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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가토 다이조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5월
평점 :

가토 다이조의 책엔 묘한 매력이 있다.
모든 걸 달통한 듯 말하지 않지만
그에겐 경험치와 심리학 자체의 성숙도가
녹아있는 책의 내용들을 읽다보면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절로 많아진다.
거기에 더불어 저자 스스로는,
독자의 기대치에 부응하려
일부려 노력하는 듯한 글을 쓰지 않으며
쓴소리라도 필요한 말을 하는
적극성을 띤 필력을 보인다.
그렇다면 그의 책과 달리
다른 책들은 그렇지 아니한가.
모두가 그런거란 단서를 붙일 순 없겠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장르 불문 그런 성향이 있다.
헌데 여기에 또, 묘한 반전이 있다.
책이라면 보통 그 모습은 이런
독자를 의식하는 모습이 표준이 될 수 있다.
책은 수동적인 대상이다.
작가가 독자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구조다.
그러므로 고르는 사람의 선택으로
책이 만들어지는 게 이상한게 아니고
이런 유통 매커니즘에 의거해 맞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가토 다이조는 위로나 공감이 아닌
많지 않은 부류에서나 볼 수 있는
옳은 쓴소리를 할 줄 알고
그 타당성에 적당한 선과 기준을 보여주기에
흔치않은 작가라 할 만한 요소가 많다.
그런 그가 이번 책에서 선보인 주제는 "성인의 어리광".
어리광이라 하면 이또한 대부분은
자신의 태도는 아니라고 할 지 모르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리광은 어느새 전문용어인
수동 공격성이라는 묘한 말로 바뀌어
전달되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쯤 부터는 어리광은 특정 누구의 이상행동이라고만
볼 수 없을 일상적인 많은 부분에 나타남도 드러난다.
즉, 해소되지 못한 유아적 어리광은
성인이 되었어도 무의식 중에 존재하고
그것은 대인관계나 혼자의 심리적 변화 등
어떤 촉발점으로 겉으로 들어나게 된다,
간혹 때론 빈번히.
흔히 아는 수동공격형은 흔한 미움처럼 보인다.
겉으로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말투가 빈정거려 진다던지
약속을 지킬 듯 어긴다던지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나쁜 감정을 표현하거나
분노 같지 않은 투덜거림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을 감싸는 행동 모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로써
수동적인 공격 형태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고
이런 모든 것들이 수동공격적이라는 판단으로
다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표현으로 가능해진다.
이 책에선 바로 이런 성인들의 수동공격성을 다루면서
그 내면에 묵혀진 슬픈 과거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책 한권에서
다루는 범위는 300페이지 전후임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된다도 말도 해주고 싶다.
딱 일반심리학 서적이 다루는 거기까지 만이다.
그럼에도, 굳이 에두르는 모호함도 없고
필요없는 사족도 없는 깔끔한 구성이다.
책의 어느 쯤에선가 이러한 어리광의 기원을
대충 더듬어 올라가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그 부분에서 작가의 관점이 눈에 띤다.
보통의 상상으론 어떤 심리적 충격이나
마음속에 상처가 될만한 상황이 있었으니,
이리 불안함 성인의 심리표출로
나올 수 있는 근거가 된게 아니겠느냐는
상상도 해봄직하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하는 것은
발상의 전환으로 불리어도 될 만한
다른 시점의 회상을 보여준다.
보통, 어떤 좋지 못한 현재기질 속 과거원인은
그 과거 속 어떤 기억과 경험을 오히려 제3자가 봤을 땐
그리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거나 심지어
기분 좋아도 됐을법한 일들까지도
이런 심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이런 반대감정을 느낀 그때의 자신과
그리 동요된 당시의 판단은 매우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그저 입력오류 정도라 보는게 맞다.
그러나, 자신만의 저장장치 속에만 있는 것이기에
누구도 그것의 판단여부를 가치판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상황은 시간과 맞물려 이리저리 변질되고
굳어져 왔던 경향이 가능했던 것.
가토 다이조는 굉장히 고령이다.
일본의 장수 경향을 봤을 때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를 더 볼 수도 있겠다 싶은데,
독자로썬 그의 날카로운 지성을 더 오래 보고 싶다.
그의 책속엔 언제나 균형감이 있다고 느낀다.
너무 완고하다면 꼬장꼬장하단 느낌이 됐을테고
달관한 듯 물탄 술처럼만 표현했다면
모든걸 표용하는 유하기만 글이 될텐데,
그는 모든 그만의 조언 앞에서
언제나 시니컬한 관조자라 느껴진다.
어렵지 않은 생활밀착형 심리서를 쓰고 있는
몇 안되는 훌륭한 심리학자 겸 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