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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
이다안 지음 / 파람북 / 2020년 8월
평점 :

내가 맞게 읽었다면 이 책의 제목이 된
죽을 각오로 살아 보라는 너에게의 너는
책 속 인물 중 L이 될거 같다.
직접 이 말을 저자에게 건냈던 사람이었으니까.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난 이 책은 그 기존범주에 있진 않은거 같다.
에세이 같지만 어쩌면 일기같기도 한 책,
그러나 그 일기같은 글들이 저자의 나이만큼 엮여져
하나의 자서전처럼 만들어졌다고 보여지는 책.
어둡게 재조명되는 어린시절의 기억들과 가족에게 느낀 서러움,
친구와 사회생활에서 느꼈던 후회섞인 아쉬움들,
그러다 맞닿뜨린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 했던 결심들까지.
앞서, 먼저 읽은 독자로써 말해두고 싶은 한가지가 있다.
저자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연민의 정같은
느낌을 보이는 관계를 매우 싫어하기에
독자로써도 연민으로 비춰질 수 있을 표현들에 대핸
나름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되는 듯 싶다.
그래도, 이렇게 내보이기 쉽지 않았을
스스로의 생각들과 경험한 여러 일들을
책으로 낸 그녀의 시도와 용기에
독자로써 오해되질 않은 수준선에선
꼭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이제 더 책으로 들어가 보자면,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공감되는 부분보다 나로써는 컸다.
저자가 결정한 행동들, 느꼈던 감정들,
짐작한 내용들이 제3자로써 생각해 볼 땐
다른 방향의 해석도 될 수 있는 것들도 느껴져
이땐 이랬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자연스레 해보게 되는
상황들이 독자로써는 많이 있었다.
다만, 그냥 독자로써의 말하는 여러 느낌들을
단순한 표현 정도로 편하게 전달되었음 싶고,
저자가 느끼기에 세상사람 중 또 한명 늘어난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이의 독후감으로
오해될 소지는 없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지금의 이런 독자로써의 막연한 염려와
책속에 등장하는 은진이의 마음은 어쩌면
같은 맥락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일어난다.
쉐어하우스란 인연으로 만난 그 은진이란 아이는
딸이라 했던 뱃속아이도 잘 순산하고 사는지도 궁금한데,
저자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본인의 자살시도 당시
한집에 살던 메이트 중 하나였던 옆방동생 은진의 모습은,
아마도 일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보통의 친한
지인으로 부터 볼 수 있을 모습은 아닐까 싶었다.
아니, 그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갔던
쉽지 않았을 행동일수도 있겠다.
자살기도 한 이웃언니의 모습은 20대였을
그 아이에게도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거기에서도 생각이 가 마음이 아팠다.
은진이는 같이 눈물짓기도 했지만 일단,
뭔가 재차 언니의 추후 행동이 있을까봐 지근에서 돌봐주며,
살던 집으로 다시 경찰출동까지 있었던 당시에도
친동생도 아니지만 저자가 염려되어 꽤 강단있게
저자의 불안한 외출도 막아서거나 달래기도 했던 모습을 보면서,
남이 주위에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모습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됐었다.
타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아마도 은진은 은연중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경험을 자주 표현하는데,
그 짐작되는 내면의 이유를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석들을 보다보면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것 같기도 했다.
같은 문제로 오랜시간 많은 자책과 고민의 시간들을
거쳐온 저자이기에 얻을 수 있었던 답들말이다.
자칫 실망이 될 수 있거나 안해도 될 실수라고 생각하며
또다른 만남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나 그 인연들을 경계는 하지만,
항시 완벽할 순 없을 보통의 인간사 모습임을
저자도 알것 같다는 지념에서 독자로써 해본 생각이다.
상처받기 싫은 인간 본연의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여
지난 세월들이 보통 인연 속 모습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본인이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간절함이나 그리움이
가족이나 과거절친 3명과의 모습 안에서
기대나 실망으로 투영되어 안타까움과 거부감으로
계속 존재하는건 아닌지 책을 읽으며 떠올려 봤다.
유대감 단절이나 기대했던 관계에서 경험된 불신으로 의해
스스로 일정선의 거리감을 필수적으로 장착하려 들지만,
내면 깊숙이엔 누구보다도 자신을 이해해 줄
전지전능한 따뜻한 보호자 같은 존재의 누군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겠단 생각도 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이끄는 대로
잘 따르며 어떤 상황, 어떤 느낌이었을지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이때 이건 아닌데란 감정도 느끼며
한권의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책보다도 가감없는 솔직한 글들이 주는 매력이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듯 싶다.