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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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기대를 가지고 읽어갔다.

그리고, 그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듯 계속 읽고 또 읽었다.

책의 어디쯤 부터는 고민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솔직하게 

별점을 매길 때 높게 줄 순 없을거 같은데,

벌써부터 그런게 고민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별로라도 

이 정도 두께의 소설책에

게다가, 평단의 좋은 평을 받았단 이 책에

좋지 않은 별점을 줘야한다는 

그 느낌은 사실 내키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리 나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전혀 주된 줄거리를 알지 못하겠고

읽기 시작한 내용을 재밌게 따라가는 건

생각보다 나 스스로에게 쉽지 않았다. 

전혀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그냥 성장하고, 어울리고, 별거 아닌 이야기로

자꾸 이어지고 채워지는 듯한 

이 두꺼운 책분량이 생각보다 버겁게 다가왔다.

그래도 꾸역꾸역, 어떤 기대라도 버리는 것보단

끝까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려보는게

좋은 선택일 거 같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총 438페이지.

나에게 이 책이 살아나기 시작한 건

372페이지부터였다.

마치, 작은 스파크처럼 불꽃이 살짝 일더니

이 책의 전체를 보여주는 이 부분부터

시야가 밝게 열리는 느낌이 일어났다.

 왜 이 책이 읽을만한 책이고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그냥 내 기준으로 이해가 됐다.

완전히 확 바뀐 인상으로 다가오는 스토리의 정리.

그러다 432페이지 정도에서

다시 한번 스토리 자체의 반전을 하며

'아사다 료'란 작가가 쓴 이 책이

좋은 찬사를 받았던 이유를 또다시 느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끝나는 438페이지까지 달렸다.


스토리를 가진 소설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이 어느정도 공유되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읽고 싶어지고

이 책에 관한 이해도 높아지겠지만,

이해를 시켜주는 총 분량 중

372페이지 이후부터의 이야기는

아쉽지만 절대 서평으로 공유해서는

안될 영화라면 스포일러와 같은 부분이다.


대강의 이야기로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고

그러면 안 될 책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시놉시스 정도의 이야기는 정리해 보자면,

주인공은 유스케와 도모야.

책의 시작부터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도모야와 그를 돌보고 있는 유스케,

그 병실을 담당하고 있는 23살의 간호사 유리코,

그리고 이 간호사의 동생 10살 쇼타.

사실, 주인공만큼 중요 인물이 한명 더 있는데

그건 아야나란 유스케와 도모야의 동창.


20대 이전부터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유스케와 도모야 중심의 이야기는,

얼핏 근래 부쩍 늘어난 퀴어 소재의 

소설책인가란 추측이 들게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로써 책의 분위기상

이 책이 말하고 있는게 뭔지 전혀 모르겠고,

그냥 성장기를 다루는 책인건지

아님 퀴어물에 가까운 내용인 건지 종잡을 순 없었지만,

왠지 도모야와 유스케의 관계가 묘하게

퀴어물 같은 그런 느낌이 몇몇 묘사에선

있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조금씩 책속의 책으로 등장하고 있는

산족과 바다족의 전설을 다루는 내용들에서는,

철학적인 면과 더불어 소설이 가진 구조상

뭔가 이유가 있는 등장일거라 느껴지긴 했지만,

역시나 책 말미까지 거의 처음과 끝의 

어떤 연결점을 정확히 이해하긴 어려웠다.


정확한 스토리는,

누구라도 아까 말한 372페이지 정도 쯤 가서야 

한번에 이해될 수 있는 구조라는게

맞는 표현이란 걸 다시 말하게 되는데,

얼핏 돌이켜보면 굉장히 유치하게 끝날 수도 있는

그런 주제를 가진 책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종 주제를 감싸고 있는 소재 또한 그러했고.

하지만, 저자 아사이 료란 작가의 비범한 비틀기로

너무 어렵지 않게만 느껴지던 유치한 일들이

심오하고 의미도 있는 다소 어려운 결말을 창조했다.

자신이 사라진다해도 존재하는 버거운 대상들과의 인연.

그 인연을 도모야의 의지와 천부적인 통찰력으로 끌어안으며

아야나의 시각까지 더불어 전체 스토리를 완성시켰다.

결국, 도모야가 됐건 유스케가 됐건 추가해 아야나가 됐건

그 모든 세계관은 아사이 료 한사람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그리고 그 창조물 속에서 독자는 뭔가를 느끼는 것이고.


도모야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내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사는 세상을

저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계속 머물며 적당한 텐션은 유지한 채 노력해왔다.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인간적 한계를 가진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한걸음 더, 다시 한걸음 더, 그렇게 힘을 내 살아간다.

비장미 없는 비장감이랄까.


맨 마지막,

새끼손가락을 움직이는 도모야.

그를 움직이게 한 건

자신을 위해 진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타인을 위한

전력을 다해 쥐어짜낸 초능력같은 것이었다.


무덤덤해 보이기만 한 도모야.

그의 인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만점 이상의 가치를 주고 싶어지는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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