을 되살려주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너무 유명한 설악산 대청봉이나 제주도 같은 부분은 빼고서라도

문경세재나 남해 보리암, 추사의 고택,

속리산, 마라도, 유달산, 지리산 거기에 광장시장이나 장터목 산장까지,

또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월정사까지도 

너무 좋았지만 잊고 있었던 그 곳들을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많은 곳들이 저자와는 다른 기억으로 내게도 각별했던

같은 장소들이였기에 그 곳들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내 기억을 되살리는 느낌도 내게 참 좋게 다가왔다.


저자는 반 이상의 이야기는 자신의 지인들 사연들로,

그 이외에는 몇몇은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의 

인생 전반에 대한 대화들을 실었는데,

틀에 박힌 심리학적인 부분보다는 

일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여행과 모임 등을 통한

이 저자의 스타일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기계발서 같은 면모도 돋보였다.

외국 유학 중 집의 파산으로 되돌아온 어렸던 학생은

자신을 중졸의 처지라 생각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되기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술회한다. 

그는 그 꿈을 이루기 까지 악재를 만나

마음졸임을 겪으면서 아슬아슬하게 극복했던 사연을 들려준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타투라는 직업도전으로써

타투이스트로 성장하는 동안 외국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 여행객의 이야기도 변호사와 비슷한 사례 같았다.

분명 자기계발스러운 스토리처럼 다가왔다던 여행지에서의 인연들.

짧게 소개되는 사연들이었지만, 연배가 있는 저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오히려 

그들의 어려운 성공에 대견해 하고

상담사로써가 아닌 그 타인들과의 경험에서

무언가 배워가는 길동무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나마 이 책에서 가장 심리학적인 부분은

타인과의 대화들 보다는 저자 본인의 사연일지 모른다.

어렸을 적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진짜 특이한 환경이었고

가족 전체가 느꼈을 마음고생이 전해져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마다 2번이나 

그 시어머니 또한 자식을 낳았었기에,

저자에겐 형제자매 터울의 삼촌과 고모가 있었다는 

그 사연들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사실 특이함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꼬인 족보였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그냥 그렇구나 살수도 있겠지만 기구하단 느낌도 드는.

그때는 지금보다 젊은 시절의 결혼, 그리고 

훨씬 젊었을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였을테니

그런 묘한 관계도 만들어질 수 있던 시대 같았고.

너무 선한 저자의 부모님 인생사를 통해서는

매우 큰 연민과 저자의 심리학에 대한 갈구 또한 

그 근원을 느껴볼 만한 이야기가 실렸다.

이러한 어릴 적 결핍들이 결국 50대의 그를 

심리학으로 이끌었다고 고백하며 이 책에 

스스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많이 실을 수 있었으리라 본다.  

   

연령과 직종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 배경엔 풍광 좋은 호수나 공기 맑은 산자락들이 등장한다.

몸을 정화하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이야기들.

자연스런 통찰과 편안함이 책이 주는 이야기들을

정말 편안하게 잘 읽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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